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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저 또한 특수 장애자였습니다

2011년 04월 12일(화) 09:14 [(주)고창신문]

 

ⓒ (주)고창신문


강헌희(고창 대성중 교장)
저는 평상시에, 자주 다니던 길마저 곧잘 헤매곤 하는 중증의 길치입니다. 지금도 혼자서 산길을 걸을 때마다 바른길을 버리고 굳이 호젓한 길을 찾아 나서는 못된 습성 때문에 치매 노인처럼 길을 잃어버리는 일들이 다반사입니다. 차를 가지고 먼 길을 떠날 때에도 예정된 시간에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달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최근에 장착한 네비게이션 마저도 가끔씩 나를 쉽고 편리한 길을 벗어나 아주 복잡하고 먼 길로 잘못 안내해 주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저를 위해 살아있는 원격의 인간 네비게이션 역할을 감당해 주시는 국토지리 전공이신 고선생님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평생을 함께 살아 온 우리 집 쌍둥이 자매의 얼굴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면치(面痴)입니다. 사회생활 중에도 자주 접견해 오던 사람들을 얼른 알아보지 못하여 상습적인 결례를 범하는 일 또한 아주 빈번한 일상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섭섭한 마음에 쓴 웃음을 짓는 그분들을 대할 때마다 얼마나 당황스럽고 죄송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리고도 저는 심각할 정도로 건망증이 심한 정신적 치매 환자[妄痴]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 목욕탕에 차를 끌고 갔다가 돌아 올 때는 차는 놓아두고 저 혼자서 먼 길을 걸어 온 적도 있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저의 집사람이 잠시 손님을 배웅하기 위해 내린 사이에 무심코 저 혼자만 달려오다가 문뜩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되돌아가 잠시 길거리에 내버려 둔 제 마누라를 다시 되찾아 오는 불경스런 일도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미 가족들로부터 중증 치매 환자로 낙인이 되어 특별히 하루 스케줄 관리 보호 조치가 필요한 특수 지적 장애자로 진단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 줄 아십니까? 저는 아주 가끔씩 한 자리수의 곱셈이나 나눗셈도 헷갈릴 정도로 저능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수치(數痴)입니다. 도대체 계산하는 일에는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때로는 제 나이마저도 얼른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직하면 제 몸뚱아리를 이루고 있는 신장은 말할 것도 없고 허리, 가슴, 목 사이즈를 비롯하여 신발 사이즈조차도 온전하게 기억하는 것이 없어서 평생 동안 제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겠습니까?
제가 머물고 있는 학교에는 일반 학생보다도 약간 지적능력이 떨어져 선생님들의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 한 학생 때문에 우리 선생님들은 늘 노심초사해 있습니다. 혹시나 등?하교 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지나 않을는지, 학교에 와서 개념이 부족한 동료학생들로부터 일방적인 따돌림이나 당하지 않을는지, 함께 놀아준다면서 저희들보다 힘이 강한 자에게 억눌려 왔던 감정으로부터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오히려 힘없는 그 아이를 대상으로 모욕적인 언어나 신체의 공격을 가하지나 않을는지, 주변의 불량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정상적인 자기 방어능력이 떨어진다고 하여 성적인 추행대상으로 삼고자 접근해 오는 나쁜 사람은 없을는지, 하여간에 미리 걱정을 끌어 모아 오자면 밤을 새워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저는 그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지혜를 모으기 위해 많은 선생님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서 문뜩 제 자신을 돌아다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저 또한 마음씨 좋은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보호 받아야 할 중증의 특수 장애자였습니다. 끝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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