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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변화, 장엄한 생명 변주곡, 고창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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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갯벌의 개성, 귀여운 해달의 모습으로 해안을 향해 움직이는 셰니어 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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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2일(토) 13:06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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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고창신문 | | <기획_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유치 기원>
반복과 변화, 장엄한 생명 변주곡, 고창갯벌
고창갯벌의 개성, 귀여운 해달의 모습으로 해안을 향해 움직이는 셰니어 사구
빙하기를 지나며 지구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던 지질시대 최후시기인 만 년 전부터 강물은 바다로 나가는 빈손이 민망하여 형편껏 자갈이며 흙모래를 바다에 선물하였다. 해안의 경사가 완만하여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서해안과 남해안은 시냇물, 강물이 멀리서부터 실어 온 흙이며 모래를 차곡차곡 쌓아 널따란 갯벌과 염습지를 구축하였다. 경사가 완만한 해안 지형 중에서도 먼바다로부터 오는 파도의 영향이 덜한 깊숙한 만에는 미세한 입자의 펄을 쌓았고, 파도의 힘이 센 곳에는 모래를 모았다. 갯벌의 풍부한 영양염류는 기초 생산량을 높여서 8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생명체가 입주하였고 그 모두가, 먹이사슬을 이루는 갯벌의 주민이 되었다.
지구 산소의 20%~50%를 만들어 내는 식물플랑크톤인 규조류와 규조류를 먹고 사는 크고 작은 저서동물, 염생식물과 물새, 그리고 인간은 갯벌을 중심으로 거대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수천 년 역사를 함께 하였다.
하지만, 갯벌의 가장 최상위층에 입주한 인간의 힘은 축적된 갯벌의 시간을 압도하였다.
인간의 인식 수준이 개발의 가치에만 머물던 근대 이후, 식량확보, 농경지 마련을 위한 간척사업이 이루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갯벌을 파괴하는 매립과 간척은 점점 더 규모화되고 목적 또한 다양해졌다. 갯벌은 간척사업 이외에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공사, 바닷모래 채취, 양식장 확대 등으로 수난을 겪었고, 이러한 요인에 의해 갯벌의 면적은 1987년보다 2020년에는 22.5% 감소한 것으로 해양수산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밖에도 산업단지에서 유출되는 폐수, 사고로 인한 유류유출, 지속적인 생활하수의 유입, 무분별한 관광시설 난립과 갯벌을 관광지로만 인식하는 방문객의 갯벌 훼손 사례 등 갯벌환경을 악화시키는 수많은 요인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서, 개발보다 보전이 인류에게 더욱 필요하고 유리한 일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었고, 자연환경보전가치에 대한 인류의 인식도 크게 변화하였다. 이에 따라 각종 국제적 협약이 체결되었고, 우리나라도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해양생태계법, 2006.10.4. 제정, 33회 개정)을 비롯하여 다양한 법과 규정으로 갯벌 훼손 행위를 제한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방향에 동참하면서 전 지구적 연대에 의한 실천적 전략을 구체화, 다양화하고 있다.
1999년 2월 제정된 ‘습지보전법’은 현재까지 19차례의 개정으로 습지생물 다양성 보전과 국제협약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2019년 1월 제정된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약칭 갯벌법)은 5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갯벌의 보전·관리·복원에 관한 사항을 다듬어 생산적이고 건강한 갯벌 유지를 위한 방향을 명시화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의 갯벌 매립은 없을 것이라는 국가의 정책적 의지와 세계 자연유산 지역의 연안관리에 대한 국가적 지원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고창군은 2007년 12월 31일 부안면과 심원면 일대가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2010년 12월 13일에는 고창군 습지 일원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2013년 5월 28일에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고창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었고, 이에 따라 2018년 9월 3일에는 고창군 전체가 습지보호지역으로 확대 지정되었다. 2017년에는 고창갯벌, 셰니어 사구를 포함하는 서해안권 지질명소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어 2023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7월 26일에는 서천, 신안, 보성·순천 갯벌과 함께 고창의 갯벌이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한국의 갯벌은 지질학적, 해양학적, 기후학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크다.”면서,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 이유에 대해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해 2150종의 동식물군, 118종의 철새 등 높은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갯벌’로 등재된 유산지역은 우리나라 전체 갯벌 면적 중 52%가량을 차지하는 1,284.11㎢로 멸종위기종 및 고유종을 비롯하여 다양한 생물종을 부양하고 있다. 생물종의 보전 상태를 기록하는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의 적색목록(Red List)은 생물종의 위기 속도 등을 9개 그룹으로 나누는데 그중 위급(CR), 위기(EN), 취약(VU)의 세 부류를 통틀어 ‘멸종위기’로 분류한다. 갯벌 유산지역에는 CR(Critically Endangered: 절멸위급)등급으로 분류되는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하여, EN(Endangered: 절멸위기)등급인 붉은어깨도요, 황새, 저어새, 청다리도요사촌, 알락꼬리마도요, VU(Vulnerable: 취약)등급인 개리, 흰죽지, 노랑부리백로, 흑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있고 NT(Near Threatened: 준위협)등급도 12종 발견된다. 또한, 멸종위기 해양무척추동물인 갯게,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기수갈고둥, 대추귀고둥이 있으며 고유종인 해양무척추동물도 47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밖에도 조류 137종, 대형저서동물 857종, 저서규조류 375종, 해조류 152종, 염생식물 55종, 어류 54종 등 총 2,169종의 동식물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생산량(215.7㎎/㎡)에 기반하여 저서규조류, 해조류, 대형저서동물 등이 서식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높은 생물종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창갯벌은 저서규조류가 194종 발견되어 높은 종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멸종위기 무척추 동물1종 및 고유종 23종과 황해고유종 범게를 부양하고 있다. 전 세계에 1속 1종이 알려진 범게는 얕은 바다의 모래진흙 바닥에서 저서생활을 한다. 외골격 윗면에 그려진 1쌍의 붉은빛을 띤 보라색 둥근무늬는 마치 큰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다리에는 가로무늬가 있는 개성 강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물새류는 89종이 발견되고 있는데 IUCN 멸종위기 21종을 비롯하여 특히 황새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조사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황새는 세계적으로 3천 마리 밖에 남지 않은 겨울철새이다. 세계적으로 19종의 황새가 있는데 고창갯벌에서 황새와 먹황새 두 종을 볼 수 있다.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먹황새는 황새와는 달리 몸이 전체적으로 검고, 배는 희며, 부리와 다리는 붉다.
