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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쌀 농가들을 몰락과 비탄의 길로 빠져들게 하고,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게 하는 큰 사건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지난 2일 국회는 추곡수매제 폐지와 공공비축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쌀소득보전기금법 개정안을 의결시킨 것이다.
추곡수매제는 정부가 수확기에 쌀을 사들여 쌀값을 안정시키고 춘궁기에 적정가격으로 쌀을 방출하는 제도로 1946년 '미곡수집령'을 거쳐, 48년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 양정제도의 상징이 되었고, 50년 '양곡관리법'으로 안착되어 박정희 정권시절 잠시 없어졌다가 부활되었고, 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발효 이후 대표적인 감축대상 보조금(AMS)으로 분류돼 '국제적 눈총'을 받아왔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양곡정책의 근간을 이루어 왔으며, 산업화 시대 도시민들에게는 값싼 쌀을 공급해주어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숨은 공로자로, 농민들에게는 단순한 가격지지효과라는 경제적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세한 쌀농가들의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 왔었다.
추곡수매제 폐지로 인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던 농민들에게 또 하나의 청천벽력 같은 악재는
지난해 말 타결된 다자간 쌀 국제협상에 따라 올해부터 의무 수입물량의 일부를 국내시장에 유통시켜 올해는 10%인 2만 2천5백75톤 이지만 내년까지는 단계적으로 30%까지 늘리도록 돼 있어 맛뿐만 아니라 질도 월등이 우위에 있으면서도 값은 3분의 1가량 싼 외국산 쌀의 국내 시판인 것이다.
추곡수매제 폐지로 인한 대응책으로 공공비축제와 쌀소득보전기금제를 내놓았다.
공공비축제는 식량안보에 필요한 일정량의 쌀을 시장가격으로 매입하여 판매하는 것인데 이 대안은 지역간 농가소득 격차가 증대되고 오히려 쌀가격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고 시가수매와 시가방출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가격이 달라 전남북의 경우는 지속적인 쌀값하락에 따른 농가손실이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되는데 정부는 지역별 소득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한다.
또, 공공비축제는 목표물량을 600만석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실 수매량은 매년 300만석 정도일 것이라고 농림부가 밝힌 바 있어 이 정도 물량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추곡수매 물량의 60%도 되지 않기 때문에 수확기 홍수출하를 조절할 기능을 전혀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쌀소득보전기금제는 쌀 가격이 15%이상 급락하더라도 목표가격의 85%(80㎏가마당 약 17만원)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구체적 방안은 6월에 나올 예정이다.
농자재의 물가인상률은 매년 10%대에 이르고 있고, 정부예산증가율도 지난해 기준 6.7% 인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치들이 쌀가격산출에 반영되어야 하나 약 17만원에는 그러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고, 또 약 17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기 가격을 기준으로 하락분의 85%를 계산하여 논농업직불제 방식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쌀값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쌀 가격을 더욱 낮추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창의 경우 논농사가 약 70%를 차지하는 가운데 추곡수매제 폐지로 인한 대책은 다른 특용작물로의 대체를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 또한 작물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한쪽으로 몰리기 십상일 것이고 그것마저도 파탄에 이르고 말 것이라는 점에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한 농민은 "추곡수매제 폐지로 인해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아도 우리 농민들에게는 추곡수매만이 살길이다'라며 "납득할 만한 대안이 있어야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너무 힘이들고 괴롭다'고 토로했다.
농업은 국가기간산업이고 생명산업이며 쌀은 우리의 주식이기에 어떻게든 농촌을 살려야 한다.
추곡수매제 폐지의 대안으로 올해 시행될 공공비축제나 목표가격 산정에 있어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고 농민들의 절실한 심경을 헤아리는 정부의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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