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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 가서 천왕문으로 들어서면 맨 처음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만세루이다. 이 만세루는 예전에 강학당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대웅보전 앞 쪽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나란한 앞 뒤 기둥은 700년이 넘는 기둥이다.
이 두 개의 아름드리 기둥은 고려시대의 기둥으로서 옛 자취를 그대로 품고 있다. 이 건물이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원목을 가공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생김생김에 따라 짜 맞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나무토막을 이어 올려서 290cm라는 높은 기둥을 만들었으며,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나무만으로 조립해 지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만세루의 천정을 보면 원목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목재는 다른 건물을 짓고 남은 자투리 나무라고 한다. 일제시대에 한국 민속에 대해 조예가 깊은 일본의 민속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이 만세루의 대담하고 역학적인 기술로 건축된 모습을 보고 경탄해 그 기둥 앞에서 합장배례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자투리 목재를 이어 만든 이 건물은 아무리 쓸모없는 나무토막이라도 어우러지면 훌륭한 건물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렇게 건축된 만세루는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라는 교훈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목재의 선을 그대로 살려 그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무장면 덕림리에 위치한 용오정사이다.
현재 전라북도유형문화재 제 91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곳 용오정사는 1920년에 시공하여 1921년에 완공한 건축물이다. 현재 정관원 정방규 선생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 이곳은 강당을 비롯한 상운루와 홍의재 등의 건물이 있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의 눈을 끌었던 건물이 홍의재이다.
이 홍의재 건물에서 S자형 기둥을 보고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현재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정계석씨는 “이 건물의 기둥은 건축목재 중 남은 자투리를 모아 기둥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 기둥의 길이가 짧아 다시 덧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덧붙이기도 했다. 목재를 가공하지 않고 그 선을 그대로 살려 건축한 홍의재의 멋이 바로 이 S자 기둥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결국 만세루의 교훈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쓸모없는 자투리가 만들어 낸 멋스러움은 우리 선조들의 예술적 혜안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주는 공감대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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