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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암이 빚은 왕관 청송 주왕산 ‘기암단애’

2023년 08월 11일(금) 11:13 [(주)고창신문]

 

기획 - 고창 세계지질공원 관리방안 모색 - 국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찾아①


화성암이 빚은 왕관 청송 주왕산 ‘기암단애’

화성암, 퇴적암, 수리, 고생물, 지형 등 지질적 다양성 뛰어난 청송 지질공원


↑↑ 용연폭포

ⓒ (주)고창신문


국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을 찾아
① 경북 청송군 권역
② 한탄강 권역
③ 전남 무등산 권역
④ 제주도 권역
⑤ 전북 서해안 권역


46억 살로 추정되는 지구의 장구(長久)한 역사 위에 한 개체의 삶이란 지구의 피부를 잠시 스치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하겠지만, 주체적 존재로서 문명을 발전시킨 인간은, 개체의 삶을 뛰어넘는 시간을 거쳐 형성된 지질 연구를 통하여 지구의 비밀을 풀어간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프로그램은, 수십억의 시간 동안 변화해 온 지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지질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희소성을 평가하며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추구하며 아름다운 경관의 보존과 더불어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활용적 가치를 개발함으로써 인간 삶의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새로운 관광 패턴으로 자리잡은 지오 투어리즘(Geo-tourism)은 지질 자원 활용의 한 맥락을 보여준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천연의 지질 자원은 훌륭한 관광상품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교재(敎材)로서 교육적 가치도 높다.
이러한 지질 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활용은 지역민들에게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며 연구자나 학생들에게 소중한 학문적 자산이면서, 그 아름다운 경관은 방문자에게 휴식과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지역의 자연환경적 가치를 높일 뿐아니라 지오 투어리즘의 보증수표와 같아 세계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분야이다.
2023년 7월을 기준으로 세계 총48개국 195개 지질공원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고 우리나라에는 5개가 있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제주도(화산)를 비롯하여 2017년 인증을 받은 경북 청송군(산악), 2018년 인증을 받은 전남 무등산(산악), 2020년 인증을 받은 한탄강(하천) 지질공원에 이어 지난 5월 17일에는 전북 서해안권 지질공원이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서 최초 인증을 받았다. 이는 해안형 세계지질공원으로는 국내 최초다. 전북 서해안권의 총 32개 지질명소 중에는 고창군 지질명소인 △선운산의 천마봉 △마애불 △진흥굴 △병바위 △소요산 용암돔 △송계리 시생대 편마암 △명매기샘 △고인돌군 △명사십리해변 △구시포 가막도 △쉐니어 △대죽도 △고창갯벌 13곳이 포함되어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한 번 인증으로 그 자격이 영원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4년 주기의 재인증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인증을 받은 지역이, 지질명소 보전과 지속가능한 활용 등 지질공원 운영을 위한 노력과 연구를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고창신문은 전북 서해안권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5곳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취재를 기획하였다.
이는 고창의 소중한 지질유산에 대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질경관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주민 의식을 높이며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일찍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어 관리 운영되고 있는 선례를 통해 지질명소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발전 방법에 대한 영감을 얻고자 한다.

▶ 산소 카페 청송군
그 첫걸음을 경북 청송군에서 시작한다.
청송군에 들어서자 ‘산소 카페’라는 청송군의 로고가 눈길을 끈다.
이청준 소설가가 쓴 단편소설 중, 손님에게 공기를 대접하는 미래세계 이야기가 있는데 그 소설의 내용처럼, 청송군은 명품 산소를 객(客)의 차림상에 내놓은 듯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높은 산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른 경상분지 속의 청송군은 지질학적 다양성이 뛰어난 지질공원으로 평가받는다.
2017년 처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은 이래, 4년마다 받아야 하는 재인증이 코로나19로 연기되어 지난 6월 9일 재인증을 확정받았다.
군 전체면적에 해당하는 845.71㎢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어 총 24개소의 지질명소를 자랑한다.

