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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유혹과 애욕, 그 뱀의 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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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판 용(시인․흥덕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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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 04일(월) 14:28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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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고창신문 | | 올해는 뱀의 해이다. 그런데 요즘은 뱀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어릴 적 뱀은 지천이었다. 그러다보니 길을 가다가도 뱀과 자주 마주쳤다. 뱀을 만나면 여자애들은 무서워 도망을 쳤지만, 남자애들은 돌을 던지거나 나뭇가지로 두들겨서 잡아 죽여야 직성이 풀렸다. 무슨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뱀을 철저히 응징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달랐다. 두렵지만 생명에 대한 외경의 자세로 접근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월 첫 번째 뱀의 날에는 백지에 뱀의 이름들을 적어 기둥에 거꾸로 붙였다. 그날 여지들은 머리를 빗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뱀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사상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면 조상의 혼령이 그냥 간다고 믿었다. 뱀이 든 부정한 음식이라서 피한다는 것이다. 또 장독에 백지를 붙였고, 새끼줄에 소지를 끼워 묶어 두었다. 모두 뱀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나중에 알려진 것이지만 뱀은 흰색을 싫어한다고 한다. 조상들의 오랜 경험이 지혜로 이어져 뱀을 멀리하면서도 함께 삶을 영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을 꼽으라면 아마 뱀일 것이다. 동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갓난아이도 호랑이나 사자보다 뱀을 더 두려워한다. 이렇듯 본능적으로 뱀에 대한 적의와 혐오를 느끼게 된 것은 인류 조상들이 파충류의 전성기를 겪으면서 당한 피해 때문이라고 한다. 그때 겪은 고통과 두려움이 그대로 유전적으로 각인돼 본능으로 나타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창세기’에 뱀이 등장한다. 뱀의 꼬임에 빠진 이브가 자신은 물론 아담에게까지 선악과를 먹게 한다. 그러자 눈이 열려 자신들의 알몸이 드러났고, 부끄러워 무화과 잎으로 가리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야훼는 그들에게 큰 벌을 내렸다.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은 이 상황을 <실낙원>으로 엮었다. 인류의 고통은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시작이 됐고, 그래서 낙원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때 야훼는 이렇게 말했다. ‘뱀은 앞으로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혐오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기독교만 뱀을 싫어한 게 아니다. 사찰의 창건 설화를 보면 뱀의 무리를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법화경에 ‘뱀은 악업의 짐승이라 그 일생이 대단히 괴롭다’라거나, 팔만대장경에 ‘뱀은 유혹이요, 애욕이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불교에서도 혐오의 동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불교에 심취했던 미당의 시 <화사(花蛇)>에서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라고 노래한다. 원초적 본능을 노래한 이 시는 그의 첫시집의 제목이기도 했다.
이렇듯 싫어하는 것만 같은 뱀이 십이간지의 한 가운데 들어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뱀을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뱀은 알을 많이 낳는다. 그래서 다산과 풍요의 신으로 추앙을 받았다. 특히 범신(梵神)의 지역에서 뱀은 중요한 숭배의 대상이다. 또 두려움 때문인지 뱀을 불사신으로 여겼다. 이런 영생불사의 믿음으로 인해 뱀은 또 치유와 의술의 상징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의 마크나 우리나라 응급구조단의 마크를 보면 모두 뱀이 새겨져 있다.
이런 뱀의 상징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그런데 그의 딸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에는 언제나 뱀이 둘둘 말려있었다고 한다. 뱀은 그녀의 충실한 하인이었고, 또 건강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무엇보다 뱀은 해마다 허물을 벗고 새롭게 소생하기에 늘 그대로의 강한 에너지의 소유자로 여겼던 것이다.
어느 땐가 땅꾼들이 온산에 그물을 치고 뱀의 씨를 말리고 난 후부터는 농촌에서도 이제는 뱀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니 요즘 어린이들에게 뱀은 동물의 왕국에 등장하거나 애완용으로 키우는 뱀의 경험밖에는 없다. 뱀의 해라고 해도 조상들의 믿음과 지혜를 되짚어볼 환경이 못 되는 것이다. 두렵고 싫어하는 동물이니 그렇게 자취를 감춘 건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뱀이 없는 자연이 건강한가는 짚어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뱀의 해가 모두에게 복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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