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인간에게 땅은 도대체 얼마나 더 필요할까
|
|
강헌희
|
|
2012년 07월 19일(목) 16:30 [(주)고창신문] 
|
|
|
남모르는 시골길을 걷다보면 이곳저곳에 버려져 있는 황량한 땅들이 많아 보인다. 잡초들이 아무런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번성해 나가기에는, 과히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그러나 지나치며 곁눈으로 바라다보는 인간의 눈에는 그러한 광경이 몹시 거슬려 보일 때가 많다. 식량자원이나 기호성작물이 아닌 종목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쓰레기 더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요 며칠 사이에 황당한 일들을 겪었다. 내가 현 근무지 학교에 부임해 와서, 홀로 지내고 있는 관사는 지은 지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다보니 주변 환경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반 시설 또한 몹시 누추하고 열악하다. 처음에는 분망한 일상의 시간을 쪼개어, 그동안 방치되었던 뜰에 밭을 일구어서 각종의 채소 작물을 재배하였다. 그러나 무작정 덤벼든 ‘무공해 유기농법’의 실패로 인해, 그러한 생산물들이 가족 식탁에조차 올라 와 보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게 되었고, 어차피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또다시 처음 이전의 상태로 방치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아침 일찍 관사를 나서 밤늦게야 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가족을 찾아 관사를 비우는 일이 잦다보니, 내가 이곳에 온지도 어언 2년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서로 인사를 나눌 기회를 얻지 못했던 동네 아줌마를 새벽 산책길에 만나 비로소 첫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아줌마께서는 대뜸 “나는 그곳이 빈집이라고만 생각해 왔다”며 놀라워 하셨다. 그리고는 내가 깐에는 주민과의 개방적 소통을 기한다는 의미로 낡은 대문을 아예 철거해 버린 관사 안뜰을 언제 들여다보셨는지 “교장선생님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으시겠다”고 하셨다. 무슨 말씀인지 의아해 하는 나에게 “어떻게 그처럼 험난해 보이는 곳에서 생활해 오셨느냐”면서 사뭇 동정어린 눈길을 보내 주신 것이다. 많이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산책 나가는 일을 생략하고 모처럼, 이번 장마 비에 무성해진 잡초를 대충이라도 쳐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때, 밖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웬 할머니 급수의 아줌마께서 부지런히 관사 앞뜰의 잡초를 뽑고 계신 것이 아닌가? 나는 혹시 내가 워낙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보다 못한 동네 분들이 상의하여 자원 봉사 활동에 나선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어리둥절해진 기분으로, 그러나 친절한 음성으로 “아줌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나는 사람이 안사는 집인 줄 알고, 빈 땅이 아까워보여서 들깨라도 심어먹을까 하고 풀을 매고 있는 중이요.” 나는 갑자기 “아줌마! 이 땅은 엄연히 국가 소유의 땅이고 학교 부지의 땅인데, 최소한 관리자의 사전 허락을 받고 경작을 하셔야지요.”하고 언성을 높였다. 그랬더니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추고는 “알았소, 이 까짓것. 안 벌면 돼지라~우”하면서 아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총총히 사라져 가 버렸다.
다시 불러 내가 너무 야박하게 군것을 사과하고 경작을 허락해 줄까 하다가 국유재산을 내 물건처럼 함부로 인심 쓰듯이 하는 것이 공직자의 바른 도리가 아닐 성 싶어서 그만 두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에 경작자를 찾지 못하여 묵혀두는 땅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과, 이곳처럼 최대한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옛날, 시골에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지낼 때는 오고가는 길로 이용되던 땅까지 없애버리는, 야박한 인심과의 모순을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처럼 지구에 태어나 한 세상 조용히 살다 가고자 하여, 이 땅에 겨우겨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잡초들의 생활공간마저 조금치도 허용하려 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적 속성으로 보아서는, 도대체 인간의 땅에 대한 욕심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그러한 나의 한탄을, 내가 관사 뜰의 잡초를 방치한 결과로 초래된 나의 게으름에 대한 궁색한 변명으로 삼으려 한다면, 아마도 나 역시 주변사람들에게 ‘잡초 같은 놈’이라고 욕을 먹게 되겠지?
|
|
|
|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 Copyrights ⓒ(주)고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주)고창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