↑↑ 수리지질명소 주산지

ⓒ (주)고창신문

이를 특성별로 분류하자면 화성암 지질명소로는 △기암단애 △주방천 페퍼라이트 △급수대 주상절리 △법수도석 △병암 화강암 단애 △나실 마그마 혼합대 △면봉산 칼데라 △수락리 주상절리 △파천 구상 화강암 △청송 구과상 유문암(꽃돌) 10개소가 있고, △청송자연휴양림 퇴적암층 △방호정 감입곡류천 △만안자암 단애 등 3개소는 퇴적암 지질명소이다. 수리 지질명소에는 △주산지 △청송얼음골 △달기약수탕 3개소가 있고 △신성리 공룡발자국은 고생물 지질명소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지형 지질명소 7개소로는 △연화굴 △용추협곡 △용연폭포 △절골협곡 △백석탄 포트홀 △송강리 습곡구조 △노루용추계곡이 있다.
지질명소 중 인접한 명소는 권역별로 묶어 지질탐방로로 관광코스화하였는데 이를 크게 주왕산 권역과 신성계곡 권역으로 나누고 있다.
청송군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그중 주왕계곡(주방계곡, 주방천계곡) 지질탐방로는 필수 코스이다.
설악산, 월축산과 함께 3대 암산으로 불리는 주왕산(720.6m)은 돌로 두른 병풍같다 하여 ‘석병산’이라고도 한다. 1976년 3월 30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소로, 폭포와 기암괴석이 한데 어우러진 신비로운 자연경관은 때로 아기자기하게, 때로는 웅장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매료시킨다. 이처럼 빼어난 자연경관은 다양한 지질적 특성에서 드러난 것으로 주왕산은 학술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주왕산 권역의 주방천 계곡 지질탐방로는 길이 5.3㎞로 왕복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청송군 대표 관광지로, 뛰어난 경관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즐기며 걸을 수 있도록 맨발 걷기길도 조성되어 있다.
자동차를 가지고 간다면 ‘주왕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내소 옆 도로의 길을 따라 시작하면 된다.
용추협곡까지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도록 데크가 설치되어 있고 용연 폭포까지도 평탄하게 걷기길이 조성되어 있어 어린아이와 부모님을 모신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 시루봉

ⓒ (주)고창신문

 

3시간 정도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걷기 편한 신발과 복장으로 무거운 짐은 피하고 간간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된다. 주왕계곡 지질탐방로는 그늘이 많은 계곡이라 여름철에 걷기에도 부담없지만, 초파리 등 벌레가 많이 달라붙는 점을 감안하여 벌레를 쫓을 수 있는 기피제나 부채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거의 갈림길도 없는 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광은 곳곳이 지질명소이다.
그중에서도 세계지질명소로 인증받은 기암단애, 주방천 페퍼라이트, 연화굴, 급수대 주상절리 전망대, 용추협곡, 용연폭포가 포함되어 있어 눈에 띄는 곳은 어김없이 세계지질명소이다.
탐방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초입에 자리한 대전사라는 사찰을 지나야 하는데 5월 이전까지는 관람료가 있었던 듯하지만, 5월 4일부터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전국 65개 사찰 관람이 무료화되어 표를 사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다.

▶ 기를 꽂은 바위절벽, 기암단애
청송군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암단애는 탐방로 초입에서부터 주왕산 머리 위에 얹힌 왕관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대전사에서는 이를 부처님의 손으로 보기도 한다.
보통 기이하게 생긴 바위를 기암(奇巖)이라 하는데 이 왕관바위의 이름은 기암(奇巖)이 아니라 기암(旗巖)으로 기(旗)를 꽂은 바위라는 의미였다.

↑↑ 주왕산 기암단애

ⓒ (주)고창신문

중국 당나라 시대 주도(周鍍)라는 사람이 진나라를 재건하고자 하는 뜻을 품고 반란을 일으키지만 실패하고 신라의 주왕산으로 숨어들었는데, 주왕을 잡아 달라는 당나라의 요청을 받고 신라 조정은 주왕산 굴속에 숨어 있던 주왕을 찾아내 첫 봉우리에 기(旗)를 꽂았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름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단애(斷崖)는 의미 그대로 깍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를 의미한다.
주왕산의 단애와 주상절리는 주왕산을 구성하는 화성암의 층상 분포와 관계가 있어 주왕산의 탄생 배경을 알려준다.
암석은 생성원리에 따라 퇴적암, 변성암, 화성암으로 분류되는데 주왕산을 구성하는 화성암은 뜨거운 마그마가 식어 만들어진 암석을 말하며 어떤 위치에서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화성암으로 나누어진다. 주왕산은 하부로부터 현무암, 응회암, 안산암 등 화성암으로 구성되어 주왕산이 화산 폭발로 탄생하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주왕산은 6천만 년 전 아홉 번 이상 화산이 폭발하여 쏟아진 화산재가 쌓이고 굳었다가 각층을 구성하고 있는 암질에 따라 풍화 및 침식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단애와 주상절리가 형성되었다.
손가락, 혹은 왕관과 같은 형상으로 깎인 침식의 흔적은 기암단애 아래 발달한 너덜겅(Talus, 돌이 많이 깔린 비탈)으로 나타난다.

