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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탐방 태백 석탄박물관

가난하던 시절의 든든한 버팀목 ‘검은 황금’, 석탄

2014년 09월 16일(화) 17:18 [(주)고창신문]

 

ⓒ (주)고창신문


가난하던 시절의 든든한 버팀목 ‘검은 황금’, 석탄

태백 석탄박물관
주소: 강원 태백시 천제단길 195

한 밤중 ‘쿵!’ 소리는 알 수 없는 길로 먼 여행을 떠났던 영혼을 갑자기 현실로 부르는 급박한 호출기다. 이어진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와 어수선하게 이리저리 흩어지는 발소리에 몸은 정신을 채 수습하기도 전에 튕겨지듯 거실로 나왔다. 할머니는 동치미 국물을 떠서 의식이 없는 동생들 입술에 흘려 넣고, 아버지는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계셨다. 거실의 공기는 동생들이 자고 있던 동쪽 방에서 흘러나온 연탄가스의 답답한 냄새에 이미 오염되어 한 밤중 갑작스러운 소란의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한 방에서 자고 있던 동생들이 연탄가스에 중독되었던 그 사건은 지금도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기억이다.
1982년도 5월 4일자 경향신문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무연탄을 주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지난 53년부터 81년까지 28년간 연탄가스에 중독된 국민은 2백 94만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6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하였다. 이 기사는 당시 서울 의대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전체 인구의 3%에 해당하는 숫자가 연탄가스 중독을 경험하였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도 많은 가정에서 난방과 취사를 위해 연탄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적어도 40대 이상의 국민들에게 석탄이 성장과정 중 좋든 싫든 많은 일화를 남긴 주요 소재였음을 보여준다. 7080의 세대에 속하는 중년들이, 겨울철이면 교실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던 석탄 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사춘기를 떠올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개탄과 땔나무를 담은 양동이를 거느린 무쇠 난로의 위엄은 4교시에 특히 빛을 발했다. 3교시가 끝나자마자 이미 교실은 성급하게 도시락을 까먹는 아이들의 반찬냄새로 술렁이고, 후끈한 난로 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암투 속에서 원래는 금색, 은색이었을 양은 도시락들이 긁히고 찌그러진 빛바랜 모습에도 아랑곳없이 켜켜이 쌓였다. 그 중 한두 개 존재감을 드러낸 스텐(stainless steel) 도시락은 주인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겠는가! 선생님이 미처 챙기지 못하면, 아래 놓인 도시락이 밥 타는 냄새로 비명을 질러야,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서둘러 도시락을 바꾸었다. 뜨거운 도시락을 이리저리 뒤집다가 떨어뜨려 뚜껑이 열리기라도 하는 날엔 사생결단이 날판이므로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어서 도시락을 뒤집는 동안 아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난로 위로 쏠려있었다.
이제는 기억의 앨범에 꽂힌 풍경이 되어버린 무쇠난로처럼 한 때 탄광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태백으로의 여행은 기억의 터널을 지나는 듯 태백산맥의 준령사이로 겨우 허락된 구불구불한 도로를 통과하면서 시작되었다. 태백시는 태백산 영동산악 협곡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 중심부에 해발 1,171m의 연화산이 위치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황지, 장성, 철암, 통리 등 4개 지역으로 형성되어 있다. 시 전체가 해발 1000m를 훌쩍 넘기는 매봉산, 백병산, 함백산, 금대봉 등으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고원분지를 이루고 있으며 특히, 매봉산과 태백산을 중심으로 1,300m 내외의 고위평탄면이 발달해 있다. 우리나라 석탄 산업이 부흥하던 1981년, 11만 4095명의 인구로 시로 승격된 태백시는 12만 명을 넘어선 1987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여 2012년에는 인구 5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80년대 후반부터 주요 에너지원이 석유로 바뀌면서 가정용 연탄 수요가 감소하고, 심부 채굴과 임금 상승에 따른 석탄 산업의 여건 악화로 인하여 석탄 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자 태백시의 탄광 45개소 중 42곳이 문을 닫았던 것이다. 1989년부터 본격화된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 강원랜드의 배후 기반도시이자 고원 관광 휴양도시로 변화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태백은 도시 전체가 마치 석탄 박물관이라도 된 듯 화석화된 채로 과거의 영광을 전시하고 있다. 석탄 산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 “태백에서는 똥강아지도 입에 만원을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태백에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다.
태백산 도립공원 내 당골광장 옆에 설립된 석탄박물관은 부지면적 23,811㎡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1994년부터 건립을 시작하여 1997년 5월 27일 개관하였으며, 태백산 도립공원 입장료 2000원으로 무료관람 할 수 있다. 석탄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賦存) 에너지 자원인 석탄 산업의 변천사와 그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을 한데 모아 귀중한 사료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교육적 자료로 활용함과 동시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빈번하였던 광산이라는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석탄을 생산하던 광부들의 삶을 기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암석 144점, 광물 795점, 화석 263점, 기계·장비 1773점, 도서·문서 3691점, 향토사료 681점 등 8140 여점의 자료를 중심으로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석탄의 생성과 발견, 인류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석탄의 활용 뿐 아니라 석탄과 관련된 각종 정책과 광산 노동자의 삶에 이르기까지 석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전시실은 지질관으로 소리와 빛의 효과를 이용하여 약45억년 지구 역사를 생동감있게 보여준다. 전시실 왼쪽으로 기본적인 암석의 분류체계에 따라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의 순으로 여러 종의 암석이 전시 되어있고, 이어지는 광물의 전시는 성분별로 분류하여 가공하지 않은 희귀 광물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가공이전의 보석원석 및 운석은 그 아름다움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부분에는 지질시대 중요자료인 화석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순으로 전시되어 삼엽충, 공룡알 등을 비롯한 갖가지 신비로운 화석을 만날 수 있다. 