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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탐방 ⑩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우아한 빗소리를 내는 인디오들의 악기 ‘레인스틱’


2014년 07월 22일(화) 15:49 [(주)고창신문]

 

ⓒ (주)고창신문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우아한 빗소리를 내는 인디오들의 악기 ‘레인스틱’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63-26

음악만큼 인간의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있을까?
공자의 ‘흥어시(興於詩), 입어예(立於禮), 성어악(成於樂)’ 이란 구절은 ‘시로써 감흥을 일으키고 예로써 행동 규범을 세우며 음악으로 심성을 가다듬는다.’ 라는 의미로 이러한 음악의 힘을 생각하게 한다. 실학자인 정약용도 <악론(樂論)>에서 ‘성인(聖人)은 조석으로 금(琴), 슬(瑟), 종(鍾), 고(鼓), 경(磬), 관(管) 등의 음을 듣고 마음을 씻어 혈맥을 고동치게 함으로써, 그 화평하고 화락한 뜻을 유발하도록 한다’고 하면서 ‘성인의 도(道)도 음악이 아니면 시행되지 못하고, 제왕의 정치도 음악이 아니면 성공하지 못하고, 천지만물의 정(情)도 음악이 아니면 조화되지 않는다.’하여 인격적 수양과 통치에 있어서 음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동양에서 뿐 아니라 서양 철학의 원류인 플라톤은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비밀장소로 파고든다.”고 하면서 음악을 영혼의 본질적 표현이자 동시에 영혼을 정화시키거나 타락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갖는다고 보았다. 인간의 영혼이 죄를 지어 육체 속에 갇혀 있다고 믿었던 그리스인들에게 음악은 영혼을 정화시킴으로써 잠시나마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는 종교적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음악은 철학에서보다 신화에서 더 아름답게 연주된다.
여름밤 머리 위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어김없이 우리가 ‘직녀성’이라고 부르는 ‘베가(vega)’일 것이다. ‘베가’를 꼭지점으로 하여 길쭉하게 일그러진 마름모꼴의 별자리가 우리가 ‘거문고자리’라고 부르는 ‘리라(Lyra)자리’이다. 견우와 직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 만큼이나 지순한 사랑이야기의 주인공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연을 담고 있는 별자리이다. 아폴론의 아들 오르페우스는 헤르메스가 아폴론에게 선물한 리라를 물려받게 되는데 그가 연주하는 신비한 리라의 선율은 모든 것들이 넋을 잃을 정도였다. 오르페우스는 숲의 님프인 에우리디케를 아내로 맞아 행복하게 살았는데, 꿈같은 행복도 잠시,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는다. 비탄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저승의 세계로 찾아가 리라 연주로 저승의 신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여 아내를 데리고 나오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땅위에 발을 디디기 전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하데스의 말을 잊고 그만 뒤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저승의 세계로 떨어지고 만다. 절망한 오르페우스는 다른 여자들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트라키아 여인들의 원한을 사 온몸이 찢겨 죽는다. 제우스는 오르페우스를 가엾게 여겨 그의 리라를 하늘로 올려 별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파주 헤이리의 세계민속악기박물관에는 이렇듯 수많은 사연들을 간직한 다양한 악기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이영진 관장이 취미로 모으기 시작한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 악기들을 정리하여 2003년 9월 헤이리 예술인 마을에 처음 개관하였다. 2007년에는 부산에, 2009년에는 영월에 차례로 개관하여 현재는 부산과 영월에서도 세계의 민속악기들을 만날 수 있다. 100여 개국 2000여 점의 악기들이 동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남태평양의 문화권별로 분류되어 있고, 악기와 더불어, 전통적인 의상을 갖춘 인형과 풍물, 그림들이 함께 진열되어 각 지역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아프리카의 발라폰, 젬베, 동남아시아의 안클룽, 딘파와 호주의 디저리두, 남미의 레인스틱, 유럽의 켈틱하프 등 신기한 악기들을 직접 두드리고 소리 내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은 방문객들에게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악기를 만든 재료 또한 다양하여 어떤 악기들은 죽은 사람의 해골이나 뼈로 만들어진 악기들도 있다. 지금도 몽골이나 티베트에서는 죽은 사람의 해골이나 뼈로 악기를 만들어 사용하는데, 몽골의 ‘야산갈링’과 티베트의 ‘르캉글링’이 그 예이다. 이 두 악기는 사람의 무릎 뼈를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주로 장례식에 이용되는데, 떠돌아다니다가 병들어 외롭고 불행하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연주된다. 볼리비아에는 ‘께냐’라는 악기가 있는데 사랑하는 연인이 죽자 이를 슬퍼하던 청년이 연인의 무덤에서 정강이뼈를 찾아 피리로 만들어 불었다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페루의 ‘차라이나’라는 악기는 당나귀 턱뼈에 붙은 어금니가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는 악기로 ‘차락차락’하는 소리를 낸다.
