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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남겨야 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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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웰다잉협회 전북지부장 강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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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10일(수) 15:10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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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고창신문 | |
미리 남겨야 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2015년 세계 80개국의 ‘죽음의 질 조사’보고서에서는 가장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나라가 영국이라고 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죽음의 질 지수는 몇 등일까? 2010년 조사에서 32위이었던 우리나라가 5년 후 18위로 올라갔다. 죽음의 질 지수는 마지막 순간을 맞는 때까지 얼마나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한 조사이다.
우리나라가 죽음의 질이 높아진 이유는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정착되면서 말기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와 여건이 잘 만들어진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런데 영국 사람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내용이 조금 다르다.
영국 사람은 익숙한 환경에서 죽음을 맞는 것을 가장 좋은 죽음으로 생각한 반면 서울신문과 의료사회복지사협회에서 함께 한 조사를 보니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에게 부담주지 않는 죽음(42%)을 가장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38.2%)이라고 대답했다.
삶의 질이 높아진 나라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에는 병원 치료조차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가 경제적 발전과 함께 병원이용률이 높아지고 더불어 병원 사망률이 올라가게 된다. 그보다 더 경제적으로 높아진 국가들은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마지막을 보내며 집에서 임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죽음을 지켜보신 분들은, 죽음 직전의 환자들이 거의 위중한 상태로 많은 의료기기와 삶을 연장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중환자실에서 그들의 마지막을 기다리게 되는 현실을 알고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죽음 직전의 환자에게 물어본다면 과연 무엇을 원할까? 편안하고 익숙한, 내 추억과 사랑이 깃든 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손을 잡고 그들의 애도를 받으며 남기고 싶은 말, 다하지 못한 말, 당부의 말을 남기며 여한 없는 마지막을 보내고 싶을 것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는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
2007년 국내에서 첫 번째 존엄사 소송을 해서 승소하여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에 계기가 되었던 김할머니의 사례를 생각해본다. 김할머니는 2008년 2월, 폐 조직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에 갔다가 검사 도중 갑작스런 출혈로 식물인간 상황이 되었다. 평소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하던 환자의 의견을 존중해 가족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병원을 상대로 대법원까지 가서야 승소하여 2009년 6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게 되었다. 그런데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도 202일을 더 살다가 사망하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생명은 시작도 끝도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어느 누구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날 수도 있기에 늘 자신의 삶에 대한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마무리를 준비해 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명의료결정법의 원래 이름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이라는 30글자나 되는 긴 이름을 가지고 있다.
2017년 8월에 호스피스 분야와 2018년 2월에 연명의료 분야가 각각 시행되었다.
지금 고창에서는 고창군보건소와 대한웰다잉협회 고창지회, 건강보험공단 고창부안지사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대한웰다잉협회에서는 몸이 불편하시거나 교통이 열악하여 직접 찾아가서 작성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마을회관 등에 찾아가서 작성을 도와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약칭)의 목적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다.
자기결정권이란 환자가 치료여부나 자신의 신체처분 등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효를 기본으로 하는 가족문화의 전통을 이어왔다. 대부분 아픈 부모를 대신하여 의사와 가족이 환자의 치료 여부나 치료 방법, 결과에 관한 내용, 특히 죽음이 임박한 상황까지 모든 부분을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왔다.
그런데 본인의 생명에 대해 본인의 의사가 간과되어 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병이 회복 불가능하고 나에게 남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한 평생 살아온 내 삶을 정리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우선, 내가 하다가 두고 온 그 일들을 정리해야하고, 경제적인 정리를 해야 하고, 마음에 맺힌 부분들을 풀어야 한다. 자식과 친지, 이웃에게 다 못한 것들을 어서 어서 해주고 싶고,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또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뒤로 미루기만 했던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도 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도 남기고 싶을 것이다.
그 많은 일들을 해야 할 텐데 나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짧음이 얼마나 가슴 아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치료효과는 없이 죽음의 기간만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중단하고 환자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과 권리를 주어야 한다.
몇 년 전 돈이 없어 딸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언론에 떠들썩했었다. 끝이 언제일지도 모르는 누워있는 딸의 상황이 나머지 가족들의 목숨과 연결되어 있었다. 눈물어린 결정을 하게 된 아버지에게 결국 집행유예선고가 내려졌었다.
우리에게는 치료받을 권리도 있지만 치료받지 않을 권리도 있다. 회복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치료받고 노력해야 하지만 회복할 수 없고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의사의 판단이 내려졌다면 의미 없는 연명치료는 나 자신에게도 고통이며 괴로움이다.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항암제사용, 혈액투석, 그 외에도 연명을 위해 실시하는 처치 등을 원하지 않는 19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미리 기록하여 제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면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되며 자연스럽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더구나 사랑하는 가족, 친지와 함께 할 수 있으며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나로 인해 매여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시간적 심리적 부담을 줄여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며 가족에 대한 사랑이며 사회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연명의료 중단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거나 이미 시행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시행된 인공호흡기를 떼려고 결정한다는 것은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엄청 큰 심리적인 부담을 주게 된다.
그래서 시행하기 전에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이전에 내가 젊고 건강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미리 써 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명의료가 중단되어도 물과 영양, 단순한 산소공급과 진통제는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된다.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을 때 생명이 일시 연장되었다고 해도 회복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제 아플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삶의 여정이다. 너무 바쁜 일상에서 만나고 소통하기가 어렵다면 글로 문서로라도 사랑의 마음을 남겨보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웰다잉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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