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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로 준 ‘나무람’

2011년 07월 01일(금) 09:28 [(주)고창신문]

 

대성중 교장 강 헌 희

누군가 교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더니 웬 남학생 한 녀석이 허름한 검은 비닐 주머니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나는 미처 예상치 못한 학생의 개별적인 방문을 의아해 하면서 대뜸 ‘나무람’으로 인사를 대신해 주었다. “야, 이놈아! 교장실에 들어오려면 복장부터 단정히 해야지 그게 뭐냐?”하고 바지가랑이를 올려 걷은 채로 나타난 불손한 몸가짐을 지적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서는 몹시 겸연쩍어하는 그에게 비로소 교장실 방문의 목적을 물었다. 그 녀석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들고 온 비닐 주머니를 펼치더니 “사실은요. 오늘이 제 생일인데요. 어머니께서 선생님들께 나누어드리라고 이걸 주셔서요. 교장선생님은 어떤 것으로 드시겠어요?”하기에 비닐 주머니 안쪽을 들여다보았더니 거기에는 여러 종류의 ‘아이스 콘’이 들어 있었다. 얼른 생각해 보니 요즘의 학교 현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좀 전에 복장 상태가 불량해 보인다 하여 무작정 그를 야단해 준 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여 “그래? 오늘이 너의 생일이었구나. 축하한다. 그리고 선물을 보내주신 네 어머니께도 고맙다고 전해드려라. 그런데 어쩌지. 내가 너에게 줄 선물을 미처 준비해 두지 못했으니!”하고 미안한 마음을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 녀석은 웃으면서 “괜찮아요. 오히려 저의 작은 선물을 반갑게 받아주시니 제가 고맙지요”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대답해 주었다.
적당한 답례의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내친김에 학생의 잘못된 외양을 트집 잡아 잠시 중단했던 ‘나무람’을 계속하기로 하였다. “그건 그렇고, 너 공부하는 학생 신분에 머리가 좀 길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리고 혹시 너 머리에 염색한 건 아니지?” “아니다”고 하는 그의 대답에 나는 또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핀잔을 더해 주었다. 그리고서도 모자라 나는 기어코 나의 교직생활 중에서 얻어진 습관적인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교칙은 너희들과 선생님 간에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합의된 약속이니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등의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내용의 훈계였다. 그러나 나 또한 집안에서 우리 집사람이 사사건건, 시시콜콜 잔소리 늘어놓는 것을 가장 싫어하면서도,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학생 상대의 잔소리가 과연 얼마나 교육적인 효과가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또 한 차례 허탈한 기분을 갖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 학생은 평소 성품이 늘 밝고 활달한 편이며, 선생님을 대할 때에도 항상 겸손한 태도일 뿐만 아니라 동료 학생들 간에도 신망이 높은 학생이었던지라 내가 지적해 준 잘못을 순순히 시인하면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꼭 고치도록 하겠습니다.”하고 귀엽게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대충 마무리 지어 말하기를 “사실은 오늘이 네 생일이라 하여 일부러 선물을 가지고 찾아 온 너에게 칭찬을 해주어야 옳은 일인데 오히려 너의 잘못을 지적하여 나무래 준 것이 미안하구나. 그러나 나는 너에게 오늘의 ‘나무람’을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작은 생일 선물로 주고 싶구나”하였다. 그 녀석은 이내 “고맙습니다”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가져 온 ‘아이스 콘’ 중에서 내가 선택한 하나를 꺼내주고는 이내 교장실 문을 벗어 나갔다.
나는 물끄러미 그의 등을 바라보면서 혼자말로 ‘글쎄, 저 녀석이 내년 생일에도 과연 선물을 갖고 나를 찾아 와 줄까?‘ 하고는 약간의 설명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이 되어 망연해 하였다.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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