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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은 고창사람 – 켄터키 팜 임병효 대표 -

한국경마사상 최초 해외 우승마로 등극한 ‘필소굿’
한국경마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은 임병효 대표

2012년 09월 17일(월) 11:23 [(주)고창신문]

 

ⓒ (주)고창신문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켄터키 팜 임병효 대표는 자신의 삶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죽을 고비를 넘겨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소중한 가치이며 특권일 것이다. 전쟁을 겪은 것도 아니지만 임병효 대표는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75년 서울에 상경하여 가스 사업을 하던 도중 가스폭발이라는 대형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죽음의 문턱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도 가스에 의한 질식과 극심한 장티푸스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매 순간이 그에게 선물같이 느껴진다는 것은 그저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런 그에게 요즘 행복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제주 켄터키 목장에서 그가 생산해 낸 말 ‘필소굿(Feel So Good)’이 미국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필소굿’은 지난 9월 6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 메이저 경마장 중 하나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 칼더경마장 1600미터 제3경주에서 우승해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해외경주 우승마가 되었다. 9마리의 경주마가 출전한 이날 경주에서 ‘필소굿’은 미국인 기수 마누엘 크루즈(Manoel Cruz)를 태우고 초반 3위로 달리다 경주 중반인 800미터 구간을 지나면서 2위로 올라섰고 결승선 직선주로 400미터 구간에서 선두로 치고나오는 추입력을 과시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공식 우승기록은 1분 40초 94였다. ‘필소굿’이 해외 원정길에 오른 것은 지난 2011년으로 두 살 때였다. 미국 오칼라의 닉디메릭(Nick de Meric) 트레이닝센터를 거쳐 마이애미 칼더경마장의 미국인 조교사 데이비드 브래디(David Braddy) 마방에서 경주마로 데뷔했지만 2세 때에는 부상으로 경주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3세를 맞은 올해 6월에 경주에 데뷔했으며, 이번 우승은 세 번째 출전 만에 이룬 쾌거이다.

“한국경마사상 최초 해외 우승마 등극”이라는 제목과 함께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전해진 이 소식은 말산업에 대해 문외한일지라도 ‘필소굿’의 우승이 한국 말산업에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 일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한국마사회는 한국경마의 국제화와 국산마 개량의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2008년부터 해마다 국산 경주마 중 세 마리를 선발하여 미국 원정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는데, 이제까지 두드러진 실적이 없던 차 이번에 처음으로 우승이라는 큰일을 낸 것이다. 이것은 한국마사회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국산마 개량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국산마도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으로, 현재 추진 중인 국산마 수출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니 최초로 해외 우승마를 키워 낸 임병효 대표로서는 명예이자 영광인 동시에 커다란 사업적 성공인 셈이다. 이러한 경주마들은 혈통관리를 비롯하여 이력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경주마가 우승을 할 때마다 생산자에게도 일정 비율의 상금이 배당된다.

대화를 통해 열정이 묻어나는 그의 남다른 비전을 느낄 수 있었다.

▶ 임병효 대표가 생산해 낸 말 ‘필소굿’이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해외 원정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개인적으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경주마가 해외원정 경기에서 우승을 한 것은 우리나라 경마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우리나라 경마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인 것입니다. 한국마사회에서도 이번 일로 우리나라 말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크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2009년 제주도에 있는 제 목장에서 그 말이 태어날 때 ‘필소굿’이라는 이름처럼 너무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던 것 같습니다. 전세계 경마장에서 뛰고 있는 마필은 대부분 '더러브레드'(Thoroughbred) 종인데, ‘필소굿’ 역시 '더러브레드' 종으로 원래는 숫말이었는데, 거세되었습니다. '더러브레드' 종에 대해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경마라는 스포츠는 올림픽의 육상처럼 스피드가 관건이겠지요.

