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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고창갯벌의 중요성 재조명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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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우리나라 람사르 등록 습지 생태 보고 “서천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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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26일(목) 09:29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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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비인면 갯벌 | ⓒ (주)고창신문 | |
고즈넉한 갯벌엔 끊임없이 배고픈 물새들 찾아들고……
언제든 시간만 나면 배낭을 둘러메고 신발 끈 멜 여유도 없이 출발하는 우리는 빨간 고추 붉게 마르는 8월의 땡볕을 머리에 이고 서천의 갯벌을 향한다. 서천으로 이어지는 여러 도로가 있지만, 그 중 전군간(전주-군산간) 도로로 들어섰다. 3, 4년 전만해도 이 도로는 벚꽃 축제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로였고 항상 차들이 많아 위험한 도로이기도 하였는데 이제 도로엔 차도 사람도 거의 볼 수 없고 울창하던 벚나무마저 잘려지고 관리가 되지 않아 황폐하게 느껴질 정도여서 세월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진다.
행정구역상의 주소만 가지고 갯벌의 위치나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워 길을 잃은 채 서천군 종천면 가는 길을 묻기 위해 장항 제련소의 굴뚝이 바로 앞에 보이는 항구로 들어갔다. 종천면을 찾는 우리의 질문에 그 곳에서 일하고 있던 아저씨들이 사무실로 안내하여 커피까지 대접해 주며 친절하게 다양한 설명을 덧붙였다. 오늘은 12시 4분이 만조이고 오후 6시 40분이 간조이니 여기서 아나고 탕으로 점심을 먹고 갯벌에 나가면 시간이 딱 좋겠다 하신다. 사무실을 나오니 오른편으로 기벌포 회 센터가 눈이 띈다. 기벌포라는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 알아보니 백제 시대 장항읍 일대를 부르던 지명이라 한다. 오래된 옛 것은, 비록 지명이지만, 반질반질 손때가 묻듯 오랜 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허물없이 느껴지는 친근함이 있다. 기벌포라는 이름도 횟집이름으로만 남아있지 말고 당당하게 제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긴 했지만, 마치 하루 종일 수고한 나에게 푸짐한 저녁상을 내리 듯 점심때부터 전어회와 무침을 곁들인 아나고 탕을 맛있게 먹었다. 점심부터 너무 과한 식사를 하였더니 다시 갯벌을 향해 나서는 몸이 천근만근이다.
초행길에 졸음까지 겹쳐 람사르 습지 서천 갯벌을 찾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는데, 나중에 다시 올 때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가 서천 IC나 춘장대 IC로 나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춘장대 IC로 나오면 서천 갯벌의 북쪽 서면 월호리 월하성 어촌체험마을에서부터 아래쪽으로 해안 도로를 쭈~욱 따라 내려오면 되고 서천 IC로 나오면 종천면 당정리 갯벌에서 시작하여 해안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갯벌을 탐색할 수 있다.
서천 갯벌
위 치 :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
종천면 당정리, 비인면 장포리, 서면 월호리 앞 갯벌
람사협약습지등록 2009년 12월 29일
면 적 : 15.3Km2
어렵사리 찾아온 당정리의 갯벌로 이어지는 넓은 들판엔 이제 막 모개가 올라오는 벼들이 잔디처럼 푸르러 올 여름 뜨거운 날씨가 풍년가을을 약속해 주고 있는 듯하다.
람사르 습지 등록 갯벌이라는 표지판만 덩그러니 서 있는 한 낮의 고즈넉한 갯벌엔 끊임없이 배고픈 물새들만 먹이 찾기에 바쁘다. 검은 진주처럼 반짝이는 서천의 갯벌을 보고 있으려니 백릉 채만식 소설「탁류」의 첫 부분이 생각난다.
금강......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으로 빗밋이 충청 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이로부터서 물은 조수까지 섭슬려 더욱 흐리나 그득하니 벅차고, 강 넓이가 훨씬 펴진 게 제법 양양하다.
