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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 만경강 뉘엿해진 늦살배기 물살도 맨발로만 달리던 농투성이들의 아우성 못자니 죽어서야 눈이 부시는 떼 나비 은행잎 노란 저 나비 떼들
빼 마른 삭신을 가지 끝에 내걸고 오뉴월 땡볕에 피 말렸으니 조바심 잦은 이승의 날개 짓 말고도 한결 가벼워진 혼은 어김없이 승천하리
하, 수상타 깊은 연애병 깊어진 누이의 눈길이 인천강 건너 포승줄 같은 농로만 겨누었던지 떼 나비 촉수마다 통한의 시위 당겨 정인의 주검 그 뒷소문만 겨누었던지 여하 간에 막후절충 한번 없이 허물린 목숨 그들의 어여쁜 목숨들이 만경강 저편 은행나무에서 지금 막 탈속을 시작했다.
여 : 꽃이 지고 있다. 사람의 마을에서 꽃이 지고 있다. 피는 일이 무상하듯 지는 일 조차 그리도 덧없었구나.
지는 저 꽃잎마다 애간장이 다 녹아 노을로 번지고 있다. 지는 꽃잎들 노을로 번져 온 천지를 물들이니 꽃 지는 세상을 배경으로 사람들도 그토록 저물어 갔던 것이구나. 아! 모두들 그렇게 저물었음으로 그대 또한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삶의 한 모서리를 쓸쓸히 베이겠구나.
남 : 끝끝내 터져 나온 보국안민의 함성이 총검 앞에 무참하게 도륙당한 날이 있었다. 천개를 묶어 하나가 되고 하나를 쪼개 만인이 누리자던 노릇이 섬김의 참뜻을 져버려 부질없구나.
“댓잎 솔잎 푸르다고 봄철인 줄 알지 마라”
가여운 파랑새 심장을 터뜨려 뿌린 피는 역사의 텃밭에 자유 평등의 싹으로 돋았으되
여 :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간 꽃들이 승전보다 어여쁘던 그 패전이 붉을 사 붉을 사 하얀 옷에 얼룩져 이토록 아픔이다.
거룩하게 일어나 아름답게 쓰러진 임들이여! 이제금 다시 일어나라 일어나 꽃이 되고 겨레의 넋이 되고 고요가 되고 묵념이 되고 나아가 때 묻지 않은 믿음 되라.
합송 : 이르되 하늘은 온후하여 땅을 덮어주고 땅은 인자하여 만물을 기른다 하였다. 섬기는 도리가 모쪼록 명정하였건만 애석타 이에 이르지 못한 세상이었으리- 말씀이 모자라 무너진 사직은 없고 가르침이 더디어 흐트러진 인륜은 없었다. 오천년을 어질게 이어온 민초들이 떨치고 일어나 회오리친 그날의 태풍 백열세 개의 디딤돌을 징검징검 밟고 와 오늘 이 역사의 현장에 뜨겁게 뜨겁게 물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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