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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산의 찬 바람이 잦아 들고, 고창 읍성 성곽길 위 로 봄의 기척이 내려앉을 무렵이면 고창문화의전당은 가장 분주해진다. 1, 2월의 짧은 점검을 마친 무대가 다시 화려한 조명을 밝힐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고창군민들의 가슴을 뛰게 할 새로운 시 즌의 시작을 앞두고, 무대의 막을 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동을 설계하 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고창군 문화예술의 요람 2008년 개관한 고창문화의 전당은 명실상부 고창 문 화·예술의 거점이다. 633 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전북 특별자치도 내 군 단위 공 연장 중에서는 손꼽히는 규 모와 설비를 자랑한다. 하지 만 이곳이 진정으로 빛나는 이유는 화려한 외관보다 무 대 뒤를 지키는 베테랑 전 문가들의 존재에 있다. 고창문화의전당은 김연섭 문화공연팀장을 필두로 최 성웅 조명감독, 김선욱 무대 감독, 이동준 음향감독, 정 미순 하우스매니저 등 각 분 야의 무대예술 전문인들이 상주하며 공연장을 관리한 다. 안전하고 품격 높은 무 대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은 공연 2~3일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무대를 세팅하고, 찰나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 질 수 있는 현장을 엄격하 게 지휘한다. 이러한 완벽 한 하드웨어 위에 감동의 소프트웨어를 입히는 이가 바로 주영롱 공연기획자다.
▶무대를 넘어 기획의 길로 주영롱 기획자의 이력은 전당의 전문성을 한층 두텁 게 만든다. 그는 처음부터 행정가나 기획자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시작된 열정은 대학 시절 고창농악과의 운 명적인 만남으로 이어졌고, 그는 졸업 후 아예 고창으 로 내려와 농악을 전수받으 며 지역 문화에 깊이 뿌리 내렸다. “자수성가하신 부모님 밑 에서 근면함을 배웠습니다. 고창 출신의 배우자를 만나 1남 1녀를 키우며 살다 보니 이제는 저 스스로를 ‘고창의 사위’이자‘ 고창 사람이라 부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예술가로서 직접 무대위에서 느꼈던 관객의 호흡을 이제는 기획자로서 더 넓게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현장에 안주하지 않고 전통공연예술학과 학위취득 및 전문 기획자 양성과정을 거치며 실력을 닦았다. 그 결과 국악 뮤지컬‘이팝 : 소리꽃’을 성공시키며 고창군이 두 번이나 최우수 시군으로 선정되는 데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4년에는 국악평론가로부터 ‘주목해야 할 30인’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그는 농악이라는 틀을 넘어 전당의 감독들과 함께 고창군 문화예술의 심장부를 가꾸고 있다. ▶문턱 낮은 고퀄리티 공연 주 기획자는 고창문화의전당을“안전하고 품격 높은 전당”이라고 자부한다. “전문 감독님들이 무대를 완벽히 관리해주시기에 연 간 약 30회의 기획공연을 뮤지컬, 클래식, 대중 콘서 트 등 장르의 경계 없이 수준 높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1, 2월 정비 기간을 빼 면 한 달에 최소 두세 번은 수준 높은 공연이 무대에 오릅니다.” 전당의 가장 큰 강점은 ‘문턱 낮은 고퀄리티’다. 대도시에서 10만 원을 훌쩍 넘는 공연을 고창군민들은 단 돈 3천 원에 즐길 수 있다. 그는 “작년‘이은결의 비욘드 매직’때 한 군민께서 대 도시 공연 가격을 언급하며 고창에 이런 곳이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셨을 때, 무대 뒤에서 고생하는 감독 님들과 함께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3월, 활기찬 포문을 열다 3월부터 시작되는 2026년 시즌의 첫 공연은 대한민국 최고의 감성 보컬리스트 알 리와 정인이 장식한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의 활기를 전하고 싶어 준비한 신춘공연입니다. 독보적인 음색의 두 가수가 선사하는 발라드의 향연은 긴 시간 새 공연을 기다려온 군민들 께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 니다.” 그는 기획의 최우선 순위 로 ‘작품의 수준’ 과 ‘군민의 니즈’ 사이의 균형을 꼽았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군민이 외면하면 의미가 없고, 대중적이어도 수준이 낮으면 전당의 품격이 떨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타겟 별 기획’에 공을 들인다.