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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못간 처녀가 죽으면 처녀귀신이요, 장가 못간 총각이 죽으면 몽달귀신이 된다.
어느 늦은 봄날.
선운산 깊은 산 속 암자에 불공을 떠나는 맹진사댁 마님을 따라나선 몸종 매향은 일곱살적 노비문서 한 장을 들고 맹진사댁에 팔려왔다.
몸종노릇 십 년 세월에 설움도 많았건만 주인마님 따라나선 열일곱 매향은 작렬하는 봄 햇살만큼이나 터질 듯한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다.
덜렁거리며 공양물을 짊어진 먹쇠란 놈과 매향은 깊은 산사의 이름 모를 꽃 내음에 심취되어 신바람이 절로 난다.
예쁜 새색시의 족두리꽃, 뱀이 즐겨먹는 빠알간 뱀딸기, 실컷 두들겨 맞아도 좋을 것 같은 노오란 솜방망이....
주인마님 모셔두고 하산 길을 재촉하며 저멀리 서해안 낙조가 너무도 아름답다.
“쬐금만 놀다가자.” “응”
먹쇠와 매향은 눈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한기를 느껴 주섬주섬 옷을 입는데 매향의 치마가 없다.
찾아도 찾아도 또 찾아도.....
매향은 서글픔과 두려움으로 풀섭에 덥썩 퍼질러 앉아 울고 있었고 먹쇠란 놈은 맹진사의 호통과 두려움으로 저 혼자 하산하고 말았으니 남자들의 심보란 어찌 먹쇠란 놈과 다 똑같단 말인가...
매향은 밤새 치마 찾아 선운산 골을 헤매다가 실족 사 하여 오늘도 치마 없는 처녀귀신이 되어 산사를 헤매고 있고 다음날 매향을 찾아 나서 치마라도 찾아 입혀 마지막을 보내려 했건만 매향의 치마는 찾지 못하고 때늦은 죄책감에 매향과 함께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니 먹쇠는 몽달귀신이 되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매향의 치마 벗어둔 그 자리에 보라색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서 그 꽃을 보는 우리로 하여금 서글프게 한다. 훗날 그 꽃을 처녀치마라 부르며 먹쇠와 같은 남자들이 다시는 우리고을에 살지 않기를 바라는 처녀들의 기도소리가 선운산 자락의 깊은 곳에 메아리되어 남아있다.
자료제공 : 고인돌 들꽃학습원장 이 학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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