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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집 담장 밑엔 집나간 여인네 빨간 치마, 접시꽃으로 피어 해마다 그 자리에 피고 지더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려고 하던 양반들.
그 양반들이 모여 살아가던 어느 고을에 바람난 여인의 속살처럼 보드라운 향기를 풍기며 빨간 접시꽃이 피어있더라.
뻔히 보이는 자신을 감추고 올곧은 듯 하늘 향해 꽃송이를 피워놓고 벌과 나비 불러 모아 야단법석 피우더니만........
그러던 어느 날 찬 서리에 생을 마감하려고 지난날을 고뇌하고 신음도 하더니만 이제 제자리에 돌아와서 차마 그리지도 못하는 세상사 그림을 그린다고 하더라.
넋 나가면 무당 불러 푸닥거리라도 헐 것이지 낮은 놈도, 높은 놈도 모두가 평등한 단순한 진리를 깨닫지도 못하면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미워하며 그 위에 높이 오르려고 하는 것인가.
그런 양반들 따라 살다 속 터진 어떤 여인 빨간 치마 벗어 담장 밑에 감춰두고 눈 맞은 사내놈과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고 하더라.
그 양반집 담장 밑엔 집나간 여인네 빨간 치마, 접시꽃으로 피어 해마다 그 자리에 피고 지더라.
고인돌들꽃학습원장 이 학 성
학습원홈페이지: http://www.flower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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