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학년도부터 시행되어온 대학입학전형제도의 기본 방향은 대학은 그 설립목적 및 교육목표에 따라 다양한 입학 전형제도를 마련.운영하여 특성화를 지향하고 자율성과 책무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도록 하고 있으며, 정부는 각 대학의 입학 전형에 학교 교육 정상화를 도모하고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시키며 학생의 진학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본적 사항만을 제시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개발하고 시행하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존중하는 전형 자료 활용, 총점 위주의 선발 전형에서 벗어나 다단계 전형 적극 도입, 각종 특별 전형 활성화로 여러 줄 세우기에 의한 학생 선발, 대학 진학 기회의 실질적인 형평성 확보를 위해 취업자, 농어촌 출신자, 실업고 출신자, 학교장 추천제 등 특별전형의 활성화, 종래의 시험 성적 중심의 획일적 선발 관행에서 탈퇴하여 기초 학력을 바탕으로 특기, 경력, 품성 등 다양한 요소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행하는 것 등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전형 방법의 제시는 결국 대학 입학 전형 방법이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과 각 대학이 자체의 특성에 따라 고등 교육 기관의 역할과 비전에 부응하는 전형 제도를 개발한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2008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2002학년도부터 시행해온 여러 줄 세우기 전형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검토해 보아야 새로운 대입 전형의 성공에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풀려고 하면 얽히는 입시제도
2002학년도 대학 입시 전형 제도가 발표되었을 때, 수능에 목숨 걸던 입시 제도를 탈피하는 획기적인 제도에 교육계는 벌집 쑤셔 놓은 것 같았다. 기대와 우려가 크게 교차하는 중에서 고등학교 진학 담당 교사들조차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가운데, 교육부로부터는 공부를 못해도 적성에 따라 자신의 소질을 갈고 닦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핑크빛 청사진이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각종 경시대회에 참여하여 입상 실적을 갖추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부지런히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도록 아이들을 독려하였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매우 실망스럽게 전개되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개발하고 시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은 우수한 아이들을 서로 먼저 많이 확보하려는 대학들의 이기주의만 경쟁적으로 북돋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대는 2+1 수능 체제를 장담하여 학부모와 수험생들을 안심시키고자 한 교육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3+1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질세라 수도권의 명문대들의 3+1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뒤따랐다. 국, 영, 수에 집중 투자하는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입시 지옥에서 해방시켜 보고자 했던 교육부의 고심은 대학 이기주의에 보기 좋게 나가떨어진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수능은 수능대로, 내신은 내신대로, 만일에 대비하여 각종 경시대회의 실적까지 따로 갖추고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까지 다 해내어야 하는 초인적 고교시절을 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또한 소모적 입시 준비에서 아이들을 해방시킨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수시제도는 우수한 학생들을 미리 확보하겠다는 대학의 욕심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고액의 전형료를 부담시키며 1차 합격자를 몇 배수로 뽑는 고단수의 재정 확보책까지 되어 주면서 대학만을 살찌우고 고등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역기능이 심화되면서, 급기야 수사 1차제도 폐지를 고려하는 단계까지 와 버렸다.
힘을 합치면 풀 수 있는 교육 난제(難題)
엉클어질 대로 엉클어진 우리나라의 교육 난제는 예수님, 공자님, 부처님이 힘을 합해도 못 푼다는 한숨 섞인 우스개가 있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경쟁력을 극대화시켜가는 사회의 정황에다 세계에 유례없이 높은 부모의 교육열이 맞물려 입시 정책 좀 어찌 바꾸어 본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새로 발표한 2008학년도 대입전형제도도 그다지 환영받는 낌새가 아니다. 급작스럽게 내신 중심으로 바뀐 입시 전형 제도는 해결 안 되는 사교육비 문제나 이기적인 대학의 입시 전형을 극복해 보자는 것이겠지만, 벌써부터 고교 1학년 교실은 아이들을 비인간적인 학력 경쟁 속으로 몰고 간다고 아우성이 빗발친다. 평상시에 내신을 관리하기 위해 모든 교과의 과외를 받아야 한다니 사교육비가 절감되기는 애시당초 틀린 이야기이다.
그러나 언제나 현재를 극복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현실적으로 대학교, 고등학교, 학부모, 교사, 학생들 사이에 실타래처럼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갈등과 분열을 최소화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갈등 속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원칙을 접고 교육의 난제 속에서 답보하기 보다는 미래에 대비한 교육 정책을 세우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를 세우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마다 천차만별로 전형 제도를 달리하는 여러 줄 세우기 입시제도가 아이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오히려 늘리고 진학 지도의 베테랑이라는 교사들조차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버리는 난맥상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입시 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하여 억지로나마 아이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한 것은 미래 사회의 중요한 가치인 개성과 다양성을 기르게 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바탕을 만들어 줌으로써 우리 사회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고 생각한다.
갈등과 혼란 없는 전환기가 어디 있을까. 지금 우리 교육은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일으키고 있는데, 구태를 벗고 신속하게 변화하려는 노력을 거듭거듭 하지 않으면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주도하는 에너지를 창출하기는커녕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물려 들어가 산산조각 나는 비극을 겪고야 말 것이니, 용광로처럼 끓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라도 미래를 정확히 짚고 시대를 앞서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