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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초열흘날은 들창코영감 회갑 날에 배 터져라 얻어먹었고 스무하룻날은 용범이할매 제삿날이것다.
오늘같이 달 밝고 추운 보름날엔 왜 잔칫집 한곳도 없다냐?
기다리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이 많은 거렁뱅이 팔자련만.......
요즘은 영 신통치 않은 것이 다들 먹고 살기가 어려운 것인가 보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땡중 행세라도 해야것다.
폼 나게 목탁 들고 어느 부잣집 문간에 헛기침을 허고 나니 그 집 머슴 돌쇠 놈이 머리 숙여 합장하며 (“스님 어서 오시오. 안방마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랑채에 좌정하고 진수성찬 대접받아 하룻밤을 보냈는디....... (“돌쇠야 스님 방에 지필묵이나 챙겨드려라.”) 이 소리가 뭔소리디야 거렁뱅이 땡중에게 지필묵이라니 큰일이다 큰일 나 버렀다.
“그나저나 얻어먹은 밥값은 해야헐턴디 어쩐 디야.”
궁리 끝에 먹물을 쓱쓱 갈아 방바닥에 부어놓고 아랫도리를 홀라당 벗어 덜퍼덕 먹물위에 앉은 다음 종이위에 사알짝 앉았다 일어서면 보기 좋은 나비그림 한 장이라.
통통 살찐 몸뚱이는 땡중 놈의 쓸만한 물건이 제대로 찍혔으니 어찌 안방마님 탐내지 않것는가!
그 거렁뱅이 땡중 행세 허다가 안방마님에게 홀려 그 집 귀신이 되었다고 하더라.
어느 산사에 그림같이 피는 나비난초꽃 한 송이는 그때 그 땡중 놈이 찍어놓은 아랫도리 물건을 꼭 닮아 핀다고 한다.
고인돌들꽃학습원장 이 학 성
학습원홈페이지: http://www.flower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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