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 어르신 들을 위한 7080 연극, 젊은 세대를 위한 밴드 공연 등이 치밀한 계산 아래 배치된다. ▶문화가 만드는 ‘살고싶은 고창’ 지방 소멸이 화두인 요즘, 주 기획자는 문화예술이 단 순한 즐거움을 넘어‘지역 의 경쟁력’이라고 믿는다. “지난해 YB와 몽니가 왔을 때 전국의 팬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고, 유리상자 공연 때는 청주에서 예매 문의가 왔습니다. 좋은 문화 콘텐츠 는 사람을 불러 모으고 지 역의 이미지를 바꿉니다. 직 접적인 인구 유입도 중요하 지만,‘문화적으로 풍요로 운 곳에 살고 있다’는 주민 들의 자부심이 결국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그는 특히 아이들에게 전 당이 꿈의 공간이 되길 바 란다.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 들을 위한 공연을 고를 때 더 신중해진다는 그는, 무대 위 연주자의 모습에 반해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볼 때 기획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무대 뒤 조력자들 관객들은 화려한 무대 앞 모습만 보지만, 기획자의 시 선은 늘 어두운 무대 뒤편 을 향한다. “공연 한 번을 위해 무대 위의 감독님들은 2~3일 전 부터 밤낮없이 일합니다. 무 대는 위험 요소가 많아 찰 나의 방심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모두 귀가한 뒤에도 늦은 밤까지 철거 작업 이 이어집니다. 무대, 음향, 조명 감독님들과 객석의 안 전을 책임지는 하우스 어셔 들까지, 보이지 않는 곳의 땀방울이 모여 하나의 공연 이 완성됩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중극장의 한계로 초대형 뮤 지컬이나 오페라를 올리기 엔 설비가 부족할 때가 많 다. 하지만 주 기획자는“장소의 제약을 아이디어와 열 정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기획자의 숙명”이라며 웃어 보였다. ▶2026년의 기분 좋은 ‘스포일러’ 인터뷰 끝자락, 그는 올해 준비 중인 ‘비밀 카드’를 살짝 공개했다. 지난해 뜨거 운 호응을 얻었던 ‘한 여름 밤 콘서트’를 다시 기획중 이며, 연말에는 세계적인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내한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좌석은 너무 앞쪽보다는 사운드와 시야가 균형을 이루 는 중간 열입니다. 군민 여러분도 자신만의 '최애 좌석'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군민 모두가 행복한 활력 넘치는 고창을 꿈꾸며 그의 비전은 명확하다. 세 계유산도시 고창의 품격에 걸맞은 브랜드 공연을 제작하고, 지역 예술인들이 마음 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20년 넘게 농악이라는 공동체 예술을 해온 그는 ‘화합’의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공연자와 기획자의 마음을 모두 아는 만큼, 우리 전 당을 찾는 모든 아티스트에게 최상의 무대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그래야 그들이 군민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2026년 연말, ‘올해 고창문화의전당 덕분에 참 행복했다’는 인사를 듣는 것이 저희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현장을 꿰뚫어 보는 기획자의 감각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의 완벽함을 설계하는 베테랑 감독들. 이들이 함께 일궈가는 고창문화의전당은 이제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군민들의 일상에 생동감 넘치는 활력과 수준높은 감동을 선사하는‘문화 예술의 발신지'가 되었다. 한 명의 예술가가 무대를 빛내기 위해 수많은 이의 손 길이 필요하듯, 고창의 문화 예술 역시 전문 기획자와 음향·조명·무대 감독들의 든든한 팀워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고 있다. 3월, 실 력파 보컬리스트 알리와 정인의 목소리로 활짝 피어날 고창문화의전당의 봄이 유 난히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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