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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관 대표의 행복한 발효기행

탐방 – 토굴발효영농조합법인

2026년 03월 25일(수) 16:18 [(주)고창신문]

 

탐방 – 토굴발효영농조합법인



김상관 대표의 행복한 발효기행



상하면에 위치한 ‘토굴발효영농조합법인(이하 토굴발효)’이 최근 굵직한 성과들을 잇달아 터뜨리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을 획득한 데 이어, 전통 된장과 고추장을 미국 뉴욕 H마트에 수출하며 ‘K-발효’의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8년생, 인생 2막을 고향 고창에서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는 김상관 대표를 만나 그가 빚어내는 장맛과 치유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토굴발효 김상관 대표

ⓒ (주)고창신문



■ 운명처럼 다가온 귀농
김상관 대표의 이력은 예사롭지 않다. 과거 금융업계에서 25년간 근무하고, 경북에서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촉망받는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50세 전에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철학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그는 돌연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고창으로 돌아왔다.
처음엔 조경수를 심으며 조용히 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나무 사이로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잡으려 심은 ‘콩’이 그의 인생 행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남는 콩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 마을 어르신들과 된장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집집마다 장 담그는 기준이 달라 싸우기도 많이 했죠. 결국 제가 직접 공부해야겠다 싶어 전북인력개발원에서 8개월간 명품 장 가공 교육을 받으며 전통장의 과학적 원리에 눈을 떴습니다.”
이후 서울시 취약계층 장 담가주기 프로젝트에서 전국 4대 메주로 선정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고, 인간문화재 선생님으로부터 조선 시대 종가집 레시피를 전수받으며 현대 과학과 전통이 어우러진 지금의 토굴발효 장맛을 완성했다.

■ ‘스마트 발효공방’과 뉴욕 수출
전통장의 가장 큰 숙제는 기후 변화에 따른 품질 유지다. 대기 오염과 불규칙한 날씨는 장맛을 변하게 하고 독소 곰팡이 위험을 높인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의 ‘스마트 발효공방’ 신기술을 전격 도입했다. 온·습도와 햇빛 양을 자동 제어해 토종 미생물만을 배양하는 이 기술은 토굴발효를 세계 무대로 이끌었다.
“고창의 황토땅에서 자란 콩과 고창 천일염, 여기에 스마트 제어 기술이 더해져 비로소 품질의 균등화를 이뤘습니다. 이 진심이 통했는지 미국 H마트에서 직접 저희 제품을 콕 집어 연락이 왔죠. 화학첨가물 없는 프리미엄 장류로 뉴욕 시장에 상륙하게 된 비결입니다.”
수출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방부제가 없는 전통장을 미국까지 보내기 위해 냉장 컨테이너를 동원했고, 45일간의 긴 여정 동안 품질을 유지하는 멸균 노하우를 농촌진흥청 박사들과 협업하며 터득했다. 대기업 장류가 저가 시장을 형성한 미국에서 토굴발효는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 ‘행복한 치유밥상’
토굴발효가 우수 치유농업시설로 인증받은 핵심 비결은 단연 ‘행복한 치유밥상’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발효기행 1박 2일’ 프로그램의 정점이기도 한 이 밥상은 철저히 고창의 로컬 푸드로만 채워진다.
누룩 소금에 재워 항아리에서 구운 기름기 쏙 뺀 돼지고기, 구시포 새우젓, 고창 땅콩을 넣어 고소하게 지은 밥, 그리고 3년 숙성 묵은지에 양파청으로 단맛을 낸 고등어조림까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이 밥상은 방문객들에게 한 끼 식사 이상의 ‘치유’를 선사한다. 아침에는 직접 만든 누룽지에 군산 박대 구이, 그리고 특제 발사믹 초장을 곁들인 죽순 요리가 제공되어 속 편한 하루를 시작하게 한다.
“처음엔 서먹해하던 부부 손님들도 함께 장을 담그고 치유밥상을 마주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최근 인플루언서의 영상 조회수가 39만 회를 넘으며 젊은 층도 많이 찾아오며, 고창의 맛에 매료되고 있습니다. 한번 경험하신 분들은 가족을 데리고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오시죠.”

■ 철저한 로컬 고집
이번 성과는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년 전 시작한 시범사업이 실제 수출과 인증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지자체, 행정과의 유기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창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등 보물이 7개나 있는 축복받은 땅입니다.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한 황토땅에서 자란 농산물은 그 자체로 명품이죠. 군수님과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성과가 가능했습니다. 받은 만큼 더 열심히 고창을 홍보하는 ‘민간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김 대표는 치유농업시설 인증 과정에서의 까다로운 심사(화장실 수압, 장애인 안전벨 등)를 통과한 자부심도 내비쳤다. 치유농업법 제정에 발맞춰 이제는 농업이 먹거리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국민의 정신 건강을 책임지는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 고창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김상관 대표는 이제 더 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특화 메뉴 개발과 전문적인 치유 농업 컨설팅을 통해 고창을 세계적인 치유 농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며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는 그의 열정은 고창 농업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다.
전통의 깊이에 현대적 과학 기술을 유연하게 덧입힌 토굴발효의 도전. 이들의 행보가 고창을 넘어 전 세계인의 식탁에 건강한 ‘행복’과 진정한 ‘치유’를 전파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창의 맑은 공기와 황토, 그리고 김상관 대표의 진심이 담긴 장맛이 머지않아 세계 곳곳에서 ‘가장 한국적인 치유’의 상징으로 기억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김민찬 기자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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