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나를 키운 말들(박 규 선 전북도교육위의장)
|
|
2009년 03월 03일(화) 13:00 [(주)고창신문] 
|
|
|
| 
| | ⓒ (주)고창신문 | |
말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말은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언어를 기호와 의미 나누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말을 집에 걸어놓거나 자기가 자주 보는 곳에 붙여놓는다. 기관이나 기업의 경우도 그 집단이 나가야 할 지표를 내걸고 그 정신을 표방하려고 노력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나 역시 나를 키운 말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말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이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노력은 꿈을 이루는 사다리와 같다. 그러나 무조건 노력한다고 모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걸 혹자는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운(運)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10월 혁명을 주도했던 트로츠키(Leon Trotsky)는 당대 최고의 지도자였다. 그는 노동에 군대적 규율을 도입하는 군대화와 노동조합의 국가화를 주장하며 초기 혁명정부의 기틀을 잡았다. 그리고 러시아의 혁명이 그로 인해 완성되어갈 즈음에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오리 사냥을 나갔다가 그만 지독한 독감에 걸려 집에 드러눕게 된다. 하필 그때 혁명 동지였던 레닌(Vladimir Ilich Lenin)이 죽고, 그가 누워있는 동안 스탈린(Joseph Stalin) 등 반대파에 의해 정치적으로 고립돼 추방과 망명을 거듭하다가 스탈린 수하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추방 중에 그는 “혁명은 예견할 수 있었지만 오리 사냥은 예견할 수 없었다.”는 말을 남겨다. 하늘이 돕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접근해도 결국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하늘이 절대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카오스이론(chaos theory 혼돈이론)처럼 아주 작은 변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변수에 의해 흔들리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하고, 또 덕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어려서 우리 집은 방앗간을 했었다. 손이 크신 어머니는 누구든 굶는 사람이 있으면 불러서 배불리 먹였다. 지금도 고향에 가면 어른들이 우리 어머니의 덕을 칭송하곤 한다. 그런 어머니의 적선 때문인지 우리 집안의 일이 대체로 잘 풀린 것 같다. 그 후 한학을 하시던 집안의 어른께서 내게 들려주신 말씀이 주역(周易) 문언전(文言傳)에 나오는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악지가 필유여앙(積善之家 必有餘慶, 積惡之家 必有餘殃’이다. 풀이하자면 ‘선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慶事)가 있고, 악을 쌓은 집에는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라는 뜻이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것이 더 기분이 좋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겸손해지려고 하고, 또 누구에게든 따뜻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반드시 경사가 오리라는 믿음 때문이 아니다. 좋은 일이야 생기면 좋겠지만 내가 베푼 정성으로 누군가가 좋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해불양수(海不禳水)
‘해불양수(海不禳水)’ 라는 말이 있다. 바다는 물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받아들여 대양을 이룬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해불양수는 덕(德)이면서, 오픈 마인드(open mind)이다. 나는 지도자이든 조직의 구성원이든 간에 개방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나 혼자의 믿음으로 판단하고 행함으로써 전체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도량이 넓은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지어는 비판과 비난 속에서도 자기에게 득이 될 만한 가치를 찾아 실천하는 사람이다. ‘초한지(楚漢誌)’를 보면 한신(韓信)이 초나라에 있을 때 험악한 사내가 자신의 가랑이 밑으로 지나가라고 하자 능욕을 참으며 순순히 응한다. 그런 한신을 항우(項羽)는 버렸지만 유방(劉邦)은 책사인 장량(張良)의 천거로 받아 들였고, 한신에 의해 마침내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게 된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든 그 사람의 능력이나 의견을 진실로 받아 주면 마음을 다하게 된다.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한신의 힘이 항우나 유방보다 강해지자 그의 참모가 “대장님은 독수리이다. 독수리가 참새무리에서 공존할 수는 없다.”며 독립하라고 권했지만 한신은 “개도 밥과 잠자리를 준 주인을 물지 않는다.”며 거절한 것은 자신을 알아준 상대에 대한 극진한 예우였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구성원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바다와 같은 덕을 지녀야 한다. 그게 바로 해불양수의 미덕이다. 해불양수로 가기 위해서는 물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물은 어떤가? 형체가 없이 위에서 아래로 순리대로 흐른다. 그래서 물은 억지가 없다. ‘대천명(待天命)’의 경지인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노자는 높은 도는 바로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주어진 형태대로 담기며 서로 힘을 모으고 또 모아서 개천을 만들고 강을 만들어 바다를 이룬다. 물이 약해 보이지만 결국 거대한 바다를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아무리 어떤 것을 억지로 이루려고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순리에 맞게 일을 추리되 주변과 더불어 가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르침에 있어서도 학생의 적성이나 이상과 부합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인생 고공표 작성과 같은 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람이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남에게 도움도 받고, 또 부단히 자신도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사는 든든한 이웃들이 있을 때 훨씬 쉬어진다. 또 큰 꿈은 그런 조건 속에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나를 키운 말들은 사실 나와 더불어 살아갈 이웃들에 대한 사랑의 다짐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말들은 나를 키우고 지켜줄 것이다.
|
|
|
|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 Copyrights ⓒ(주)고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고창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