그러다보니 좀 더 빨리 달리는 말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었고 경마가 발달한 17세기 영국에서 스피드가 뛰어나고 힘이 넘치는 혈통인 '더러브레드' 품종이 나온 것입니다. 우리나라 제주경마공원은 제주의 특산품 조랑말 경주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더러브레드' 품종으로 경마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경마주관기관’을 의미하는 NTRA(National Thoroughbred Racing Association) 중 ‘T’가 바로 '더러브레드'를 의미하는 약자입니다. 세계적으로 모든 '더러브레드' 품종은 부계와 모계 모두 8대까지 '더러브레드' 품종인 것이 증명되어야 비로소 경마 혈통서에 올릴 수 있고 경마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더러브레드' 종의 인공복제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필소굿’이 세계무대에 진출하여 우승을 따냄으로써 국내산 '더러브레드' 종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기 때문에 '더러브레드' 종을 기르고 있는 농가 뿐 아니라 한국마사회에도 큰 희망을 준 셈이지요. 더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 좋은 말을 분별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경주마의 마주가 되기 위해서는 말을 보는 안목이 꼭 필요하겠지요? 좋은 말을 골라야 우승을 할 가능성과 확률이 높아질테니 말입니다. 전문가 나름대로 기준이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혈통과 근성, 마체 등이 그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경주마 ‘더러브레드’ 종의 인공복제는 현재까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과학기술에 의존해서 말의 유전자 조작을 한다면 경마시장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혈통에 의존해서 그 말의 조상들이 얼마나 잘 뛰었는가 기록을 보고 확률적으로 기대를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말의 근성을 보아야겠지요. “말은 허파로 달리고 심장으로 견뎌낸다. 그리고 의지로서 승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주마의 경우 승부욕이나 근성이 없으면 경주마로서 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취미로 타는 승용마의 경우에는 온순해야 하겠지만, 경주마의 경우에는 에너지가 넘쳐야 우승할 가능성이 크겠지요. 그러나 또 너무 힘이 넘쳐도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필소굿’처럼 거세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마체입니다.

사실 이 세 번째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의 두가지 요소는 경매에 참여하는 말들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마체를 보고 좋은 말을 판단해 내는 것은 오랜 관록에서 우러나오는 감각일 것입니다. 말의 골격, 어깨각도, 엉덩이, 지세(肢勢: 다리모양) 등이 조화롭게 균형이 잡히고 걸음걸이가 바른 말이 인기가 있습니다.

또한 경주마는 대부분의 병이 무릎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세와 무릎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말을 고르는 이유는 우승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전문가에게 인기있는 말이라 해서 모두 경주에서 잘 뛰는 것은 아닙니다. 경주는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좋은 말이 필수 조건이긴 하지만 그 이외에도 훈련 육성의 정도, 마방의 노력, 기수와의 교감, 행운 등의 조건이 잘 맞아야 비로소 우승의 영광을 누리는 것입니다.

▶ 경주마 육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특별한 계기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승마를 시작하고 나서 말과 교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말 신비로운 동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에 관심을 가지면서 어렸을 때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가 생각났습니다. 걸리버가 말의 나라 ‘휘넘’에 갔을 때 말에 대해 묘사하였던 내용들에 대해 ‘조나단 스위프트가 그냥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한 번은 말을 타고 몽고의 초원을 며칠 동안 달려본 적이 있습니다. 초원 곳곳에 말의 발이 빠지기 좋을 만한 크기의 짐승굴이 많이 있는데, 빠른 속도로 달리는 말이 어떻게 그 구멍들을 피해가는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초능력과 같은 신비한 능력이 있는 동물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 뒤로 경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주가 되고 싶어 대학에도 등록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 손으로 좋은 경주마를 키우고 싶은 꿈이 생겨서 목장을 시작하였고 그 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만 듣고 말에 대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낙마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말은 잘 놀라고 겁이 많은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면 물거나 발로 차고 뜁니다. 말을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저는 아직 꿈이 많습니다. 한 때 가스 사업, 김치사업 등으로 원 없이 돈을 벌어도 보고 큰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실패 없는 성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 집에 살기 위해서는 헌 집을 부수어야 하듯, 허물어지는 것이 있을 때 새로운 발전도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말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꿈이 더 원대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한국 경마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말 목장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말 한 마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3000평 정도인데, 제주도의 제 목장은 1마리당 1000평정도입니다.

목장의 규모도 더 넓혀야 할 뿐 아니라 시설 면에서도 국내 최고의 경주마 훈련시설을 비롯하여 말의 제왕절개까지도 가능한 말병원도 설립하고 싶습니다. 말과 함께 하는 재활치료시설도 하고 싶고 말을 타고 하는 멋진 트래킹 코스도 만들고 싶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아직 건강이 뒷받침되고 어머니가 물려주신 삶에 대한 낙천적 자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은 등산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게 열심히 올라가서 정상에 잠깐 머물다 내려오는 것이 사업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정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지요. 꿈을 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즐겁게 땀 흘릴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대는 100세 시대라고들 합니다. 꿈꾸지 않는다면 그 긴 삶이 너무 지겹지 않을까요?

부인 이순자 여사와의 사이에 장성한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임병효 대표는 고창에 살던 어린 시절의 소년처럼 아직 꿈이 많았고 멈추지 않는 열정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경마사상 최초로 해외 원정 우승마를 키워낸 그의 비결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한국경마역사에서 그의 이름이 익숙하게 오르내릴 날이 멀지 않아보였다.

대담 : 조 창 환
정리 : 유 석 영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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