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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선 칼럼 왜 논술인가 - 박 규 선(전북도 교육위원)

2008년 03월 21일(금) 16:28 [(주)고창신문]

 






논술이 화두인 시대가 되었다. 한때 열린 학습으로 온통 학교가 벽을 허물면서 큰 변혁을 가져왔다. 지식정보화사회를 강조하면서는 ICT활용 수업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로 보였다. 수준별 수업이나 재량 활동이 맞춤형 교육으로 위풍당당하게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신문 광고란이나 사설학원이 독서와 토론, 논술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고 있으며 독서 지도사 양성과정이나 논술 강좌에는 주부들로 초만원이다. 창의적 사고와 논술 관련 책들이 폭설처럼 쌓이고 있다. 과거의 정책처럼 논술도 한 시대를 풍미하고 말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논술은 종합 고등사고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최근 논술 폭풍우가 불어 닥치게 된 것은 대학의 수능시험 변별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과거 학력고사와 대학별 고사가 학생 선발이라는 기능을 담당하고 그 역할을 상실했듯이 이러한 논술은 언젠가는 수명을 다할 것이라 믿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발등의 불로 다가온 논술이지만 대학 입학시험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힘들게 논술에 매달릴 교사도 적다. 이것이 현실이다.
논술은 시대의 흐름
그러나 논술의 역사는 유구하다. 우리의 과거제도는 논술시험의 한 부류이다. 과거시험은 정치나 학문, 사회관습 등의 전반적인 분야와 연관을 지으면서도 당시의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일종의 통합교과적인 논술이었다. 평생 하늘을 보지 않겠다고 삿갓을 쓰고 살았던 천재시인 김병연이 가산 군수의 충절을 찬양하고, 선천방어사로 홍경래에게 항복했던 조부 김익순의 죄를 규탄하라는 시제로 장원을 했을 때 역시 과거시험이었다. 이러한 제도가 객관적인 선다형 문제로만 출제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가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과거시험 유형의 논술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논술은 선진국 교육의 큰 흐름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독서와 토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단독과제형 통합 논술이다. 우리가 모방하기 위해 열심히 외우고 남들을 따라가기에 바쁠 때 8천만의 프랑스는 정신문화를 창조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출발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철학상의 사조는 우리 주변 미장원에 침투하여 머리스타일까지 변화시키는 등 커다란 영향을 사회 구석구석에 끼쳤다. 영국의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은 4,5개 과목을 과목당 3시간씩 논술로 치루고 있으며, 독일의 아비투어, 호주의 대학입학논술시험 등은 이들 국가들을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최근 미국에서도 오랜 전통을 깨고 논술 시험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논술 교육을 따로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수업이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고 평소 과제가 독서와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 논술 사교육 시장이 없다. 이런 점을 볼 때 교육부가 토론식 수업과 독서, 논술을 강조하는 이유가 밤하늘에 잠깐 빛났다가 사라지는 별은 분명 아니다. 현재 우리 대학 경쟁력은 우리의 물질적인 풍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의 하버드나 MIT 등이 공부벌레처럼 공부에만 전념하게 하는 풍토도 이유이지만 토론을 통한 창의적 사고력을 위한 교육이 그 바탕이다. 세계 최고의 공대인 MIT골목의 서점에 가장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 수학과 철학을 모든 교과에서 중요시하고 있는데 모두 논리력을 중시한 결과이다. 사고를 정교화하려는 노력이 수학과 철학, 그리고 글쓰기로 모아지고 있다. 첼로 연주가 장한나가 하버드대학을 다니면서 수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하는 공부과정이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이런 면에서 인간 생활의 기초가 되는 논술과 수학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이것이 모든 학생이 논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고 모든 교사가 논술을 지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논술은 교육의 최종 완성 단계
교육은 사고력을 키우는 일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가 사고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은 생각하는 힘의 수준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종합적 고등사고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논술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자아실현과 인격의 완성은 깊은 사고를 통한 글쓰기에서 조화롭게 이루어진다. 논술을 포함해서 글쓰기는 자기 반성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교육부는 토론식 수업과 주관식 시험, 논술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사교육 시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 이유도 토론과 논술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선진국을 전범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력은 또한 날로 치열해 가는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논술은 가장 적극적인 학생 중심의 활동이다. 교육이 사고력 향상에 있고 사고력을 정교화하는 작업이 글쓰기이기 때문에 논술은 교육의 최종 완성 단계이다. 우리의 과거시험이나 교육 선진국이 논술력을 측정하고 현재의 교육과정이 창의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논술은 우리의 교육 수준에서 도달해야 할 마지막 수순이며 종착지이다. 그동안 교육의 여러 형태들이 교육의 본질보다는 수단에 집착했기 때문에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이 사고력 함양에 있고 그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 논술이기 때문에 논술 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접근이다. 논술이 흔들릴 수 없는 이유이다. 지금껏 암기식 모방 교육이 현재의 우리를 존재하게 했지만 이제는 생산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 그 많은 과정을 통해 도달해야 할 길에 이제 우리 교육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왜 지금 논술인가에 대한 답이다. 이런데도 과연 논술이 한 시대를 풍미하고 말 것인가? 여하간 논술은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우리 몫임에 분명하다.

고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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