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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습지에 등록된 고창갯벌 재조명 ④

기획특집 - 우리나라 람사르 등록 습지 생태 보고 -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와 두웅 습지

2010년 09월 07일(화) 09:52 [(주)고창신문]

 

ⓒ (주)고창신문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오겠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면서도 남부지방의 맑은 날씨가 설마 하는 마음을 갖게 하여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게 하였다. 충남 태안에 도착하면서부터 쏟아지기 시작하는 빗줄기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세게 몰아쳤다. 이 빗속에서 과연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가 몹시 걱정되었으나 비가 오기 시작하여 30분이 넘으니 빗줄기가 잦아들었다. 가는 곳곳에서는 도로가 물에 잠겨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어 돌아서게 하였으나 우리는 무사히 충남 태안군 신두리 사구(천연기념물 제431호) 앞에 다다랐다. 비가 많이 와서 모래가 무너져 민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물길이 생겼다. 그 물로 인해 후두둑 모래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 비는 완전히 멈추고 갈매기들이 부산하게 바다 위를 오가는 모습이 한가로웠다. 이곳을 처음 찾는 우리들의 눈에는 돌보지 않는 모래밭에 고만고만한 잡풀만이 우거진 곳, 눈에 들어오는 꽃들은 그리 크지도 않고, 언덕 너머엔 밋밋해 보이는 풀숲만 들어차 있었다. 사구를 찾아오려면 신두리해수욕장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곳의 화려함과는 매우 다른 초라한 모습을 볼 따름이다. 하지만 사막 같은 모래언덕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라고 있는 풀의 의미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문화재청은 희귀생물의 보고로 알려진 신두리 사구를 충남 태안군 원북면 일대 해안선을 따라 길이 1㎞, 폭 1.2㎞, 높이 15㎞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한국의 모래사막으로 알려진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닷가의 모래언덕’을 의미하며 파도의 작용으로 바닷가에 운반되어 쌓인 모래가 강한 해풍에 의해 육지 쪽으로 다시 운반되어 쌓인 것이다. 해안사구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모래가 충분히 공급돼야 하고, 이 모래를 운반할 수 있는 적당한 속도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모래해안이나 모래갯벌의 면적이 넓으면 모래가 더 많이 공급되기 때문에 해안사구가 잘 발달할 수 있다. 신두리 해안은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며 조차가 크기 때문에 간조 때 갯벌이 넓게 드러난다. 또 겨울에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대규모의 해안사구가 발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가장 큰 특징을 들라고 하면 생명의 역동성이라 할 수 있다. 겨울이 되어 풀들이 스러지고 바다로부터 바람이 불어오면 모래가 쌓이면서 사구가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은 풀들이 자라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봄까지 지속되어 많은 곳은 겨울동안 수 미터 높이의 모래가 쌓이기도 한다. 모래가 많이 쌓이는 곳에는 풀들이 자라지 못해 사막과 같은 모래언덕이 만들어지지만 모래가 적게 쌓이는 곳에는 모래를 뚫고 돋아난 풀들로 초원이 만들어진다. 생존을 위해 쌓이는 모래와 투쟁해야 하는 해안사구에서는 이러한 지형변화에 적응하고 견딜 수 있는 사구식물만이 정착할 수 있다.
사막사구에서는 선인장처럼 건조한 환경에 강한 식물이 자란다. 이와 달리 온대지역의 사구는 강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다. 우리가 신두리를 찾았을 때는 연두빛 초원과 바람 따라 물결치는 흰색 메꽃과 보랏빛 꽃망울이 앙증스러운 갯완두가 피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솟아오른 연분홍 해당화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강수량이 풍부하다고 해서 해안사구지대가 식물이 자라기에 좋은 조건만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안사구의 식물은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들을 극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우선 강한 바람과 염분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또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과 강한 햇빛도 이겨내야 한다. 강한 바람이나 수분부족, 모래의 퇴적뿐만 아니라 바다로부터 날아드는 염분과 강한 햇빛 등을 극복해야 만이 식물은 살아갈 수 있다. 이렇듯 해안사구는 일반적인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어서 사구식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식생군락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생존전략으로 정착한 사구식물의 대부분은 벼과와 사초과에 속하는 풀이다. 따라서 해안사구에서는 지금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메뚜기, 방아깨비, 여치 등이 풀잎을 뜯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들을 잡아먹는 사마귀나 개미귀신과 같은 곤충과 조류도 다양하게 서식한다. 또한 초식동물인 토끼와 고라니, 그리고 이들을 잡아먹는 너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외에도 모래사장에서 알을 낳는 종다리와 물떼새, 곤충을 잡아먹는 표범장지뱀, 육식성조류인 황조롱이와 새매가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왕소똥구리가 몇 년 전까지는 관찰되었으나 지금은 방목이 중단되면서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일이라고 여기 사구를 안내하는 어르신이 설명해 주었다. 이외에도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 백로가 사구지대 내부 습지에서 쉬고 있는 모습도 발견됐다. 또한 이런 습지에는 환경부 보호종인 금개구리와 맹꽁이도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해안사구지대의 지형과 식물생태계가 독특한 만큼 이에 기대어 사는 동물생태계 또한 남다른 것이다.

