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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고 서러워말자.

꽃그늘에 피는 어떤 희망, 이팝나무 희망

2017년 06월 06일(화) 14:35 [(주)고창신문]

 

↑↑ 무장면장 김형연

ⓒ (주)고창신문

꽃에서 꽃으로 색과 향의 릴레이가 펼쳐지는 계절이다.

선운사 동백꽃이 툭툭 머리를 떨구기 무섭게 산벚이며 아카시나무, 이팝나무가 하얀 이파리를 날리더니, 이제 붉은 장미로 꽃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의 고향이면서 현재 면정을 책임지고 있는 무장면 또한 순백의 꽃 잔치가 벌어졌다.

무장면 소재지를 가로지르는 거리에 듬직하게 도열한 이팝나무다. 단번에 피었다가 미련 없이 툭툭 이파리를 버리며 한꺼번에 지는 꽃, 이팝이다.

고창은 이팝나무의 고장이다. 대산면 중산리 목교마을의 천연기념물 183호 이팝나무는 10미터가 넘는 키에 3미터 가까운 둘레로 250년 넘는 세월을 버티며 마을사람들과 희로애락을 나눠왔다. 그야말로 노거수(老巨樹)다.

고창 대산의 이 이팝나무는 고창군과 국립산림과학원, 문화재청이 영구보존을 위해 복제나무를 키우고 있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농도(農都) 고창에서 오래 사랑받아온 이팝나무가 5월 내내 온통 하얀빛으로 무성한 이팝꽃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왜, 우리는 그 오랜 세월 이팝나무를 아끼고 사랑해왔을까.

시절 탓이다. 인근 공음면 청보리밭은 이제 청보리를 지나 황금 보리로 익어가고 있다. 아직 변변한 식량을 땅으로부터 얻기 전인 보릿고개, 하얀 쌀밥 같은 꽃잎을 보며 깊은 허기를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그렇게 바라던 흰 쌀밥(이밥)과 닮은 꽃 이팝나무에는 슬픈 전설도 있다.

제삿밥을 짓던 며느리가 밥이 다 됐나 가마솥을 열고 밥알을 몇 입에 댔는데, 마침 그 장면을 본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다 시름시름 앓고 세상을 떠났다는, 그 며느리 무덤가에 나무가 자랐고, 어느덧 한 맺힌 밥알을 닮은 꽃이 피었단다.

이팝나무는 입하에 꽃이 핀다고 해서 입하목(立夏木)을 유래로 삼기도 한다. 모두 배를 곯던 보통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이야기다.

시절은 바뀌어 꽃으로 허기를 대신 달래는 시절이 아니다. 볼거리를 찾아 불원천리(不遠千里) 찾아드는 시절이다.

이팝나무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어 일상에 지친 도시사람들에게 깊은 쉼과 위안을 주는 지역재생의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필자의 전임지인 해리면 이팝나무 가로수길 조성이 그렇다.

해리면은 드넓은 서해 갯벌에 면했으며, 기나긴 명사십리를 가졌고, 동호해수욕장과 같은 훌륭한 관광지를 품고 있으나, 관광수요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컸다.

고창군은 4월말부터 5월 중순에 걸쳐 청보리밭 축제가 열려 이 초록물결 장관을 보기 위한 온 국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도 축제 기간에만 49만여명이 찾아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해리면에 근무할 때 청보리가 이삭이 패어갈 무렵 하얗게 피는 이팝나무거리로 관광을 연계하자는 기획을 했다. 지난해부터 해리면 사람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고 그 정성에 재외면민들은 물론 고창군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

이름하여 ‘해리면 정감 있는 가로수길 조성사업’이다. 올 2월 사업의 성공적인 종료를 공식적으로 알릴 때까지 해리면 주요 도로에 4400여주의 이팝나무 식재를 완료했다.

지금은 인근 무장면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지만 가끔 잎이 피어 초록으로 덮인 이팝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바닷바람이 닿는 곳까지 차를 타고 가보곤 한다. 벌써 군데군데 하얀 꽃잎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나무도 있다.

10년 뒤, 해리면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고 지역경제가 살아나 주민들의 시름이 조금 걷힐까,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눈부시게 하얀빛의 이팝꽃이 찬란하게 지고 있다. 꽃이 진다고 서러워말자. 이것이 10년을 보고 나무를 심는 사람의 마음이리라.

고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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