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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년 해로하는 이득수, 김순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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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듯 정 깊은 서로의 동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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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04일(화) 22:14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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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년 해로하는 이득수, 김순례 부부
무뚝뚝한 듯 정 깊은 서로의 동아줄
“아이고, 남부끄럽게 무신 팔짱이랴?” 결혼 80년째, 긴 세월 함께 살아 온 이득수(97), 김순례(95) 부부는 아직도 내외를 한다. 손자의 청으로 낀 팔짱이 부끄러운 듯 할머니는 두 볼마저 발그레 물이 들었다. 대산면의 초록 고운 들판, 꿩 우는 봄날에 햇빛 아래 나란히 선 노부부의 모습은, 서로 기대어 핀 두 송이 진달래처럼 정답다.
중신어미 오간 지 일주일 만에 열여섯 영광 소녀는 열여덟 고창 소년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어린 며느리를 맞는 시어머니는 그즈음 썩은 싹 하나 없이 쑥쑥 잘 크는 콩나물시루를 들여다보며 새 며느리가 복덩이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아들 셋, 딸 셋 여섯 남매 키우며 논 사고 소 사고 재산도 늘렸다. 꿈인 듯 생시인 듯 흐른 세월은 40여 명의 자손들을 훈장처럼 남기고 화살처럼 사라졌다.
“큰아들 대학 보내고 농사 한 섬지기 짓는 것이 내 포부였소”
울력으로 품삯을 벌던 청년은 남들이 사십 일 일할 때 팔십 일을 일하면서 품삯을 모아 송아지 한 마리를 샀다. 애지중지 키운 송아지를 종잣돈 삼아 논으로 바꾸고 그 논에서 농사지은 곡식은 더 넓은 땅으로 돌아왔다.
“대산 학교 앞이 모두 우리 논이요”
그렇게 살림을 일구고 큰아들 대학도 보내어 평생의 포부를 이루었지만 법관이 되고자 했던 큰아들이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은 지금까지 노부부의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지금은 저래 봬도 젊었을 적엔 인기가 많아 내 속깨나 썩였지” 할머니의 핀잔에 겸연쩍어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영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왕성한 혈기로 한때 할머니 애를 태운 적도 있지만, 알콩달콩 평생을 같이 한 노부부는 이제 하루가 다르게 기력을 잃어간다.
“작년까지는 텃밭도 지었는데 올해는 그것도 남 내어주고, 무릎이 아파서 애기 걸음 걷듯 걸으며 밥해 먹고 사오” 그래도 할아버지 덕분에 삼시세끼 끼니를 꼭 챙겨 먹게 된다는 할머니 말에 할아버지는 “나는 평생 밥상 한번 챙겨본 적이 없소” 한다. 누구든, 혼자 남기고 먼저 떠나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 묻어있다.
“주변의 또래 친구들은 일찌감치 모두 떠났소. 이 나이까지 살았지만 그래도 식구들은 앞세운 적 없으니 큰 복이지”
할머니는 오늘도 할아버지의 밥상을 위해 면 소재지에 나가 장을 보실 것이다. 오 리도 넘게 떨어진 면 소재지가 끝없이 멀게 느껴지는데 할머니는 씩씩하게 길을 나선다.
유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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