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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화에서 봤음직한 아담한 건물은 그동안 겪어왔던 격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야할 학교 운동장은 어딘지 모를 허전함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농어촌 인구감소로 학생수가 급감하는 사회적인 현상은 석곡초등학교도 비켜가지 못하고 내년 2월 83회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석곡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우리가 지난날의 역사를 알고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에 의한 ‘기록’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기록이 없었다면 고구려, 백제, 신라 등 한반도의 암울했던 역사는 어떤 것에 의해 알려졌을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일까 올해 3월 석곡초등학교로 부임한 이덕호 교장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버릴 석곡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하여 교지 차원이 아닌 역사·문화지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 개교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동문들의 애환과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책에 담아 가슴에서 가슴으로 멀리 후세에까지 유전하고 싶은 것이 이덕호 교장과 모든 석곡 가족들의 뜻이다.
이 교장은 “교사는 부임지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한다”며 “학교라는 것은 고향의 뿌리이자 문화의 터전이라고 생각해 석곡출신들의 염원이라 생각하고 역사 문화지를 발간해 출판기념회와 졸업식을 동시에 열 계획을 잡았다”고 전했다.
졸업식이 곧 폐교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석곡초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기에 모두들 모여서 웃으며 학교를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교장의 생각이다.
요즘 이 교장은 1분 1초의 초침이 옮겨질 때마다 초조함을 느낀다. 석곡으로 부임하기 전에 폐교 명령이 내려졌고 졸업식까지는 이제 5개월 정도가 남았으나 아직까지도 석곡 역사 문화지에 실릴 동문들의 살아있는 전설이 될 원고들이 아직까지도 부족하다.
이 교장은 동문들이 어릴 적 꿈 많던 시절 초등학교 교정으로 돌아가 그때 밟아 봤던 땅이며, 나무, 바람, 하늘까지도 모두 담아 보내주길 희망했다.
석곡초등학교의 83년이란 역사 앞에 폐교를 앞두고 있는 학교의 교장으로서 이덕호 교장은 너무나도 안타까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직도 석곡초 학생들은 그들의 터전에서 보고, 배우고, 느낄 것들이 아주 많은데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학생이라곤 고작 11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학교에서도 대내외적인 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다.
안태현(4년)학생이 농촌사랑 전국 어린이 글잔치와 동백연에서 장려상을 박소민(4년) 학생이 동백연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6학년 안은지학생은 전라북도 교육감 표창과 고창교육청교육장 표창, 동백연에서 장려상, 발명경진대회 발명캐릭터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석곡의 명예를 드높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독서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어 얻게 된 결실이다.
또 영어, 컴퓨터, 한자, 피아노, 도자기 5개 분야를 방과후 특기적성교육활동으로 무료로 실시하여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개인지도가 가능해 학생들의 습득력이 좋다. 도시체험활동을 통해 농촌에서는 체험하지 못했던 음식이며 문화활동까지 최상, 최고급의 코스로 아이들의 유년기를 멋지게 장식해 주었다.
학생들의 웃음과 행복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는 곳, 선생님들의 사랑과 희망이 베어있는 석곡. 비록 폐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제자리에 우뚝 서 있어야 하지만 약 5천 2백여명의 졸업생들의 숨결은 그대로 남겨져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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