이름난 강경벌은 이 물로 해서 아무 때고 갈증을 잊고 축축하다.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려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 채만식 「탁류」중 -
서천의 갯벌은 이렇듯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금강의 물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려 좌르르 쏟아’내어 만든 거대한 생명의 인큐베이터인지 모르겠다. 금강은 자신의 삶을 다하며 육지에서 ‘깨어진 꿈’의 씨앗을 바다에 뿌렸나보다.
금강이 부려놓은 토사와 해수가 갉아내어 쌓은 것들을 바다가 사정없이 쓸어간다면 넓고도 풍요로운 갯벌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만들이 그려낸 복잡한 해안선은 거센 파도를 막아주고 경사가 완만한 해안을 멀리까지 산책 다니는 오지랖 넓은 바다는 하루 두 번 꼼꼼하고 후덕한 손길로 영지를 관리하고 있으니 그 덕분에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엔 기름진 갯벌과 염습지가 많이 발달할 수 있었으리라.
국토해양부에 의하면, 실제로 서해안 조수 간만의 차는 4m~9.3m에 달한다. 그러니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분포하는 갯벌이 국토 면적의 약 2.5%에 해당되고 특히, 서해안에는 전체 갯벌 면적의 약 83%인 1980Km2 가 분포되어 있다는 통계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갯벌의 가치는 최근 생태 자원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매우 주목받고 있는데, 정서적이고 낭만적인 가치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보면 우리나라 전체의 Km2당 갯벌의 평균 가치는 연간 약 39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전국 갯벌 추정면적 2550km2로 환산하면 연간 약 10조원의 가치를 안고 있는 셈이 되겠다.
그러나 사실 서민들의 삶에 ‘억’이니 ‘조’니 하는 수치들보다는 오후 한 나절 간식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갯벌의 의미가 더 큰 것일 것이다.
한 낮 졸음에 겨운 갯벌의 침묵을 깬 것은 오후 간식거리를 찾아 나선 네 명의 아저씨들이었다. 더구나 트럭이 모래에 빠지는 바람에 한동안 소란스러웠는데, 트럭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나타나신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넌지시 ‘왜 왔는지’ 묻는다. 왜 그런가 하였더니 이 마을에서는 주로 김 양식과 조개양식을 하는데 넓은 갯벌에 가무락 조개 씨앗을 뿌려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조개를 캐어 갈까봐 들고 나는 외지 사람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이었다. 그 말을 뒷받침하듯 갯벌가에는 김 양식을 위한 닻과 김 빨래터가 10월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었다.
새우잡이를 왔다는 아저씨들을 따라가 보니 바위산 모퉁이를 날쌔게 돌아 자리를 잡은 아저씨들은 먼 바다로 나간 어미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바위틈에 숨고 웅덩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새우며, 돌게, 망둥이를 잡으며 시간을 거슬러 동심 속에 빠져 있었다. 30분도 안되어 양동이엔 게와 새우, 망둥이들이 펄떡거린다. 풍요로워서 푼푼한 바다는 짧은 노동에도 과분한 양식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바위에 가득 붙은 굴이며 따개비, 여러 가지 종류의 게와 조개류, 새우며 망둥이 등 서천의 갯벌은 인간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들의 의존처이기도 하다. 저서생물의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새들도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황조롱이, 노랑부리저어새 등과 같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로서 보전가치가 뛰어나며, 지구의 남반구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출발한 도요새, 물떼새가 봄과 가을에 번식지인 시베리아로 오가는 도중에 기착하여 휴식과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지역으로 그 국제적인 보호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12월 29일 람사르 습지로 지정·등록되었다. 연안습지로서는 2006년에 등록된 순천만 갯벌과 2008년에 등록된 무안 갯벌에 이어 세 번째로 등록된 것이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13번째에 해당한다.
