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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관세음보살...
선운산 끝자락 깊은 골짝 암자에 절간을 지키는 노승은 늦가을 무서리에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잎새와 같다.
바람이 일세라, 바람이 일세라.
밥 짓는 공양주와 삶의 낭떠러지에서 그나마 붙잡고 매달리는 불경 한 구절이 있었으니 '나무관세음보살'이다.
노승은 얼마쯤 세상을 살았을까. 노승도 모른다. 그 누구도....
인고의 세월에 깊이 패인 주름은 백 년쯤을 살았을까? (“스님. 점심공양이요.”)
노승은 코를 두어번 킁킁거리더니 손을 설레설레 저으며 절간 뒤뜰로 가버린다.
평생을 단백질이니 지방질이니 하는 사치스런 공양은 받아 본적이 없다.
그런데 웬일인가. 공양주는 노승의 기력이 너무 쇠약하여 안쓰러움에 고깃국을 끓인 모양이다.
‘나무관세음보살‘
풀섭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노승의 눈꺼풀은 내려 감기면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꺼먹. 꺼어먹...
그때였다. 노승의 손에 들려있는 무엇인가 있었으니 무서리에 길을 잃은 메뚜기 한 마리였다. 올타 부처께서 불쌍히 여기시여 기력을 회복하라 주심으로 알고 노승은 덥석 입에 넣고 질근질근 두어번을 씹고 있었다.
“스님. 오메, 세상에 이럴 수가. 살아있는 생명을 입에 넣는 다요.”
밥 짓는 공양주가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이 일을 어찌할꼬....
노승은 더 이상 씹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두 눈만 감고 있었다.
나무관세음보살...
노승은 한 구절의 불경이라도 더 생각하려 애를 써보지만 더 이상 아는 불경이 없다.
(‘부처님, 그저 불쌍히 여기시어 다시 생명으로 살아나게 하소서.’)
노승은 씹고있던 메뚜기를 죽을힘을 다해 “튁” 하며 뱉어버렸다.
메뚜기의 몸둥이는 산산조각으로 분열되어 땅에 떨어지고 노승은 기력이 다하여 열반에 들고 말았으니...
그 해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그 자리에 보라빛 꽃 한 포기와 주황색 꽃 수 천 포기가 피어나니 보라빛 꽃 한 포기는 열반에 드신 노승의 영혼 부처꽃이 되고....
주황색 꽃 수 천 포기는 분열된 메뚜기의 몸둥이가 무리지어 피어나서 동자꽃이 되었으니...
노승의 불경이 한 구절만 더 있었더라면 행여 메뚜기가 인간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한다.
고인돌 들꽃학습원장 이 학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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