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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쓰는 시내버스 운전기사, 유재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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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한사람 귀하게 모시는 포근한 정과 시골 향기 싣고 달리는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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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4월 03일(월) 16:16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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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고창신문 | | 시(詩)쓰는 시내버스 운전기사, 유재영 시인
한사람 한사람 귀하게 모시는 포근한 정과 시골 향기 싣고 달리는 버스
고창에는 3일과 8일에 장이 서는 5일장이 열린다. 텃밭에서 농사지은 푸성가리를 보따리에 싸서 팔러가는 사람, 선조(先祖) 제삿날의 제수 음식을 사려는 사람. 여기저기 아프다며 병원에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시골의 인심과 정취, 농촌만이 느낄 수 있고 영화속의 동화 같은 정(情)을 한아름 담고 달리는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시(詩)를 쓰는 운전기사가 있다. 유재영 시인이다. 누가봐도 시내버스 기사와 어울리지 않는다. 듬직한 체구에 짭게 자른 머리와 맛깔스런 입담을 가진 연예인풍의 외모다. 유재영 시인은 승객들의 지팡이와 짐꾼, 아들과 손자가 되어주는 한식구란다. 버스의 좌석은 20석인데 어쩌다 버스를 이용하는 나그네 한,두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나이가 지긋하여 허리가 심하게 굽은 할머니,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과 가속화하는 고령화를 실감하는 현장이다. “어르신들, 내리실때는 반드시 버스가 정차하고 난후에 좌석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려야 합니다.” 허스키하고 높. 낮음이 분명한 목소리는 승객들에게 호감을 준다. 버스안에선 이런저런 수다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누는 대화들은 정감 있고 마을의 애.경사의 정보를 실은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물씬 나는 시내버스다.
손녀가 텔레비전에 나와 노래자랑 했다는 할머니, 손자가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자랑하는 할아버지는 어깨가 반뺌이나 올라간다. 날마다 병원에 간다며 가시던 할아버지께서 한동안 안보여 물어보면 돌아가셨다는 비보에는 할아버지 모습이 어른거린다. 서울에 사는 증손녀가 딸 쌍둥이를 낳았다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린단다. 기쁜일, 기억하기 싫은일 들을 싣고다니는 버스 안에서는 젓갈냄세. 생선냄세, 유재영 시인은 운전할 때 지나치는 사계절의 풍경은 시를 쓰게하는 매력에 마음이 설레인다고 한다. 이런 맛에 매료되어 기사석에 앉을때가 행복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얼굴에서는 선함과 행복한 여유로움이 묻어있다. 행복이란 내가 하는일에 만족하는 것이지 남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고 유재영 시인은 말한다. 시인다운 말인듯하다. 햇빛에 한껏 그을려 검어진 얼굴이 아름다워 보인다. 때로는 버스안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처치도 해야하는 순발력과 승객들을 안전하게 수송해야 하며 집중력과 숙련이 요구되는 전문직에 자부심도 대단하다. 다른길로 갈 수 있는 기회도 여러번 있었지만 운명처럼 운전석에 앉은 지도 30년이 들어서고 있다. 증명하듯 운전하는 버스가 윤이나고 빛이난다. 매일 내집 안방처럼 깨끗하게 청소하고 닦고 관리하는 것이 즐겁다고 하니 직업의식 또한 모범이다.
시골버스가 오가는 길들은 우리가 사는 자연과 인생을 다시보고 느끼게하는 명상과 치유, 순례의 짧은 여로가 되기도 한단다. 하천과, 작은 언덕과 고개를 굽이굽이 돌고, 마을과 마을을 우회하면서 한사람 한사람을 귀하게 모시고 있다. 새벽의 안개을 헤치며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앉은 이슬을 차바퀴로 밟고 달리는 풍광명미(風光明媚)와, 따뜻하고 포근한 솜이불 같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정겨운 이야기를 가득담고 달리는 맛은 돈많은 거부들의 문화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자신만의 행복한 시를 쓰는 시골버스 운전기사의 삶이란다. 고속버스, 시내버스 운전을 하면서 2권의 시집을 냈다. 다음 시집은 5월이면 출판이 된다고 한다. 잘 쓸려고 꾸미지 않고, 미사여구로 포장하지 않은 솔직 담백하고 구수한 짧은 시들이다. 신림 저수지 아래 신촌에서 살면서 슬하에 1남 2녀를둔 유재영 시인은 행복한 삶을 가득 담아 12개의 마을을 지나 상하 구시포로 달리는 시내버스가 참 아름다워 보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염영선 시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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