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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_ 전통시장 꽃이불·이브자리 이숙희 여사

"전통시장서 이불과 함께 40여 년"

2015년 12월 11일(금) 10:45 [(주)고창신문]

 

1970년대 고창. 부푼 꿈 하나만 가지고 고창을 찾은 이가 있었다. 그녀가 가진 거라고는 허름한 가게, 그리고 10만 원. 연고라고는 ‘아는 언니’ 하나가 전부다. 2015년, 바느질 솜씨 하나만 믿고 집을 나선 이 당찬 스무 살의 처녀는 어느새 중년이 됐다. 40년 가까이 된 재봉틀과 이불들, 그간 쌓아온 신용 그리고 전통시장이 그녀의 전부가 됐다. 이번호 <고창신문>은 (구)꽃이불집-(현)이브자리에서 40년간 전통시장을 지켜온 이숙희(60)여사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이숙희 여사는 스무 살때부터 오늘날까지 전통시장에서 이불장사를 해왔다.

ⓒ 하우람 기자

▶ 고창 전통시장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 제가 스무 살까지 정읍에 있는 이모집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때 고창은 그저 ‘옆동네’였어요. 이모께서도 바느질 솜씨가 좋았고, 저도 자연스레 바느질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 때는 아낙네 치고 바느질 못하는 사람이 드물었죠.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고창에 가게를 얻었다는 겁니다. 함께 고창에 가서 장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혹해서 가족들 몰래 고창에 오게 됐죠. 언니 외에는 고창에 아는 사람 하나 없었는데 말이죠. 정말이지 어린 나이였으니 가능했던 것 같아요(웃음).

달랑 10만 원을 가지고 지금의 고창상회 옆 옷가게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했어요. 한 칸의 가게를 반씩 나눠 언니는 한복을 팔고, 저는 이불을 팔고요. 그게 고창 전통시장과의 첫 인연이었지요.


▶ 많은 일들 중 장사를 선택하신 계기는?

= 열아홉 살 때 이모집에서 우연히 궤짝을 보게 된 적이 있어요. 그땐 지금처럼 금융업이 발전하지 않아서 집집마다 돈궤를 따로 놓아뒀잖아요. 궤짝 안에 돈이 정말, 꽉 차 있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나도 장사를 해서 저렇게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친하던 언니가 가게를 봐뒀으니 들어오기만 하라는 말에 그리 된 거죠(웃음).


↑↑ 외지인인 그녀가 고창 전통시장에 자리잡기까지, 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비가 새는 가게에서 연탄불도 못 때던 시절은 이제 소중한 추억이 됐다.

ⓒ 하우람 기자

▶ 정착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고창군민들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인지 특별히 텃세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다른 상인분들처럼 장사감각을 타고난 것도 아니라서 돈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었고요. 그저 집세를 내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정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외지인이라서 힘들었던 것보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최소한의 조건들이 어려웠죠. 처음엔 무조건 이불 하나에 500원 씩의 마진을 붙였어요. 싸다는 인식이 생겨 손님들이 찾아오기까지, 근 3년이 걸렸어요. 3년 동안 연탄도 제대로 떼지 못해 냉골방에서 지냈죠. 어머님께서 찾아오실 때면 자주 우셨어요. 그래도 집을 나선 이상 제대로 자리 잡아야만 한다는 마음뿐이었죠.


▶ 지난 세월 동안 보아온 전통시장의 변화는?

=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상인들도 손님들도 떠나게 됐죠. 예전에는 전통시장에 소를 몰고 와 팔거나 장날이면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맛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상인들도 장사가 되지 않아 난리입니다. 예전의 활기를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녀에게 고창 전통시장은 집이자 가게이고 소중한 보물이다.

ⓒ 하우람 기자

▶ 마트와 차별된 전통시장만의 묘미가 있다면?

= 역시 시장의 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도 다들 아시는 내용이지만… 상인들은 낯익은 손님들이 찾아오면 물건을 하나라도 더 드리고 싶어요. 상인인데 팔기보다 챙겨줄 때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이웃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축의금 대신 물건으로 드리기도 하고요.


▶ 신문을 읽으실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 군민들께서 제 이불을 사주셔서 지금까지 먹고 살아왔습니다. 덕분에 고창에서 결혼도 하고, 자식들도 키웠습니다. 고객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우람 기자  holloh2@hanmail.net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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