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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춥던 겨울이었을까?
소한 대한에 집을 나가 객사 죽음하면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질마재의 옛 이야기가 있다.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에 콧물마저 얼어버릴 것 같은 밤이었다.
분노와 증오의 시퍼런 눈빛의 김진사댁 먹쇠 놈은 식어가는 사랑채부엌 아궁이의 온기를 느끼며 쭈구리고 앉아 도살장 백정이나 씀직한 투박한 칼을 갈고 있었다.
‘스르륵, 스르륵.’
“죽일꺼여, 꼭 죽여버릴꺼여.”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 복 없이 천한 노비로 태어나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배곯아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놈이었다.
열아홉 되던 해 김진사댁 몸종 매향과 눈이 맞아 알콩달콩 살맛도 있었는데 그 꿈은 김진사의 음흉함에 물거품이 되어 매향을 빼앗기고 말았던 것이다.
복받쳐오는 증오와 설움은 먹쇠의 투박한 칼과 숫돌과 얼음장의 부딪힘으로 스르륵 스르륵 날이 밝아온다.
이 일을 어쩔꺼나 보지 말아야 했을 것을…….
어스레히 먼동이 떠오르는 김진사댁 안채에서 도둑고양이 새끼처럼 종종걸음으로 숨죽여 나오던 매향의 저고리고름이 먹쇠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그 순간 분노와 증오의 복수의 칼날이 매향의 목에 닿고 말았으니…….
먹쇠는 울부짖고 있었다.
천한 노비로 태어나 김진사를 죽이지 못하고 목 잘린 매향의 시신 앞에서 자결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니 한 맺힌 먹쇠의 흘린 피가 빠알간 색이 아닌 노오란 핏빛으로 하얀 눈밭 얼음사이에 뿌려지니 노오란 꽃으로 피어났다한다.
질마재고을에서는 지금도 그 꽃을 얼음새꽃이라 부르기도 하며 먹쇠의 풀지 못한 복수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복수초라 불러주고 있다고 한다.
이 학 성(고인돌들꽃학습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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