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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선 칼럼 - 가정교육이 교육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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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규 선(전라북도교육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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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30일(수) 10:05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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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고창신문 | |
누구나 대부분 그러겠지만, 내 삶의 뿌리 역시 평범한 촌부(村婦)이셨던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렸을 적 농촌에서 정미소를 운영했던 우리 집은 부자는 아니었지만 그다지 식량에 구애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가끔씩 어머니는 큰 가마솥에 밥을 지어 온 동네 사람들을 푸짐하게 먹이곤 했으니 말이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는 이집 저집 허드렛일을 도우며 떠돌던 아무개 씨가 있었는데, 어머니는 그이가 나타나면 쌀밥을 고봉으로 꾹꾹 눌러 담아 아버지와 겸상을 시켰다. 대궁밥 먹기 일쑤였던 우리들로서는 어머니의 그러한 처사가 때로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어머니는 매우 부지런하고 검약한 성품이었는데도 남에게 베푸는 일에는 아낌없이 손이 크신 분이었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여덟이나 되는 자식들의 험한 앞길에 돌 하나라도 더 놓으려는 모정으로 덕을 베푼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내 앞가림도 잘 못하면서 남 일에는 냉큼 앞장서는 오지랖 넓은 탈이 있는 것은 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넓은 오지랖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덕택에 나는 지금껏 좋은 사람들 속에서 외롭지 않았고, 언제나 과분할 정도로 많은 벗들과 동료들, 훌륭한 지인들이 곁에서 내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내가 크게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일깨워 준다.
밥상머리 교육의 필요성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교육의 뿌리는 가정에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다. 자녀들은 가정교육을 통해서 가족구성원의 역할, 인간생활의 크고 작은 규칙, 삶의 목적, 사회의 이상, 결혼이나 직업 등 인생의 중대한 과업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 등 공동생활에 필요한 규범과 가치 등을 학습하는데, 이러한 것은 인생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어떤 교육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하는데, 이 모든 것의 시초는 가정의 와해, 가정교육의 붕괴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네 전통적인 가정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조부모와 부모를 모시고 위아래로 많은 형제들 속에서 살면서 저절로 언행을 조심하는 법뿐만 아니라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법을 체득하고, 엄격했던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으로 예의범절과 기본생활습관을 익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자애로운 어머니라 하더라도 자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아낌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노부모를 모시지 않는 젊은 부부들이 한두 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 중심의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게 보편적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각 가정에서 대부분 왕자요 공주이다. 어렸을 때부터 과잉보호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이상 열기에 휩싸여 있는 조기 교육부터 시작하여 어렸을 때부터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심과 학력지상주의에 똘똘 뭉친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오직 학습에만 내몰리느라고 부모에게 밥상머리 교육은커녕 얼굴 맞대고 이야기 나눌 새도 별로 없는 현실이나,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기대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안시현 골퍼와 김은혜 앵커의 어머니
그렇지만, 언제나 훌륭하게 자란 젊은이들은 있는 법이고, 그들의 뒤에는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부모들의 가정교육이 있음을 본다. 제2회 MBC 엑스캔버스 여자 오픈 골프대회에서 박지은 선수와 선두 다툼을 벌인 끝에 우승을 거머쥔 안시현 골퍼(golfer). 그는 네 살 때부터 웅변, 무용, 피아노, 미술, 테니스, 수영 등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의 부모가 무작정 유행하는 사교육 현장으로 아이를 끌고 다닌 건 아니다. 어떤 쪽에 재능이 있는지 살펴보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항상 아이가 즐거워하는지 지켜봤고 지루해하면 곧바로 그만두게 했다. 골프는 가족이 함께 취미 생활을 즐기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안 프로가 유난히 좋아해서 계속 시키게 된 것이다. 안시현 프로의 부모는 세상을 보는 눈과 자신을 돌아보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주말마다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잘못을 하면 매를 드는 대신 10분 동안 시간을 주어 스스로 잘못한 점과 잘못하지 않은 점을 찾고 용서를 구하게 했다. 어린아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게 부모의 생각. 덕분에 안 프로는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오늘날 가정교육의 좋은 모델이 아닐까 싶다. MBC 기자 출신으로 여기자 앵커 1호라는 명예스러운 별명을 지는 김은혜 앵커의 경우도 훌륭한 가정교육의 결실이라고 할 만하다. 그의 어머니는 늘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은 김은혜 앵커에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다. 김은혜 앵커의 부모도 안시현 프로의 부모처럼 아이들에게 자연을 벗 삼게 해주려고 여행을 자주 다녔다고 한다. 그는 원칙을 중시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릴 적 받은 엄한 가정교육 덕이라고 말한다. 그의 어머니는 잘못할 때마다 매로 단호하게 다스렸는데, 매를 정해놓고 꼭 약속한 부위만 때리고, 어머니만의 남다른 원칙은 늘 혼내기 전에 5초 정도 숨을 고르며 화를 가라앉혔다고 한다. 그리고 꾸중을 할 때면 늘 칭찬 한 가지를 곁들였다. 어머니의 이런 모습은 김은혜 앵커에게 자신감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김 앵커의 어머니는 한 번도 공부하라고 잔소리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신 책을 많이 사주었다. 늘 집의 벽면이 책으로 가득 찼는데 화장실이나 거실, 심지어 부엌과 계단에서도 손을 뻗으면 책을 집을 수 있을 정도였다. 김 앵커는 집에 있을 때면 항상 책을 들고 살았고, 덕분에 앵커가 된 지금 멘트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은 가정에서 태어나서, 가정에서 자라며, 성장한 후에는 사회로 나가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다음 세대의 가정교육을 이루게 된다. 지력을 기르는데 치우친 학교 교육만을 중시하다가 도덕성을 함양하는 뿌리인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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