고창갯벌은 만의 형태가 가장 뚜렷한 갯벌로 모래갯벌, 혼합갯벌, 펄갯벌, 바위갯벌 등 모든 갯벌의 형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갯벌 종합 선물세트 같은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 갯벌의 중간에 위치해 철새들의 이동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포인트로 중요성이 아주 크다.
고창갯벌센터의 김진근 갯벌생태안내인에 따르면 동호해수욕장이나 명사십리해변, 만돌리 해변의 모래갯벌에서 범게, 엽낭게, 달랑게가 우점하고 있고 혼합갯벌에서는 엽낭게, 밤게, 길게, 범게 등 게류와 왕좁쌀무늬고둥, 민챙이가 대표적인 우점 생물이다.
펄갯벌 우점종으로는 고둥류로 댕가리가 있고 게류로 칠게, 농게, 흰발농게, 방게가 관찰되는데 특히, 흰발농게는 인간의 간섭에 취약하여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고창의 갯벌에는 다양한 염생식물이 꽃밭을 이룬 듯 펼쳐져 있어서 가을산 단풍 못지않게 아름답다. 고창갯벌에서 주로 보이는 염생식물로는 갈대, 모새달, 칠면초, 해홍나물, 갯잔디, 나문재, 갯개미취 등이 있다. 명사십리해변, 만돌 셰니어 사구, 동호해수욕장 연안에서 자라는 사구식물로는 갯그렁,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갯메꽃, 해당화 등이 있다.
고창갯벌에서는 우리나라의 조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나그네새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나그네새는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고창갯벌에 내려앉아 먹이활동으로 휴식과 양분을 보충한다. 도요와 물떼새가 주를 이루는데 알락꼬리마도요(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마도요, 중부리도요, 저어새(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검은머리물떼새(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흰물떼새, 청다리도요(IUCN LC: 관심대상)가 흔히 관찰된다. 겨울철새로는 오리류가 많이 보인다. 기러기, 황오리, 고방오리, 고니(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와 IUCN LC(관심대상)인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이 관찰된다.
천연기념물로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고니, 황새, 먹황새 등을 볼 수 있고, 특히 검은머리물떼새는 고창갯벌에서 번식하는 모습이 관찰된 바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체 수가 100마리 미만으로 알려진 뿔제비갈매기(IUCN CR: 위급)도 고창갯벌에서 관찰되며, 겨울에는 물수리(IUCN LC: 관심대상), 흰꼬리수리(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천연기념물) 등 수리종류의 새들도 고창갯벌을 찾고 있다.
고창갯벌의 움직이는 섬으로 표현되는 셰니어(Chenier) 사구는 고창갯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고창갯벌과 셰니어 사구는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고창의 지질명소 14곳에 속한 지질명소이기도 하다.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을 보전하고 교육, 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하여 환경부 장관이 인증한 공원으로서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은 고창과 부안의 지질명소 33곳을 포괄하고 있다. 2017년에 지정되었고 4년마다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 규정에 의해 올해 7월 재인증을 받았으며 2023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해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모래 퇴적체인 셰니어는 입자가 큰 모래와 조개 부스러기들이 조간대(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의 펄 퇴적층 위에 쌓인 지형으로 고창갯벌의 셰니어는 약 1800년 전부터 형성된 것으로 검증되었다. 해안선을 따라 길이 약 1km, 폭 약 100m 의 넓이로 형성되어 있으며 지도상에 나타난 형태는 귀여운 해달의 모습 같기도 하고, 촬영의 각도에 따라 커다란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1967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셰니어는 육지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져 ‘움직이는 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심원면 바람공원에서 해안을 따라 조성된 바람의 길에 서면, 소나무와 갯벌이 전하는 바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거칠게 전해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셰니어가 육지 방향으로 이동하는 사연도 들린다.
한때는 비할 바 없던 위엄으로 존재하던 모든 생명체는 바람과 물결 속에 바스러져 수천 년 시간의 지층으로 다시 부활하였다. 인간이 다 알지 못한 과거의 시간을 쌓아, 인간이 다 알 수 없는 미래의 시간을 향해 고창갯벌은, 되풀이 되는 베이스 선율 위에 다채롭게 변화하는 선율을 얹은 변주곡처럼 장엄한 생명의 변화를 수만 년 이어갈 것이다.
유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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