일반적으로 악기는 연주방법에 따라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건반악기로 분류한다. 다른 분류 방법으로는 소리 내는 방법에 따른 분류가 있다. 심벌즈처럼 악기 자체를 흔들어서 소리 내는 몸울림악기, 북처럼 쳐서 소리내는 막울림악기, 바이올린처럼 줄을 이용해서 소리 내는 현울림악기, 피리나 하모니카처럼 악기에 난 구멍에 입을 대고 불어 소리 내는 공기울림악기로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야산갈링’이나 ‘르캉글링’, ‘께냐’는 모두 피리의 일종으로 관악기에 해당하며, ‘차라이나’는 타악기로 분류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긴 관악기인 알프호른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민속악기 중 하나로 ‘산으로 둘러싸인 목장 알프에서 불었던 호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긴 것은 전체 길이가 4미터나 되기 때문에 나무로 호른을 만들려면 뿌리부터 제일 높은 가지까지 한 그루가 통째로 필요하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족의 악기인 ‘은구루’는 고래의 뼈나 나무를 조각해서 만드는 피리의 일종으로 코로 부는 ‘코피리’라는 점이 재미있다. 다양한 타악기 중에는 종교적 목적으로 연주한 손북으로 나무나 사람의 머리뼈에 가죽을 대어 만든 ‘다므루’라는 티벳 악기도 있다. 박물관에 오게되면 꼭 소리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악기가 있다. 바로 ‘레인스틱’. 레인스틱은 남미 악기로 ‘빗소리가 나는 막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속이 빈 선인장이나 나무에 조개껍질이나 조약돌 등을 넣어 막대를 거꾸로 들면 막대 속의 내용물들이 흘러내리면서 빗소리를 낸다. 막대의 중간중간에 선인장 가시를 박아 내용물이 한꺼번에 내려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정말 다감하고도 우아한 빗소리가 난다. 레인스틱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인디오들이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기우제에 사용한 악기이다.
현악기 중 마두금(모린호르)이라는 몽골악기는 말의 뼈와 꼬리털로 악기를 만들고 악기 위쪽에 말 머리를 조각한 악기로 몽골답게 말과 관련된 전설을 간직한 악기이다.
옛날 몽골 초원에 가난하지만 마음씨 착한 젊은이가 주인집의 아름다운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 가난뱅이를 사위로 맞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주인은 딸과 만나지 못하도록 젊은이를 먼 곳으로 보내버렸다. 주인집 딸은 몇 날 며칠을 울어 바닥에 물이 차오를 정도였고 젊은이 또한 연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날마다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젊은이의 기도가 어찌나 간절하였던지 초원의 신이 기도를 듣고 젊은이에게 날개가 달린 말을 한 필 내려주어 젊은이는 말을 타고 매일같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말은 젊은이에게 사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친구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젊은이가 말을 타고 돌아가는 것이 싫었던 주인집 딸은 연인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말의 날개를 자르고 말을 벼랑 끝으로 밀어 떨어뜨렸다. 깊은 슬픔에 잠겨있던 젊은이의 꿈 속에 어느 날 밤 말이 나타나 “주인님, 제 뼈와 꼬리털을 잘라 악기를 만들어 주세요. 그러며 아픈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젊은이가 꿈에서 들은 대로 만든 악기가 바로 마두금으로 몽골 사람들은 마두금의 선율을 들으면 하늘을 나는 말처럼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악기 이야기를 간직한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사립박물관이다보니 5000원이라는 입장료가 부담이 되었던 것인지, 우리가 머무는 동안 여러 명의 방문객들이 입장료를 보고 발길을 돌려 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올 여름 밤 별빛 찬란한 어느 날, 먼 우주를 건너 들려오는 오르페우스의 리라연주를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한 에우리디케이다.

글, 사진 : 유석영, 조창환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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