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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봄이 활개를 펴니 겨울이 숨을 죽인다

강헌희
(대성중학교 교장)

2012년 03월 29일(목) 13:59 [(주)고창신문]

 

겨울 동안의 두툼한 이부자리를 죽음처럼 무겁게 둘러쓰고 있었던 대지는 이제 막, 꽉 막혀 있었던 한숨을 길게 토해내고 있다. 아직도 찬바람은 쏴하니 내 옷깃을 스쳐 지나고 있지만 그 정도쯤은 한겨울 혹한에 비하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너른 땅을 갈아엎고 남보다 더 일찍, 더 많이 농작물을 수확하여 금년에는 기어코 짭짤한 이익을 얻어낼 속셈으로 파종을 서두르고 있다.

오랜만에 느린 걸음으로 외딴 마을길에 들어서니 인적은 고요하나 난데없는 어린 개새끼들이 ‘통행세 내고 가라!’는 듯이 길을 막아서며 마구 짖어댄다. 쬐그만 놈들이 위·아래도 몰라보고 건방떠는 꼴이 괘씸하여 확~, 발로 걷어 차 버릴까 하다가 문뜩 ‘길러준 은혜도 모르는 양심 없는 인간보다는 결코 죽음 앞에서도 자기 주인을 배신하지는 않는다는 개들의 신의가 백배 낫다’며 끔찍이도 자기 애완견과의 죽고, 못사는 애정을 나누던 지인의 모습이 떠올라 가까스로 앞으로 내지르려는 내 발질을 다시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그런데 나에게 덤비고 있는 녀석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놈들의 유전자적 혈통이 우리 재래종 똥개 종족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하나같이 몸체가 왜소하고 안면이 조밀하며 다리는 비정상적으로 짧아 보이는 발발이 수준의 외래종들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개들 사회마저 다문화적 수입 견들이 우리 고유의 똥개들을 제치고 마을길을 점령하게 되었는가? 갑자기 개체수가 증가한 그들은 요즘에 점차 늘고 있는 귀농 귀촌자들을 따라 내려온 것일까 아니면 도시아파트에서 친자식처럼 귀여움 받고 살다가 호화음식 과다 섭취로 몸집이 불어 미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다보니 강제로 시골 조부모 슬하로 이주해온 조손자녀들일까?
그렇다면 누렁이나 검응이와 같은 촌스런 이름으로 불리어지면서 그 당시의 진돗개 토종처럼 족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조상의 내력마저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비천한 처지의 똥개 종속들. 쥔네 식구들 먹고 남은 식은 밥덩이로는 주린 배를 다 채울 수가 없어서 이제 막 배설해 놓은 지 얼마 안 되어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서리고 있는 노란 색깔의 어린애 똥까지 핥아먹어 가면서 그 옛날 우리와 함께 가난한 시절의 애환을 견디어 왔던 똥개들은 지금은 다들 어디로 사라져 간 것일까? 혹시 작년 가을 풍년농사로 제법 경제사정이 좋아진 주인집 아낙에게 아침밥 걸게 얻어먹고 일찌감치 운동 삼아 동네 너머로 마실 나갔다가 아직 되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윽고 어디선가 전에 많이 들어 보았던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우리의 어릴 적 친구였던 살찐 똥개들이 보인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들은 굵은 쇠창살로 둘러쳐진 옹색한 공간의 독방에 갇혀 신음하듯이 울어대고 있다. 그들은 그 옛날 자유롭게 골목길 누비며 할 일없이 배회하거나 우연히 길거리에서 저희들끼리 눈이 맞아 연애질을 하거나 때로는 쥔 따라 장에 가려다가 돌맹이 맞으며 쫓겨 들어오기도 하던 감상적인 추억의 시대는 가고 이제는 다문화 귀화종들이 온통 판을 치는 세상으로 개화되어 그들이 개전용 미용실에 드나들며 갖가지 컬러염색에 파마까지 하고, 고급의 특별식으로 배를 채워가며 거드름을 피울 때 이렇다 할 죄목도 없이 억울하게 비좁은 공간에 갇혀 그저 한 여름철 보양식 재료로 팔려나갈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살을 찌워가고 있다.

이제 곧 여기저기에서 기운차게 움터오는 생명의 아우성이 들려 올 것이다. 봄바람은 엉덩이를 살랑대며 춤을 출 터이고, 봄볕은 따사롭게 내 품안으로 안겨 들어 올 것이다. 그래서 겨울도 어쩔 수 없이 봄기운에 떠밀려 이 땅의 똥개들처럼 두 눈을 꼭 감고 어두운 지하에 조용히 침몰하여 들어갈 것이다. 끝

고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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