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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_ 수정미용실 이귀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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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일흔, 한 평생 말아온 파마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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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2일(수) 10:01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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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전통시장은 이름 그대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재래시장이다. 지난 세월을 오롯이 견디며 부대껴 온 이들이 이곳에 있다.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다시피 한 시점에도 전통시장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이들과 손님들 사이의 인간드라마 때문이 아닐까? 기자는 평생을 전통시장에서 보낸 어르신 한 분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수정미용실>의 이귀례 원장(70)의 이야기다. /편집자 주
<수정미용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그 자리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고창읍의 구사거리와 신사거리를 이어주는 동리로 한복판에 위치한 <수정미용실>은 어르신들, 그 중에서도 할머니들 사이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수정미용실>과 이귀례 원장은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시간 동안 변한 게 있다면 시장을 찾은 이들을 유혹하던 빨강색 간판이 바래졌다는 것, 그리고 꼭 그만큼의 세월을 함께 보낸 이들이 미용실 거울 속에 앉아 있게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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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우람 기자 | | “스무 살 때부터 가위를 잡기 시작했으니께 솔찬히 했겄지유? 47년생 돼지띠니께 딱 50년 됐겄네유. 자리를 지키고 섰응게 손님들도 계속 찾아주는 거쥬.”
스무 살의 꽃 같던 처녀는 어느새 고희(古稀)를 맞았다. 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고, 다시 세월을 견디는 동안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지도가 바뀌었건만 <수정미용실>은 그 자리에 남았다. 올 봄에도 할머니들은 꽃단장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자식 차를 얻어 타고 <수정미용실>을 찾는다. 이제는 다들 ‘함께 늙어가는 처지’다.
“우리집 오는 분 치고 뜨내기 손님은 없쥬. 다 몇 십 년 이상 여기 왔다 갔다 하고 시장에 볼 일 있는 사람이에유. 60대~90대 정도 되는 분들이 다 단골이에유.”
<수정미용실>에는 하루에도 약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한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파마를 하거나 희끗희끗 돋아난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염색을 한다. 손님은 많지만 직원은 이귀례 원장뿐이다. 이 원장은 혼자서 근무하게 된 뒤로 점심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하루 종일 서서 손님을 맞는 경우도 태반이다. 70세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일은 중노동에 가깝다.
“여기 방에서 살다보니까 손님들이 여섯 시에도 오고 일곱 시에도 오지유. 그러다보면 쉬는 날이 없어유. 멀리 해리에서도 오고 상하에서도 오는디 제가 마다하면 안 되잖아유. 그분들은 버스 놓치면 택시 타고 가야항게 점심 안 먹더라도 머리부터 말아드려야 돼유.”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수정미용실>에는 일곱 분의 할머니들이 오밀조밀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88세부터 67세까지, 지역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수정미용실>에 대한 애정은 다들 같다. 무엇이 좋으냐고 물으니 여든 살의 할머니께서 ‘뭣이든간 100점!’이라고 외친다. 작은 미용실 안이 삽시간 퍼진 웃음소리로 떠들썩해진다. 연중무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 머리도 말고 익숙한 얼굴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 곳. <수정미용실>은 손님들에게 미용실이자 사랑방이고,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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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하우람 기자 | | 이귀례 원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위질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쉬는 날도 챙기지 않는 이 원장 탓에 딸들의 원성이 높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빨간 날에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도무지 가게 문을 닫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제가 어딜 가서 누구를 만나 뭣을 받겠어유. 가게 하면서 손님들 사랑을 진짜 많이 받아유. 시장가서 양말도 따로 사다주고 춥다고 두르고 있던 마후라도 풀러서 둘러줘유. 여기 일하면서 진짜 사랑을 많이 받아유.”
이귀례 원장은 저녁이면 탁구와 수영을 나간다. 일흔의 나이에도 하루 종일 서 있는 건강의 비결이 여기 있다. 이 원장은 되레 나이가 들어가는 손님들이 걱정이다. 늘 보던 손님들이 어느날 보이지 않거나 어딘지 불편해진 상태로 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세대는 다르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왜 <수정미용실>만 찾게 되는지는 기자도 알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귀례 원장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했다.
“계속 여기 있을 거예유. 찾아와주니 감사허지유. 평생 외길만 걸었잖아유. 계속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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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람 기자 holloh2@hanmail.net “서해안시대의 주역” - Copyrights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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