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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야생녹차와 작설차 그리고 우룡 스님..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 속에서 그들의 삼각관계는 시작되었다.
참새의 혀처럼 생긴 갓 나온 차나무의 어린 싹을 따서 만든 차라는 뜻의 작설차. 도대체 그것이 어떤 것이기에 우룡 스님을 그토록 끌리게 만들었는가. 드넓은 산중에 외로이 자생하고 있던 야생 녹차의 측은함 때문이었을까, 모진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선운산을 지키고 있었던 우직함 때문이었을까. 그 해답은 우룡 스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이 되기 이전부터 차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우룡 스님은 1988년 불교계에 입문하고 91년 참당암에서 선방공부를 하던 시절 선운산자락에서 자생하고 있던 야생녹차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지금까지의 연을 만들었다. 처음 야생 녹차를 접하고 1년 반이란 세월을 잡목제거에만 주력했고 헤아릴 수 없는 스님의 손길로 인해 야생 녹차밭은 차츰차츰 그 면모가 갖추어지기 시작해 현재는 약 10만평의 단지를 조성케 했다.
10여년의 세월동안 오로지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념하나로 야생 녹차와 동고동락한 우룡 스님.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어찌 평탄한 길만 나올 수 있겠는가. 우룡 스님 또한 혼자 몸으로 쉽지 않은 길을 택했던 지라 작설차만 생각하면 저 가슴속 밑에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한 야릇한 감정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선운사의 진귀 식품으로도 손꼽히는 작설차. 그 작설차를 품에 안은 세월 동안 우룡 스님은 더욱 더 강해질 수 있었고 작설차에 대한 열망은 커져만 갔다.
지금 야생 녹차밭을 가보면 고랑 사이사이로 호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자연친화적으로 녹차를 재배하기 때문에 토양정화에 탁월한 호밀을 심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야생 녹차밭 일부가 친환경 유기인증을 승인 받아 웰빙 시대를 맞이하여 유기 친환경인증 녹차의 명성과 선운산 작설차의 부가가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기농산물이란 3년이상 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을 말하는데 내년쯤이면 야생 녹차밭 전체가 친환경인증을 받을 것으로 우룡스님은 전했다.
작설차는 세작이라고도 불리는데 은은한 향과 빛깔이 옥과 같고 맛이 강한 차라고 한다. 때문에 작설차를 내는 물은 수돗물 보다 석간수나 자연수가 좋다. 우룡스님은 작설차를 마시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이렇게 말했다. “1인분 차의 분량은 약 2g 정도로 다관(차 주전자)에 넣고 70~80℃로 식힌 물을 붓고 차 맛과 농도 을 고르게 하기 위해 2~3분 정도 우려낸 다음 조금씩 찻잔에 따라서 마시면 됩니다”.
우룡스님은 “좋은 차 일수록 차에 담긴 오미(五味)를 느낄 수 있다”며 “선운산 작설차는 그 어떤 차보다 오미(신맛·쓴맛·단맛·짠맛·매운맛)를 완전하게 느낄 수 있다”고 극찬했다. 차를 마실 때는 오른손에 찻잔을 들고 왼손으로 찻잔을 공손하게 받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여 차에 담긴 오미(五味)와 화경청적(和敬淸寂)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선운사 작설차의 재배조건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서 수확시기도 타 지역의 녹차보다 20일이 늦고 수확을 마감하는 시기도 20일이 빠르다고 한다. 차를 만드는 기술차이에서도 그렇고 차 밭이 북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맛과 향이 찐한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같은 찻잎을 가지고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차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선운산 작설차는 덖음차의 일종으로 우리나라 전통차 제조방법인 구증구포 제조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구증구포는 아홉번을 쪄서 아홉번 말리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커다란 무쇠 솥에 찻잎을 넣고 가열하며 건조한 뒤 이를 멍석에 널어 손으로 조심스레 비비면서 건조하는 과정을 아홉번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구증구포를 거치면 찻잎이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건조돼 차 본연의 은은한 향과 깊은 맛을 그대로 간직한다.
우룡스님은 “차는 마시기 편안한 차, 마시고 속이 편안한 차, 가격 부담이 없는 차에 중점을 두고 녹차를 재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선운산 녹차는 우룡 스님만의 개인 사업이 아닌 영농법인으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여 금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추석 전쯤 해서 판매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전국 유명 사찰과 차 업계에서는 선운사 작설차의 진면목을 잘 알고 있어 수도권 쪽에서는 인지도가 높다고 한다.
선운산 작설차는 그리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차이다. 천년고찰 선운사의 역사와 함께 한 선운산 작설차는 동국여지승람이나 세종지리지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고창지역의 대표 토산품으로 임금님께 진상되었다고 한다. 불교탄압과 함께 차 문화가 크게 쇠퇴한 조선조에서도 고창을 대표하는 토산물로 임금님께 진상되었다는 것은 선운산 작설차의 빼어남을 익히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넝쿨 속에서 수많은 잡목과 함께 묻혀져 있던 야생녹차. 그 야생녹차의 진귀함을 쉽게 지나치지 않고 오늘날의 작설차로 만들어지기까지 이판사판(理判事判)으로 임했던 우룡 스님. 이제는 우리가 그를 그리고 선운산 작설차를 따뜻하게 안아줘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그 둘을 안아주기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고창의 미래와 선운산 작설차의 보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 중 하나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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