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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머리에 은비녀 꽂은 꼬부랑 우리 할매는 기나긴 겨울 식구들이 끓여먹을 무우시래기를 모아 머리에 이고 돌아오시는 길에 땅개비 몇 마리를 잡아들고 오시며 정녕 손주녀석들을 생각하셨을 것이다.
외양간 여물 솥 아궁이에 볏짚 몇 단 불사르고 노릿노릿 구워낸 고소한 땅개비맛과 여물 솥에 시래기 삶던 그 맛난 냄새를 몇이나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따끈따끈한 아궁이에 손자들 불러 모아 큰땅개비는 장손 몫이요, 제일 작은 것은 손녀딸 몫이니 손녀딸 주둥이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바람이 가득하다.
할매 손자들 모아놓고 이르시기를 "쓴 것은 약이요 단 것은 독이니 단 것은 뱉어버리고 쓴 것만 삼키며 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단순한 가르침을 지키지 못하고 단 것은 삼키고 쓴 것을 뱉어가며 살고 있으니 우리들 모두가 뱉어버린 그 쓴 것들이 모여 늦가을 무서리에 마지막 생명의 끈을 붙잡고 암치제 넘어가는 양지바른 울 할매 무덤가에 자주쓴풀꽃으로 피어있다.
고인돌들꽃학습원장 이 학 성
홈페이지 : www.flower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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