신두리 사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두웅습지가 있다. 이곳 진입로에 빗물로 인해 도로가 차단되어 돌아서 찾아가게 되었다. 습지를 보는 일행은 매우 당황하였다. 마치 둠벙처럼 적은 습지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작년 11월 습지 주변 훼손을 막고 여유롭게 생태탐방을 즐길 수 있도록 170m 규모의 목재 관람 데크를 만들어 놓아 우리는 습지를 매우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습지의 역할은 물이 습지에서 지하수층으로 이동할 때 녹지 않는 물질 등이 여과된다. 이 물은 음료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으로 직접 이용된다. 또 연안에서는 지하수층으로 염수의 유입을 막고 있다. 지하수로 이동된 물은 다시 습지로 유출되어 표면수가 되어 그 습지를 유지한다. 이러한 물의 흐름은 수온이나 수량의 변화가 적어 생물의 안정된 생식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해 준다. 또 건기가 있는 지역에서는 그 시기의 습지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류 등의 수성 생물의 생존이 가능하도록 조성하여 어업자원이나 생물의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풍부한 영양을 함유한 물은 하류나 연안으로 운반되어 생물의 생산력을 높인다. 생물의 다양성은 이 유기물에 의지하고 있다. 습지 식물의 성장기에 이 유기물이 축적되고 겨울철에는 유기물 일부는 습지에 축적되고 일부는 하류로 운반된다. 그리고 남는 물을 축적하는 저수지 역할을 하고, 늪의 식물들이 물의 흐름을 지연시켜서 수량의 극심한 변화를 막고, 홍수발생을 완화시킨다. 무엇보다 습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질소와 인이 늪에 축적되거나 늪의 식물에 축적되어 수질을 개선하고, 효소 등은 부영양화를 억제 시킨다. 그 때문에 습지를 유지하고 배수처리 시설을 건설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한다. 그래서 소규모 생활 폐수의 처리에 이용할 수 있다. 영양소는 식물의 성장기 동안의 물이 천천히 흐르는 시기에는 습지에 축적하여, 그것이 물고기나 새우의 번식을 높여 습지생물의 생존을 유지하고 농산물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물의 흐름이 빠른 시기에는 영양소나 그 습지로부터 유출되어 하류나 연안의 영양원이 된다.

이 곳 두웅습지는 사구지대와 배후산지 골짜기의 경계부에 담수가 고여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구 배후습지다. 2007년 12월 국내 6번째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된 두웅습지는 면적 6만4595㎡로, 신두리 사구 면적의 0.5%를 차지하는 배후습지다. 해안에 사구가 형성되면서 사구와 배후산지 골짜기 경계 부분에 담수가 고여 습지가 형성된 것이다. 습지 가운데에 있는 호수는 길이 200m, 폭 100m, 수심 2.5~3m 정도로, 밑바닥에 사구 형성 때 바람에 날려온 가는 모래가 쌓여 특이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사구 배후습지는 담수를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하부의 지하수와 연결돼 물이 마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곳은 수량이 풍부해 주변지역은 논으로 개간됐고, 동식물들에게는 안정적인 수분공급원인 동시에 서식지가 되고 있다.

두웅습지는 희귀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다. 텃새인 황조롱이,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등 조류 39종과 멸종 위기종인 금개구리·맹꽁이 등 양서류 14종, 식물 311종, 곤충 110종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노랑부리백로·물장군·이끼도롱뇽 등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생물도 잇따라 발견됐다. 수심에 따라 붕어마름, 애기마름, 수련, 갈대까지 다양한 수생식물이 10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최근에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 고창에서도 들리고 있다. 고창군이 비무장지대와 견줄 만한 생태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아산면 오베이골습지의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한다는 것이 바로 그 소식이다. 전북 고창 아산면 운곡리에서 남부지방의 DMZ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천혜의 습지가 확인된 것은 환경공무원으로 30여 년을 근무한 한웅재 부군수에 의해서이다. 이 습지를 발견한 한 부군수는 전북대 김창환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하였다. 김창환 교수는 경기·강원지역의 DMZ를 10여 년 간 조사해 온 베테랑 환경 교수이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5월부터 운곡리 일대에 대한 생태조사를 하여 1만4000㎡의 면적에 수 백 종의 관속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결과를 보게 되었다. 이 습지에는 428종류의 식물이 식생하고 있다. 또한, 버드나무 군락과 이삭사초군락, 괭이사초군락, 갈대군락, 매자기군락, 산조풀군락, 애기부들군락, 삿갓사초군락 등이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산림청 지정 보호종인 낙지다리군락도 형성돼 있었다. 낙지다리는 꽃이 황백색으로 피며 줄기 끝이 낙지다리처럼 가지가 사방으로 갈라지는 식물이다. 너구리와 멸종위기종 2급인 삵의 서식도 확인됐다. 오베이 습지의 경관생태학적 가치는 나비와 조류의 왕성한 서식이 말해주고 있다. 나비는 지난해 38종이 발견됐다. 흔히 볼 수 없는 물결나비가 관찰됐고 ‘나라 나비’로 각광받았던 산제비 나비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네발 나비과의 뿔나비도 보였다. 조류 역시 다양했다. 오목눈이와 직박구리, 흰뺨 검둥오리 등 26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이 보고결과는 고창이 생태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창군은 1차로 2011년 오베이골에서 인천강 수계를 연결하는 친환경적인 공간을 람사르 습지에 등록하고, 2차로 이를 201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록해 새로운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유지하고 생태학습장 등을 점차적으로 갖춰 나갈 것이라 한다. 이러한 소식은 다른 지역을 탐방하면서 습지가 주는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있었던 우리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획취재-김희정, 글-이숙희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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