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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힘 키우는 흥덕청소년문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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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문화복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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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16일(월) 18:54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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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고창신문 | | 연대의 힘 키우는 흥덕청소년문화의 집
마을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문화복지 공간
어느 날은 할매라테 그 다음날은 아줌마 라테를 마실 수 있고, 누군가 생일이나 축하할 일들이 생기는 운 좋은 날이면 백설기나 맛있는 떡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하지 않았고, 젊은 아가씨가 상냥한 목소리로 뜨거운 커피인지 시원한 커피인지를 물어보지는 않는다.
도시나 읍내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처럼 통일된 복장, 카페 음악, 인테리어, 화려한 쵸코 가득한 먹거리들이 철저하게 소비자를 위해 거북스럽게 준비되어 있지는 않다. 언젠가는 근처 동네에서 파마를 했는지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커피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배어 나왔다. 파마 향 가득한 커피 잔을 들고 내 자리로 돌아오면서 왠지 자주 들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흥덕 청소년문화의집 그리고 흥덕 문화복지관이라고 하는 여기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고, 몇 개 안되는 테이블의 당구장, 동네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헬스장이 있다. 그리고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더위를 피할 수 있고 향기로운 커피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숍이 있다.
그런데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커피숍 간판을 찾아 볼 수 없다. 혹시라도 여기서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손님과 약속을 하기라도 한다면 낭패일 수 있겠지만 찾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간판처럼 커피숍을 운영하는 사람들 역시 누구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마을 공동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청소년 문화와 동네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공동체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작은 도서관은 혼자서 온전히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내게 주기도 한다. 온 시간을 집중해서 나만의 우주에 빠져들 수 있는 너무나 커다랗고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요즘 시골 마을에 많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가끔 더위를 피해 책도 보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카페에는 동네 사람들이 음료 내기 당구를 치기라도 하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당구장까지 무료로 배달도 해주는 친절한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서비스 정신이다. 주문 받고 계산하랴, 커피 내리랴, 배달하랴, 정신없으면 동네사람이나 기다리는 손님들이 알아서 그 일들을 대신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친밀하게 서로의 그리고 공동의 공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 공동의 공간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여기는 까탈스러운 자본에 그리 민감해하지 않으면서 더운 여름에 땀을 식히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열띠게 이야기하면서 함께 공감하는 삶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할매라테에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화려하게 장식한 샌드위치를 즐길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끔 담백하고 고소한 떡으로 허기를 채울 수도 있다. 여기서 판매되는 많지 않은 수익은 정확히 어디로 누구에게 흘러가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생산적 복지이고 거대 자본과 맞서 약자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면서 서로 돕는 건강한 복지로 쓰일 것이다.
하버드 대학 퍼트넘(Putnam) 교수는 개인주의가 중심이 되고 공동체가 외면 받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과거 미국사회에서는 볼링장이라는 공간에서 마을 사람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서로 교류하고 정보도 주고받으면서 마을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 일을 내 일처럼 여겼었다는 것이다.
당시의 끈끈한 사회적 연대를 보여주었던 세대들은 이러한 사회적 자본으로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이끌었다. 미국 사회에서 볼링의 열기가 식지는 않았지만 클럽을 중심으로 한 볼링은 점점 쇠퇴하고, 나 홀로 볼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교류가 끊기고 공동체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퍼트넘 교수의 책 "Bowling Alone(나 홀로 볼링)"에서 지적한 내용들이다.
흥덕 청소년문화의 집 그리고 문화복지관의 당구장은 "Pooling Alone(나 홀로 당구)"이 아닌 동료들과 음료 내기도 하고 커피숍에서 소소한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피면서 한 여름을 이겨내고 있다. 가끔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일들에 열도 내고 심한 욕도 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여기는 퍼트넘 교수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이 만들어지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퍼트넘 교수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은 협력적 활동을 촉진하면서 우리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신뢰, 규율, 네트워크와 같은 것들로서 지역경제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흥덕 청소년문화의 집을 이용하는 MZ 세대와 문화복지관을 이용하는 기성세대들 간의 갈등도 좁혀가면서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연대의 힘은 개인과 우리 사회에 전혀 생각지 못한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할매라테는 유난히 뜨거운 올 여름에 추천할 만한 커피이고 시원한 피서처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회적경제를 생각하게 된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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