서천갯벌은 펄갯벌과 모래갯벌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는데, 남쪽으로부터 종천면 당정리에서 시작하여 비인면 장포리를 거쳐 서면 월하리로 이어지는 15.3Km2의 갯벌은 북쪽으로 갈수록 모래갯벌의 자리가 넓어지는 것 같더니 이내 춘장대며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한 낮이라 그런지, 일이 한가한 한 여름이라 그런지 사람만나기 힘든 비인면 장포리에서 귀하게 만난 윤병서 아저씨(60세)는 빼곡한 일 년의 일정을 일러주신다. 4월에 시작되는 꽃게잡이가 금어기가 시작되는 6월 15일까지 이어지고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는 주로 갑오징어를 잡으며 겨울의 김양식을 위한 준비를 한다. 8월 15일 이후 10월 까지는 꽃게 잡이가 다시 시작되는데 이때는 암게보다는 주로 수게를 잡는다. 10월부터는 본격적인 김양식이 시작되는데 씨앗을 붙이는 채묘에서 분망까지 일년 열두 달 쉴 틈이 없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마디 두꺼운 상처투성이의 그 손이 진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갯벌을 보니 좀처럼 염생식물 군락을 찾아보기 힘든 장포리 갯벌은 온통 갈매기와 도요새 무리로 가득하였는데, 마치 여름철 해운대 해수욕장의 피서객 무리가 연상되었다.
서천 갯벌 곳곳에는 갯벌체험장이 있는데, 월하리의 월하성 갯벌 체험장은 그 중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바지락이며 맛조개를 한 바구니씩 안고나오며 바구니만한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갯벌에서 수십년을 보내신 할머니 말씀은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그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신다.
서면의 월하리를 돌아 비인면의 선도리 갯벌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크고 통통한 남편 섬과 작고 귀여운 아내 섬이 마주하고 있는 쌍도 위로 하루를 마감하는 장엄한 낙조의 의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7시가 가까운 시간. 이 시간이면 이미 뭍을 향한 바다의 행군이 시작되었을 것이었지만 나는 썰물이 내어주고 밀물이 감추어버릴 바닷길을 따라 들어가 보았다. 그 바닷길 끝에는 5시간 후 쯤엔 섬이 되어 버릴 바위가 정다운 상고머리 아이의 모습으로 맞는다. 물 차기를 기다리는 듯 검은 바닥을 드러낸 가까운 독살에는 물고기 찾는 백로 무리가 독살담 옆으로 줄지어 서 있어 마치 백로를 가두어 기르는 곳인 듯 보였다.
독살은 농부에게 논이나 밭처럼 어부의 밭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튼튼한 돌담을 빙 둘러 쳐서 밀물 때 들어온 고기들을 썰물 때 잡아 거두는 곳이다. 우리의 할아버지들이 젊었던 시절에는 한번의 ‘독사리’로 보통 한 달구지의 고기들을 푸짐하게 거둘 수 있었다 하니 그 많던 고기들이며 조개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해가 쌍도의 가운데로 기울자 바람의 체온이 달라진다. 나그네 겉옷 벗기기 시합 1회전에서는 해가 승리하였지만, 지금이 2회전이라면 나는 그 시원한 바람 때문에 기꺼이 윗옷을 벗고 바람의 손을 번쩍 들어주리라.
하루 한 번씩 태어나고 죽는 해는 오늘도 어김없이 주변의 모든 구름에게 아름다운 빛살을 나누어 주고 죽음을 맞는다.
일상의 삶이 갑자기 아무런 의미 없이 허무해지고 현실에서 ‘깨어진 꿈’ 때문에 가슴이 공허해진다면, 어느 여름 날 오후 7시 11분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지는 해를 맞으러 서천의 갯벌에 와도 좋으리라. 은빛 비단 물길만 남기고 검은 속살로 잠든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갯벌을 뒤척이는 치열한 삶의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일 때, 당신의 마음은 어떤 메아리를 들려주는 쪽지를 열어보게 될까?
기획취재 - 김희정·이숙희
글 - 유석영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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