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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다·놀다·먹다 유기농 농생명문화 이끄는 상하농원

땅과 바람, 하늘과 햇빛 자연과 공존하는 체험

2021년 03월 13일(토) 20:32 [(주)고창신문]

 

ⓒ (주)고창신문

탐방 < 상하농원 하모니의 지휘자 류영기 대표>

짓다·놀다·먹다 유기농 농생명문화 이끄는 상하농원
땅과 바람, 하늘과 햇빛 자연과 공존하는 체험

ⓒ (주)고창신문





마천루의 높은 벽에 갇혀 살던 도시민에게 상하농원의 광활한 지평선은 생경한 자유다. 갑자기 확장된 13만평의 공간 속에서 잠시 멍하니 길 잃은 기분에 빠질지도 모른다. 문명과 시간 속에 길들여져 자유가 당혹스러운 사람들에게 상하농원의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이국(異國)의 개척촌 분위기마저 느껴지는 상하농원의 땅과 바람, 하늘과 햇빛, 건물을 비롯하여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 그러한 존재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상하농원 핵심 주민인 건물들이다.

매일유업과 고창군의 협업을 바탕으로 2008년 합류한 아트디렉터 김범작가는 상하농원 건물의 배치와 특징을 의인화(擬人化)하여 나이와 성별을 부여한 스토리로 구성하였다.

외부 주차장에서 농원 내부로 들어가고자 하는 손님에게 첫인사를 건네는 농원회관은 장년의 아저씨이다. 남성적인 건물로 상하농원의 입구 역할을 하며 농원의 활동을 이끌고 관련 상업을 담당한다. 소박하고 직선적인 구성의 농원회관에는 판매공간과 친환경 전시공간이 있어서 상하농원의 특산물을 판매하고 지역 문화를 비롯한 유기농, 친환경 농축산업 홍보와 전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상하농원은 고급 백화점 및 자사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고창의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건강먹거리를 소개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소비자와 농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원회관 아저씨의 환대를 받으며 농원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 평지를 차지한 텃밭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건물들이 부채꼴로 펼쳐져 각자의 일에 열심이다.

왼쪽으로는 이 개척촌의 가장 큰 유지인 햄공방과 햄공방 노부부가 운영하는 상하키친이 보인다. 유럽의 음식문화인 햄과 소시지를 가공해 온 부부답게 유럽풍의 세련미를 갖춘 햄공방 부부는 근엄하고 자부심 강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지역 농가에서 돈육을 공급받아 햄과 소시지 등의 가공육을 생산하는 햄공방은 철저한 위생관리로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은 시설로 통유리를 사용하여 밀폐성을 갖춘 별도의 견학 공간에서 생산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농원 내 공방으로는 가장 큰 가공시설인 햄공방 앞쪽,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상하키친이 있다. 상하키친은 햄공방의 견학 공간을 지나도록 설계하여 레스토랑에서 먹는 햄과 소시지에 대한 생산의 현장성과 신뢰도를 높인다. 옥외 테라스도 갖추고 있어서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시야를 덤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상하키친 지하에는 햄공방 및 농원사무소와 공유하는 기계실, 저온 창고를 비롯하여 친환경 설비인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빗물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햄공방, 상하키친, 농원사무소가 보이지 않는 혈맥으로 이어진 긴밀한 친인척 관계임을 알 수 있다.

햄공방 맞은편에는 빵공방 아주머니와 두 아들인 과일공방과 농원상회, 한 가족이 자리한다. 과일공방은 젊음과 건강한 노동력을 상징하는 통나무집을 연상시킨다. 과일공방에서는 고창에서 나오는 각종 과일로 잼과 청, 건과, 과채주스를 생산하며 생산과 제조과정을 견학할 수 있도록 견학로를 갖추고 제품을 보여주는 진열대와 시식을 위한 시연 공간도 있다.

과일공방 옆으로 나란히 서 있는 농원상회는 여러 공방에서 생산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과 제품을 구입하여 먹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의 역할도 하고 있다.

과일공방과 농원상회 뒤에 든든하게 서 있는 빵공방은 우리밀로 만든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생산한다. 분리된 견학로를 갖추고 손님들에게 생산 시설과 제조 과정을 견학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빵공방 뒤편으로는 점잖게 뒤로 물러나 앉은 발효공방이 있다. 고추장, 된장을 담그는 발효공방은 마을에서 가장 연로한 웃어른으로서 언덕을 등지고 햇볕이 잘 드는 아늑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고창에서 생산되는 콩을 원료로 숙성실과 건조실을 갖추고 된장 등 각종 전통 장류를 생산한다. 숙성실은 온도 조절 기능이 있어 메주가 맛있게 숙성될 수 있도록 하며 건조실은 하단이 개방되어 외부 공기를 자연스럽게 유입함으로써 메주가 자연 건조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공방과 마찬가지로 생산현장의 제조공정을 견학할 수 있도록 구획이 분리된 견학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주변에 배치된 자연석 장독대는 이 곳이 전통 장류를 만드는 곳임을 보여준다.

평지의 끝단 중앙에는 중년부부인 체험교실 A, B와 그들의 딸 동물농장이 있다. 체험 교육 시설은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해 직접 아이스크림, 소시지, 치즈 등의 제조과정을 배울 수 있는 교육공간이다.

