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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기본소득 500만원, 공약인가 환상인가

2026년 04월 29일(수) 15:49 [(주)고창신문]

 

농촌기본소득 500만원, 공약인가 환상인가

선거철이 되면 귀를 솔깃하게 하는 파격 공약이 등장한다.
고창군민 1인당 연간 500만원 농촌기본소득 지급도 그런 제안 가운데 하나다. 듣기엔 매력적이다. 그러나 공약은 희망이기 전에 재정과 제도로 검증돼야 한다.
누워서 꾸는 꿈이 현실이 되지 않듯, 환상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돈(재정)은 냉정하기 때문이다.
고창군 인구를 약 5만 명으로 잡고, 1인당 500만원을 지급하려면 연간 2,50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고창군 일반회계 예산 약 8천5백억원의 3분의 1을 훌쩍 넘기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고창군 재정 구조다. 지방세 수입은 386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예산의 80% 이상을 지방교부세와 국·도비에 의존한다.
고창군 재정자립도는 2023년 7.89%, 2024년 9.39%, 2025년 9.54%로 약간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사회복지비, 인건비 등 의무지출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비중이 큰 주요 항목으로는 먼저, 예산의 약 25~30%를 차지하는 사회복지비이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국·도비 매칭을 통한 의무 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인건비이다. 군청 공무원 및 무기계약직 등의 보수와 관련된 비용으로 약 10~15%를 차지한다. 여기에 청사 유지관리, 필수 행정 운영비 등 매년 반복 발생하는 일반 공공행정 및 경상경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서 매년 2,500억원 규모의 현금성 복지를 자체 재원으로 감당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희박하다.
더구나 사회보장제도 신설은 중앙정부 협의 대상이다. 정부의 재정 기조와 충돌하거나 지방교부세 감액 위험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군수 공약만으로 추진될 사업이 아니다.

부언하자면, 고창군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 재정을 하나의 사업에 쓰는 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예산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고창군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할 때 고창군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지방세 수입의 7배에 해당하는 돈을 어디선가 조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더욱이 전술한 바와 같이 예산의 50~60%를 이미 차지하고 있는 고정비용을 무시하고 2500억 원이라는 가용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고창군은 예산의 80% 이상을 교부세와 보조금에 의존한다.
특정 지자체의 파격적인 현금 복지에 해당하는 1인당 500만원 지급은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파격적인 현금 복지는 정부의 '현금성 복지 억제'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지자체가 정부 협의 없이 과도하게 복지지출을 할 경우, 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가 감액되는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
백번 양보하여 고창군이 확보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나 고향사랑기부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으나, 이 역시 인당 500만 원이라는 액수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군민 1인당 500만원”은 실현 계획보다 상징 효과가 앞선 구호에 가깝다.
농촌기본소득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장수·순창 사례처럼 시범사업 확대,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 도비·국비 매칭을 통한 단계적 도입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예컨대 지자체 부담을 33%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군비 300억원으로 연 900억원 규모의 소득지원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은 현실 검토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허황된 액수 경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다. 농촌기본소득도 그런 관점에서 중앙정부 시범사업을 선점하고 제도화를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선거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으려면, 실현가능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군민 1인당 500만원이라는 듣기 좋은 구호보다, 현실 재정에 기초한 단계적 농촌기본소득 로드맵이 훨씬 책임 있는 정치다.
허울 좋은 외침은 잠시 귀를 사로잡을 수 있어도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지는 못한다.

국민배당금제(1인당 매월 150만 원, 성인 4인 가족당 월 600만 원)라는 환상적인 공약을 내세웠음에도 1%에도 못미치는 낮은 득표율로 탈락한 허경영 후보(2022년 제20대 대통령 후보)가 문득 겹쳐 떠오른다.

고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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