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여름방학과 2008년 여름방학은 흑과 백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너무나 다르다. 2007년 여름방학은 여느 고3 수험생 방학이 그렇듯이 보충수업과 수능시험 준비로 늘 책상에 앉아서만 보냈다. 그 고된 여름방학이 끝나고 2008년이 왔다.
2008년은 나에게 새로움이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대학도, 만나는 사람들도, 내 위치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일까? 매년 맞이하던 여름방학도 새로웠다.
그러나 여름방학은 새로울 게 없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제일 새롭게 다가오지 않은 게 바로 방학이었다. 방학은 방학이었다. 보충수업도 없고 과제도 없는 이 기나긴 방학을 얼마나 알차게 보내느냐는 전적으로 나한테 달려있다는 점이 새로움이라면 새로움이었다.
보충이 없고 과제가 없는 방학을 처음 맞이하다보니 어색했다. 당장에 다시 학교에 나가 수업을 받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참 기나긴 방학이었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조언을 듣고 왔지만 그래도 뭔가 어긋난 것만 같았다. 뭔가에 시달리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어야할 방학인데 그건 정말 옛날이야기가 되 버렸다. 그렇게 편히 쉬고 책을 읽는 단조로운 일상이 시작됐다.
그런데 그렇게 방황을 하고 있던 도중에 아버지의 배려로 고창 신문사에 들어가게 된다. 내 전공이 미디어정보사회학과 이기도 하고 앞으로 나갈 길이 언론 분야이기 때문에 아주 유익한 경험이 되고 있다.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내 손에 오는 과정이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신문사에서 신문을 만들기 위해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편집을 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직접 경험을 하면서 신문 하나는 그냥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정말 깨닫게 됐다. 그냥 아무렇게 쓰고 버릴 신문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었다. 제목하나, 기사 속 접속사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쓰고 다듬어서 나온 노력의 결과물이 신문이었다. 알고만 있었지 그 동안 느끼지는 못했던 부분들이었다. 또 취재든 인터뷰든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냥 질문하고 답 하는 거 받아 적어서 기사로 쓰면 되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이 얘기도, 저 얘기도 나오는데 그 중에서 질문과 관련 있는 말을 찾아 적는 것도 능력이었고, 끝까지 말하는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도 능력이었다. 내가 앞으로 꼭 갖춰야할 능력 중 하나였다. 신문을 편집에서 나오면 그걸 접어서 띠지와 함께 우체국에 갖다 준다는 것도 일일이 손으로 한다는 것에 놀랐다. 손으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손으로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기사를 써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이 일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새롭게 다가왔다.
대학에 와서 가장 크게 받은 느낌은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 정말 작더라도 나중엔 정말 크게 도움이 될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지금 신문사에서 쌓고 있는 이 경험도 언젠가는 그 어떤 조언이나 충고보다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아직 한 달 하고 조금 더 남은 방학. 이 남은 방학동안 또 경험하고, 경험하여 내 가슴속에 쌓아두고, 책도 많이 읽어서 생각의 창을 더 넓게 가지고 싶다. 개강을 하고 나서 누군가 내게 여름방학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2008년이 나에 게 새로움 그 자체 인 것처럼 방학도 역시 그랬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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