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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이야기_필리핀에서 온 차제니 영어선생님

“고창은 내 고향, 사랑과 희망을 배우는 곳”

2026년 03월 18일(수) 15:59 [(주)고창신문]

 

다문화이야기_필리핀에서 온 차제니 영어선생님



“사랑과 희망을 배우는 고창은 내 고향”



↑↑ 필리핀에서 온 차제니 영어선생님

ⓒ (주)고창신문



지난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고창군의 다문화 혼인 건수는 31건으로 전국 상위 5위에 해당하며, 전체 혼인 건수의 2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문화 가정이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인구 감소와 지역 공동체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웃들이 함께 살아가며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삶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이제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필리핀에서 고창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와 지역사회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차제니(41) 씨 이야기이다.

▶ 필리핀 바탄에서 왔어요
안녕하세요. 차제니입니다. 본명은 제니퍼 차베스(Jennifer Chavez)로, 그 발음을 따서 차제니라고 이름지었습니다. 필리핀 루손섬의 바탄(Battan)에는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살고 있습니다. 12명의 남매 중 저는 8번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은 엔지니어나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여건이 잘 맞지 않아, 마이크로 시티 컴퓨터 칼리지에서 컴퓨터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다닌 칼리지는 한국의 학원과 같은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를 공부한 것이 기회가 되어 2007년 취업비자(WorkVisa)로 울산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체류기간이 짧아 불편이 커서 EPS(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 시험을 통과하여 6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았습니다.
그 후 상하농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상하농원을 그만두고 지금은 성송면 ‘이공주 농장’을 운영하며 멜론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장이름 ‘이공주’는 두 딸이 너무 예쁜 나머지 지어진 이름입니다. 남편이 ‘딸바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네요.

▶ 초등학생과 어르신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잘 아시다시피,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필리핀에 유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 사람이라 초등학교와 문화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영어 공부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어르신을 만나는 것이 요즘 저의 큰 행복입니다.
저는 필리핀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매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배고프지 않고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는 것 등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문화적 차이, 언어장벽, 아플 때 더욱 외로워
당연히 어려움도 많습니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 장벽도 아직 높습니다.
언어는 다문화센터에서 4년 동안 공부하면서 장벽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로 에티켓도 많이 달라서 눈치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필리핀은 대가족이기 때문에 한번 모이면 많은 인원이 모이고 다같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서로의 유대를 느낍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나 거의 모든 공간에서 크게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 수 없습니다. 타인을 많이 배려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 어렵습니다.
또한, 아플 때 가장 외롭습니다. 저에게는 남편과 시부모님, 두딸이 있지만, 돌봄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많습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외국인들을 위한 혜택이 있다면 홍보가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 신앙은 큰 힘이 됩니다. 필리핀에서는 가톨릭이었지만, 친구의 권유로 지금은 온 가족이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 마음이 지치고 어려운 순간마다 위로와 용기를 얻습니다.

고창은 이제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사는 제 고향입니다.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도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곳을 타국이라 생각하면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주눅들고 눈치보며 외로운 이방인이 되지 말고 당당하게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내 고향 ‘고창’을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삶에 더욱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차제니 씨의 이야기는 다문화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이웃임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해와 관심이 더해질 때 공동체는 더욱 따뜻해질 수 있다. 다양한 삶이 어우러진 고창의 오늘이 서로를 품는 희망의 내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유석영 기자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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