체험교실을 비껴 뒤편에 있는 동물농장은 젖소를 먹이고 작은 동물들을 돌보는 소녀이다. 작은 가축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하며 귀여운 생명체와의 친근한 교류를 통하여 푸근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빠글빠글 펌을 하고 삐쭉삐쭉 건초로 온 몸을 장식한 양 아주머니도 사람이 가면 패션 감각을 뽐내며 다가온다. 간식속셈을 모르지 않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작은 동물들의 살가운 몸짓이 교감과 위안을 준다.

동물농장 뒤로는 ‘섬포 강선달 설화’를 간직한 강선달 저수지가 있다. 옛날 상하면 섬포마을 농민들은 농사지을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강선달이 사비(私費)로 저수지를 만들어 마을 농민들을 도운 이야기이다. 강선달 저수지 주변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 산책을 하면 언덕과 초지가 주는 의욕적인 에너지와는 다르게 차분한 평화가 느껴진다.

농원 내에서 가장 너른 공간을 차지하며 최초로 완공된 건물은 유기농목장이다. 상하농원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0년에 완공되어 오늘날 상하농원 탄생에 원초적이고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였다. 저수지와 목초지에 둘러싸여 외부 오염 요소를 최소화하였고 젖소의 생육에 적합한 환기와 채광 기능을 갖추었으며 착유실의 공간에는 착유 과정을 견학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유기농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고 신뢰를 쌓고 있다.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는 젖소들이 생산하는 순수 유기농 우유는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많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상하목장을 비롯하여 유기농 전문 생산농가 23곳을 포함한 고창유기농영농조합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전국 유기농 우유의 90%에 달한다고 하니 유기농 우유 축산의 메카로서 손색이 없다.

2018년에 오픈한 파머스빌리지는 상하농원의 아침과 밤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로, 테라스룸, 온돌룸, 패밀리룸, 스위트룸, 단체룸 등 선택 폭이 넓은 다양한 객실과 웨딩, 세미나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수실, 뷔페 레스토랑 등을 갖추고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휴식공간의 특징을 배려하여 건물이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이면서도 언덕 위의 경사면을 따라 창을 내어 전망을 즐길 수 있다. 2020년에는 수영장과 노천탕을 갖춘 스파를 개장하여 고급 호텔로서의 이미지를 완성해가고 있다.

상하농원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어서 올해 3월 딸기스마트팜이 오픈 예정되어 있고 뒤이어 5월에는 럭셔리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glamping)장도 개장할 예정이다.

“짓다, 놀다, 먹다”라는 콘셉트(concept)로 6차 산업의 대표 상징으로 자리잡은 상하농원의 그 모든 하모니를 지휘하는 지휘자는 류영기(59) 상하농원 대표이사이다. 부임 전 매일유업 사외이사이자 식품생명과학과 초빙교수로 연구와 교육, 경영을 섭렵하던 류영기 대표는 풀무원 공채1기 사원으로 출발하여 풀무원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풀무원의 성장기를 이끌었던 경력의 전문가이다.

류영기 대표는 상하농원의 대표이사로 부임한 2019년 분당주민을 포기하고 고창군민이 되어 고창의 자연과 사람 속에 스미고 있다. 고창에 내려온 지 처음 3개월간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어서 지금은 아내와 함께 매일 저녁 모양성 산책로를 걸으며 애정을 다지고 있다.

인터뷰 내내 류영기 대표는 상하농원의 믿을 수 있는 먹거리와 진정성 있는 체험 자랑에 입이 마른다. 유기농 햄, 소시지를 비롯하여 고급 수제 치즈 등 우유가공식품, 블루베리나 복분자 등을 원료로 하는 잼,청,식혜, 우리밀 빵 뿐 아니라 지난 해 상하농원의 이름을 걸고 상품화한 고창의 지주식 김도 명절 선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상하농원에서 생산하는 계란은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닭에게 로즈마리 등의 허브를 섞여 먹이기 때문에 비리지 않고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상하농원 계란은 베타카로틴을 함유한 붉은 난황의 색과 탱글탱글한 난황의 높이로 계란의 신선도를 말해주는 호그 유니트의 높은 수치를 통해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임을 입증하고 있다.
류영기 대표는 닭에게 먹인 먹이가 그대로 붉은 난황으로 나타나는 계란을 통해 자연의 정직한 섭리에 깊은 경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상하농원의 닭장에는, 침입한 족제비와 맞서 싸워 암탉들을 무사히 지키고 장렬하게 전사한 수탉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역할을 다한 수탉의 책임감과 자존심이 사람을 가르친다.

“단일품목의 6차산업체는 있으나 상하농원처럼 종합적인 차원에서 6차산업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곳은 처음”이라는 류영기 대표의 말에서 긍지와 자부심이 느껴졌다. “초기에는 유기농 먹거리 생산에 대한 기술적이고 법적인 어려움 뿐 아니라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까지 겹쳐 힘든 점이 많았는데 지금은 갈수록 유기농 먹거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하농원을 찾아주신 방문객은 20만 명에 이르고 올해는 23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고 상하농원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넌지시 말했다.

벌써 시작된 상하농원의 올 봄 체험활동, ‘상하농원과 함께 하는 고창 청보리 여행’, ‘꼬마농부 딸기스쿨 수확체험’이 눈길을 끈다. 상하농원의 계절별 체험프로그램은 언제나 앞서서 계절을 견인한다.

100년 앞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기업처럼 상하농원은 자연과의 공존으로 인간의 건강을 돕는 유기농 농생명문화를 이끌어 나간다.
유석영 기자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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