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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특집 - 103살 어머니와 77살 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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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같이 백발이 성성한 딸은 그저 자신보다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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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14일(목) 10:15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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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고창신문 | |
바람이 불고 우중충한 날씨가 연일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각을 맞추려고 걸음을 재촉했다. 쌀쌀한 아침 날씨였지만 두터운 외투에 목도리를 감고 마스크로 입을 막으며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가시는 할아버지를 지나치게 되었다. 어느 정도 걸어왔을까.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 방금 스쳐지나갔던 할아버지는 그새 다리가 아프셨는지 차디찬 땅바닥에 겨우 걸터앉을만한 자리에 앉으시며 숨을 고르시는 모습을 보았다. 저 모습이 우리 할아버지의 모습이자, 저 모습이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왔다. 의학발달과 함께 찾아온 생명의 연장은 노인인구의 증가로까지 이어졌고 그 여파로 농촌 인구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특히 고창은 전체 인구의 26.1%가 노인으로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단순히 의학이 발달됐다고 하여 수명이 길어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창은 여느 지역에 비해 공기도 좋고 기후조건도 탁월하여 사람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이름이 나 있어 10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과연 몇 명이나 살고 계실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에 고창군청 주민생활지원과 노인복지계에 문의를 해본 결과 고창군 100세 이상 어르신들은 총 13명으로 집계되었다. 그중 가장 나이를 많이 드신 어르신은 공음면 건동리에 김일순 어르신으로 올해 108세가 되셨다.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돌렸으나 겨울을 나시기 위해 전주에 거주하신다고 하여 찾아뵙질 못해 안타까웠다. 김일순 어르신 다음으로 해리면 광승리 배금순 할머니가 107세로 아드님의 부재로 연락이 닿지 못했고 해리면 방축리 김일녀 할머니는 106세로 서울에 가 계신다고 하셨다. 다음으로 대산면 매산리의 김 할머니는 호적이 잘못 기재된 관계로 섭외를 하지 못하여 기자는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9분 중 한분이라도 만나 뵐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갖고 올해 103살이신 고수면 은사리 노성례 할머니 댁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다행히도 노성례 할머니의 따님인 김은순(77) 할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셨고 찾아뵙겠다는 기자의 물음에 흔쾌히 대답을 하셨다. 기쁜 마음으로 고수면으로 향했고 고수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계 이용철계장의 안내로 노성례 할머니 댁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집 앞에는 김은순 할머니께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시며 우리를 마중 나와 계셨다. 평생의 세파를 겪은 듯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숙연한 마음이 먼저 들었고 할머니를 따라 들어간 방안에는 노성례 할머니께서 누워계셨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거동을 하시며 활동을 하셨다는 노 할머니는 겨울이 되면서 활동량이 잦아들었고 지금은 거의 매일 누워계시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셨다. 노성례 할머니는 7남매를 슬하에 두셨지만 지금은 곁에 계시는 김은순 할머니가 유일한 자식으로 남아있다. 103살 어머니와 77살의 딸은 30년을 서로 의지하며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평소 노성례 할머니는 뻐끔담배(연기를 깊이 들이마시지 아니하고 입 안까지만 넣었다 내보내며 담배를 피우는 일)와 약주, 커피를 즐겨 드신다고 한다. 시골 살림에 고기반찬이 올라오랴 만은 이가 없는 두 할머니들이 유일하게 찬으로 드시는 것이 김치와 생선이다. 진수성찬은 아닐지라도 김치 하나만으로도 삼시세끼 먹는 밥은 꿀맛일 것이다. 농번기에는 굽은 허리로 고추농사며 땅콩과 콩을 갈아서 겨우 밥벌이를 하신다는 김은순 할머니는 노 할머니께서 기초수급자로 등록되어 매달 지원되는 지원금과 노령연금 등으로 간간히 생활을 유지하고 계신다니 변변한 반찬과 입맛 당기는 달콤한 간식은 생각지도 못하신다. 소일거리도 없고 그렇다고 어머니와 말을 많이 섞는 것도 아니지만 김은순 할머니는 그래도 이 삶이 재미있다고 하신다. 어머니와 같이 백발이 성성한 딸은 그저 자신보다도 어머니께서 먼저 고통 없이 좋은 곳으로 가시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하신다. 단지 그것뿐이다. 자신보다는 어머니를 먼저 생각하고 어머니는 딸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마음, 우리세대가 본받아야 할 가장 소중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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