제 2전시실은 석탄의 생성과 발견관으로 석탄에 대한 인류의 탐색과 연구의 결과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주로 고생대 석탄기에 만들어진 석탄은 석탄화의 진행정도에 따라 크게 유연탄과 무연탄으로 나누어진다. 생성시기는 고생대(5억~2억년 전)에서부터 중생대, 신생대에 걸쳐 있고 그 중 가장 많이 생성된 시기는 석탄기(고생대 말엽)이다. 인류가 석탄을 사용했다는 문헌은 BC 315년경 철학자 테오프라스터스가 남긴 것으로 그리스 지방의 대장간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이다. 우리나라 석탄의 변화과정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석탄은 광복 후 가난하던 시절의 민생연료로, ‘검은 황금’으로 불리기도 하였지만,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채탄막장의 심부화로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청정연료가 등장함에 따라 석탄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많은 석탄광이 문을 닫았다. 제 3전시실은 석탄의 채굴과 이용관으로 석탄채굴 초기의 화흉법에서 정과 망치를 이용한 채탄, 근래의 기계장비를 이용한 채탄으로 발전해온 채굴의 역사와 더불어 망태기를 이용한 운반에서 레일을 이용한 광차의 활용, 지하 채탄막장까지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운반으로 발전해 온 운반 장비의 발전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석탄의 이용가치를 발견한 인류가 석탄을 이용한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해 온 역사 뿐 아니라, 주요 연료였던 연탄의 역사에 대해서도 실제의 모형을 이용하여 전시함으로써 어린 학생들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제 4전시실은 광산안전관이다. 국내의 석탄층은 외국의 탄층과 달리 지하에 매장되어 있고 탄층, 탄폭의 변화가 심하여 석탄을 채굴하는 작업은 많은 위험요소를 수반하고 있으며 석탄소비의 증가로 생산도 박차를 가하게 되면서, 채탄막장의 심부화로 위험요소도 증가하게 되었다. 광산사고의 유형은 운반, 가스, 낙반, 붕락, 갱내화재사고, 출수사고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대부분의 광산사고가 좁은 지하채탄막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형사고로 확산될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어 사전예방이 최우선의 과제였다. 광산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자 자신의 안전의식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보완할 각종 검정장비의 활용과 수시 점검이 필수적이다.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광산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광산특수구호대와 일반구호대가 운영되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광산사고를 대비한 장비로는 광부1인이 착용하는 안전화, 안전모, 전기안전등, 척추보호대, 자기구명기 등이 있고, 기계시설 검정장비, gas 검정장비 등 많은 기기들이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제 5전시실은 광산정책관으로 역사적으로 광산정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보여준다. 대한제국 말엽인 1906년 최초의 광업법으로 종래의 광산 국유제가 폐지된 이래 1987년 4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발족하기까지 우리나라 근 현대사에 이끌어 온 석탄 정책을 알 수 있다. 또한, 광산노동자들이 걸리기 쉬운 진폐증과 관련한 정책의 발전도 보여준다. 1963년 제정 공포된 광산보안법 및 산업재해 보상 보험법, 1981년 제정된 산업안전 보건법을 비롯하여 1984년에는 진폐의 예방과 진폐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지만, 법률제정만으로 진폐증에 걸리고 고통받는 근로자의 삶을 모두 구할 수는 없는 문제였던지 진폐근로자의 안타까운 사진 앞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제 6전시실은 탄광생활관으로 탄광이 발달하면서 태백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실물전시를 통해 보여줄 뿐 아니라 생활문화적인 면에서 나타났던 다양한 삶의 모습도 소개하고 있다. 도시락을 쌀 때에는 네 주걱을 담지 않고, 부녀자가 길을 갈 때는 광부를 앞질러 가지 않으며, 갱내에서는 쥐를 잡지 않는 등 광부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여러 가지 금기시 되는 생활양식이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주거환경도 전시되어 있어서 열악했던 광산 노동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광산개발 초기의 사택은 방1칸, 부엌1칸의 형태로 씻을 곳이 없어 작업을 마친 광부들은 마을의 우물에서 몸을 씻었으며, 온몸이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어 가족들조차 알아보지 못하였다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보여주는 모형들 앞을 차례로 관람하며 지나가던 두 가족이 눈에 띄었는데 모두 40대로 보이는 두 가장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시된 모형과 비슷한 집에서 살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면서 아이들에게 광부였던 할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존경심을 심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제 7전시실은 태백지역관으로 태백시의 지형과 역사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생활 및 미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제 8전시실은 체험갱도관으로 3층의 전시실을 관람한 관람객들은 마치 지하 갱도로 내려가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게 된다. 실물에 가깝게 연출된 지하의 갱도는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노동자들의 고달픈 작업을 느낄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있는 곳으로 지하에 갇힌 듯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전시실이다. 갱도에서 걸어나오면 야외전시장으로 이어진다.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 등 다양한 암석과 실내전시가 어려운 광산장비들을 전시한 곳으로 120점의 암석류와 기계장비가 전시 되어있으며 운반과 관련된 기관차, 광차 및 대형 채탄, 채굴장비를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석탄 박물관을 나오며 그 당시 광산 노동자들의 삶의 애환과 이제는 그것마저 사라진 태백시의 풀죽은 모습에 마음이 애잔하다. 백두대간의 준령, 태백산의 신령스러운 기운을 안고 있는 태백시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 사진 : 유석영, 조창환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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