▶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급수대 주상절리

↑↑ 급수대

ⓒ (주)고창신문

기암단애가 탐방로 초입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주방천 계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암절벽이 급수대(汲水臺) 주상절리이다.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s)는 기둥의 형상(주상)으로 갈라진 틈(절리)을 의미한다.
용암이 분출하고 흘러내려 냉각이 되면 수축이 되면서 보통 수직 방향으로 오각형 내지 육각형 모양의 절리가 발생하는데 이렇게 갈라진 틈을 따라 풍화 작용이 일어나 형성된 돌기둥이 주상절리이다.
언뜻 보면 진안의 마이산 같기도 한 급수대는 한자의 뜻 그대로 ‘물 긷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신라의 왕위다툼 관련 전설에서 유래한다.
신라 37대 선덕왕이 후손 없이 죽자 무열왕의 6세 손인 김주원(金周元)이 차기 왕으로 추대된다. 왕으로 추대된 김주원이 궁으로 향하던 중 홍수를 만나 입궐이 지체되자 상대등 김경신(金敬信)이 먼저 입궐해 왕좌를 차지한다. 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김주원은 주왕산으로 피신하여 절벽 위에 거처하면서 식수를 얻기 위해 두레박으로 계곡의 물을 퍼 올렸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급수대는 주왕산의 많은 응회암질 급애 중 주상절리가 가장 뚜렷하게 발달한 곳으로 주상절리 뿐 아니라 화산재의 압착에 의해 응회암 노두(露頭, outcrop)에서 나타나는 렌즈 모양의 검은 유리와 같은 흑요석 결정체인 피아메(fiamme)와 잠열(潛熱)에 의한 변질 광물도 관찰할 수 있다.

↑↑ 용추협곡

ⓒ (주)고창신문

주왕산 탐방로 중 가장 압도적인 절경을 자랑하는 곳은 단연 용추협곡이다.
높이 100m가 넘는다는 두 절벽이 서로 맞선 사이의 좁은 틈은 곧 닫힐 비밀의 문처럼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듯하다.
협곡 사이를 흐르는 주방천 물소리가 웅장한데 물소리를 따라 들어가면 나타나는 용추폭포는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오랜 시간을 두고 협곡 사이를 흐르는 물은 더욱 깊은 골짜기를 만들며 3단 폭포를 형성하였고 정교한 조각(彫刻)으로 바위를 둥글게 깎아 부드러운 포트홀(pothole)을 만들었다.
주왕산 탐방로에서 처음 만나는 용추폭포를 지나면 평범한 산길과 같은 평지가 나타나고 그 길을 1Km 정도 걷다보면 오른쪽으로는 절구폭포, 왼쪽으로는 용연폭포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세 개의 폭포 중 용연폭포는 가장 규모가 있는 폭포로 유일하게 유네스코 인증을 받은 세계지질명소이다.
용연폭포는 총 2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1단 폭포는 폭이 약 4m, 낙차는 약 6m이며, 폭포 아래에 너비가 약 10m에 달하는 물웅덩이인 폭호가 형성되어 있다. 폭호 양측 급애상에는 좌측에 3개, 우측에 1개씩 하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하식동(河蝕洞)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1단 폭포가 흐르면서 급애의 지형면에 부딪쳐 마찰에 의한 침식작용(마식磨蝕, abrasion)을 일으키면서 동굴이 형성된 것으로 폭포에서 가장 먼 하식동이 가장 먼저 형성되었다. 이는 폭포가 침식에 의해 점차 후퇴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하식동의 위치로 보아 용연폭포의 1단 폭포는 최초 폭포가 형성된 후 최소 20m 이상 후퇴했음을 알 수 있다.
주방천 지질탐방로 이외에도 물의 요정이 나올 듯 몽환적인 분위기의 주산지, △신성리 공룡발자국 △방호정 감입곡류천 △만안 자암 단애 △백석탄 포트홀 등 4곳의 지질명소를 볼 수 있는 신성리 권역의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12.4km),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5.5km)를 비롯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지오프렌즈 사업’과 교육프로그램 등 다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짧은 지면을 접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 사진 유석영 조창환

고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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