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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40년 지킴이 ‘은하양품’

2024년 06월 12일(수) 10:08 [(주)고창신문]

 

기획 - 시장사람들


전통시장 40년 지킴이 ‘은하양품’


ⓒ (주)고창신문

고창전통시장의 은하양품은 40년째 고창전통시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은하양품은 옷과 가방, 양말 등의 잡화를 판매하는 곳으로 78세가 된 김점순 사장님은 40년 전 남편이 사우디에 가서 벌어온 돈을 자본금으로 잡화점을 인수하여 매일 새벽 5시에 문을 열었다 저녁 6시에 문을 닫고 들어가 3남매를 챙기는 삶을 사셨다고 한다. 78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고와 보이는 김점순 사장님은 부쩍 건강이 안 좋아져 6년 전부터는 딸이 가게를 이어받고 어르신은 한 번씩 가게에 왔다 갔다 하신다.

▶김점순
내가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도 고창읍은 3. 8일이 장날이었어. 그때는 시장에 사람들이 복작복작했지. 우리 가게는 발 디딜 데도 없었어. 얼마나 손님들이 많이 오는지... 물건 살 곳이 없으니 죄다 우리 가게로 와서 필요한 거 사고 놀다 가고 그랬어. 강호상고가 가까우니까 학생들도 많이 왔어. 생일선물도 사고 선생님 선물도 산다고 와. 지금 그때 그 학생들이 세월이 흘러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와. ‘아주머니 지금도 계시는지’ 궁금해서 왔다고 하며 한번씩 들리고 그래.

▶어떤 점이 기억에 남아서 지금도 못 잊고 올까요?
그냥 엄마가 좋다고 그래요. 엄마가 제일 좋다고...(김점순 딸 성은아) 손님들이 오면 내 가족처럼, 친지처럼 같이 밥 먹고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랬어. 밖에서 사람들이 기웃거리면 밥부터 먹었냐고 물어봐. 밥 안 먹었다고 하면 얼른 들어와서 밥 먹으라 그랬지. 옛날엔 죄다 연탄불이었어. 연탄불 갈아가며 밥해 먹고 그랬어. 그땐 가게가 지금의 반 밖에 안됐어. 사람들이 오면 내가 해놓은 밥 먹고 이 좁은 데서도 누워 자고 가고 그랬어. 여기가 내 집 안방 같다 해. 가게가 쬐깐해도 항시 8명, 10명, 그렇게 종알종알 앉아서 밥을 먹었어. 세상에 80키로 짜리 다섯 가마씩 먹었는데 말도 못 해. 우리 집은 시장에서도 소문난 집이었어. 시장에 그런 집이 없었어. 우리 집 같은 데가 있간디. 내가 그리 퍼주는 걸 좋아했어. 노숙자가 있으면 들어오라 해서 밥 먹이고 유기견들도 오래 돌봤어. 다리 절뚝 거리는 놈, 눈 한쪽 없는 놈, 눈 봉사 개, 덩치 큰 개, 남들이 못 키우고 버린다 하는 놈들이 불쌍해서 데려다 죽을 때까지 키웠어. 나는 다 퍼주고 내 돈이 다 들어가서 내 배가 쪼글쪼글해도 손님이 오면 밥 먹이고 그러고 살았어. 그래야 내 맘이 편하니께.(김점순) 남이 키우다 키우다 못 키우겠는 개를 데려다 키우니 이 개들이 빨리 죽어요. 개가 죽으면 엄마가 가게에서 몇 날 며칠을 울고 계셨어요. 그런 세월을 몇 십년 째 살고 계시니 이제 엄마 연세도 많고 아프시니까 더 이상 울지 말라고 이번에 가게에서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왔어요. 이제는 엄마도 아프니까 더 이상 나이 든 개, 아픈 개 데려오지 말라고요.(김점순 딸)

▶마침 고수에서 온 단골손님에게 물었다
옛날엔 멀리서 시장 보러 오면 시장보다가 쉴 데가 없었어. 하지만 여기 은하양품에 오면 사장님이 언니처럼 편안하게 대해 주시고 밥도 먹고 가라고 하니까 시장에 오면 여기부터 다녀가게 돼. 일단 여기 오면 다른 데 가기가 싫어. 그냥 마음이 그래. 마음이 편한 게 계속 있고 싶어져. 시장에 쉼터가 생겨도 거기 안 가고 일로 와.

▶딸 이름이 은아인데 가게 이름은 왜 은하라 지었는지
옛날에는 고창에서 관광버스를 빌려서 상인들 모아다 서울로 물건 떼러 다니고 그랬어. 내가 가게 물건 떼러 간 사이 남편이 점방에 이름을 붙였는데 ‘은아’가 아니고 ‘은하’라고 이름을 붙여서 왜 ‘은하’라고 했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그라데. ‘귀한 딸 이름을 어떻게 함부로 가게 이름으로 지어?’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어.(김점순)

취재하는 동안에도 단골 손님들이 와서 오래 앉았다 간다. 은하양품은 40년 전 시장을 보러 나오는 아낙네들이 팍팍했던 살림과 고된 시집살이를 이겨 나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주는 마음의 쉼터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함께 밥을 먹으면 서로의 마음의 경계가 풀리고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고객들은 김점순 사장님의 너, 나 구분하지 않는 크고 따뜻한 마음에 설령 함께 밥을 먹지 않아도 절로 자신의 슬픔과 고민, 기쁨을 사장님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며 학생들은 포근하게 맞이해 주는 사장님에게서 사랑이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고창전통시장을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가게들이 몇 안 되지만 그나마도 대부분 자녀들로 세대교체가 되었다고 한다. 세대교체가 된 가게들도 세월이 흘러 사장님들 대부분이 60대라고 하니 고창전통시장의 옛이야기들을 들을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걱정이 된다.

이미정 기자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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