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
“강학(講學)과 수선(修禪)의 도량”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선운사의 주지로 책임을 맡은 지 한 달 보름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4월 인수인계를 받고 처음 일주일 동안은 무척 힘들었으나 이것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생각했고 선운사를 위한 일이라고 여겼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선운사 역대 주지 스님들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도량을 정비하는 등 사격(寺格)을 일신하셨으니 그 토대위에서 사찰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교구 본사다운 본사로써 독자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교구차원내지는 지역에서도 선운사가 제대로 된 본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할 것입니다. 조계종단에서는 최연소이자, 선방에서 정진만 해오던 스님으로 본사 주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주지의 소임을 맡았다고 해서 저에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2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지금까지 선운사에서 살아오면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부처님을 섬겼고 대중과 함께 지내왔습니다. 예불이며 공양이며 어느 것 하나 다르게 하지 않고 선운사에 관련된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앞날을 내다보며 10년, 20년 더 나아가서는 100년 후를 생각하며 “진정성” 즉, 거짓 없이 진실 된 마음으로 모든 것에 임할 것입니다. 선운사는 걸출한 고승대덕(高僧大德)들이 많이 배출되어 사격(寺格)을 드높였습니다. 조선 후기 화엄학의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설파 상언(雪坡尙彦) 스님과 선문(禪門)의 중흥주로 추앙받는 백파 긍선(白坡亘琁) 스님을 비롯하여, 구한말의 청정율사 환응 탄영(幻應坦泳) 스님, 근대불교의 선구자 박한영(朴漢永) 스님 등이 선운사에서 수행하면서 당대의 불교를 이끄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선운사가 가장 으뜸으로 손꼽히는 것이 우리나라 최고의 지장성지라는 것입니다. 특히 하늘과 땅과 사람을 상징하듯, 선운사 본찰에는 인장보살이, 선운사 참당암에는 지장보살이, 선운사 도솔암에는 천장보살이 계십니다. 그 중에서도 도솔암은 예부터 지장보살님의 무수한 영험이 나투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불자들에게 지장신앙에 대한 것을 널리 알리고 선운사가 그야말로 지장신앙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선운사 앞에 흐르고 있는 도솔천을 중심으로 옛길을 복원하고 도솔천 안쪽으로는 신앙의 공간으로, 바깥쪽으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템플스테이며 녹차시연 등의 장소를 조성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박물관 내지는 갤러리 같은 문화공간을 확보하고 자연친화적으로 흙과 자연,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러한 계획들은 선운사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지역민을 위한 일이고 선운사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선운사에서 고급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절도 보고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만끽하면서 문화도 향유할 수 있도록 전시회라든지 작은 음악회를 자주 여는 것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사료됩니다. 또, 도시와 농촌 간 직거래장터를 열어 복분자, 수박, 고추 등 고창의 농 특산물을 중심으로 생산농가와 직접 연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서울에 있는 유명 사찰들과도 이야기가 잘 되고 있어서 이런 행사를 개최한다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제 삶 중 절반이 넘는 세월을 선운사에서 살아왔기에 제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고창을 많은 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위에서 언급한 일들을 금년 안에 시작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선운사의 작설차 또한 선운사의 브랜드를 내걸고 “천년고찰 선운사에서 만든 녹차는 역시 다르구나” 하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녹차의 고급화를 꾀해 선운사 작설차의 명성을 높이겠습니다. 허허 너무 사업적인 얘기만 했는데요
우리의 삶은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다 보면 그로 인해 생태계 파괴나 오염 공해 등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는데 정신적인 자유를 찾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사상이 연기(緣起)와 무아(無我), 중도(中道)입니다. 세상은 연기(緣起) 즉 인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라고 하는 존재와 세상의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이 무아(無我). 그것을 바로 깨달아 올바르게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중도(中道)입니다. 그것이 부처님이 가장 강조하시는 부분입니다. 저는 본사 주지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전의 삶과 똑같이 살아가되 한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일을 양명(陽明)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햇빛이 들어와 모든 것을 밝게 비춰주듯이 사찰에 관련된 일들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올곧은 판단으로 살림해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모든 결정은 최종적으로는 내 스스로가 해야 하기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가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이 위치에서는 외로울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 결정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 탓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이는 어려운 때 일수록 일을 즐기면서 하라고 합니다. 사실 개인적인 일이라면 즐기면서 할 수도 있겠으나 나의 결정으로 인하여 타인과 지역 그리고 선운사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부분이 있기에 즐길 수는 없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최대한 양명(陽明)하게 공심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앞으로 선운사의 변모한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라며 마지막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고창군민 여러분 모두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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