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공원(Geopark)이란 개념은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 등장하였다.
지구 형성과정과 역사에 있어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유지 보존하고 지속가능하게 활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2000년 유럽지질공원 네트워크가 결성되었고 2004년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가 출범하여 세계적으로 인식이 확장되었다.
전북서해안지질공원은 2023년 5월 24일 우리나라에서는 다섯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서 최초 인증을 받았다.
변산반도와 곰소만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내륙 세계지질공원으로서는 최초의 해안형 세계지질공원이다. 고창군과 부안군의 육상과 해역 총 1,892.5㎢(육상 1,150.1, 해상 742.4)의 면적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고 32개 지질명소를 포함하고 있다.
고창군에는 △선운산의 천마봉 △도솔암 마애불 △선운산 진흥굴 △병바위 △소요산 용암돔 △송계리 시생대 편마암 △명매기샘 △운곡습지 및 고인돌군 △명사십리해변 △구시포 가막도 △움직이는 모래섬, 쉐니어 △대죽도 △고창갯벌, 13곳 지질명소가 있고, 부안군 지질명소로는 △적벽강 △채석강 △솔섬 △모항 생선뼈 광맥계 △모항 페퍼라이트 △유천리 청자 도요지 △선계폭포 △굴바위 △직소폭포 △울금바위 △계화도 제스퍼 △계화도 역암 △진리 공룡알 화석지 △소리 유변성 응회암 △차도리해안 △진리 주상절리 △진리 용머리 층간습곡 △진리 대형 횡와습곡 △대/소형 제도, 19곳이 있다.
전북서해안세계지질공원은 중생대 백악기 화산암체가 지질명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원생대부터 신생대 제4기까지 암석 및 퇴적물이 분포되어 있어 지질 발달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다. 한반도 백악기 화산활동의 전후 과정과 퇴적작용을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의 화산암체들은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지질학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
▷ 인생샷 명소 채석강 해식동굴
1988년부터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주로 산 지형을 구성하는 내변산과 해안가인 외변산으로 분류되어 변산8경으로 일컬어지는 경승지가 있다. 이중 세계지질공원 명소로는 직소폭포, 개암사의 울금바위, 채석강과 적벽강 등을 들 수 있다.
2004년 명승으로 승격 지정된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의 ‘채석강·적벽강 일원’은 변산반도에서 가장 많이 돌출되어 파랑(波浪)의 영향이 큰 곳으로 해안지형의 자연미가 뛰어나다.
채석강(彩石江)이나 적벽강(赤壁江)은 모두 강(江)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강이 아니고 바닷가이며, 채석강(彩石江)의 채석(彩石)은 돌을 캐는 채석(採石)과는 한자가 다름을 유의해야 한다. 채석강의 채(彩)는 고운 빛깔의 무늬를 의미하는 한자로 채색 단층의 조화가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채석강과 적벽강의 명칭은 모두 중국의 지명에서 유래되었다.
채석강은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적벽강 또한, 송(宋)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놀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흡사하다 하여 불리워지게 되었다.
채석강은 격포해수욕장과 격포항을 직각으로 연결하고 있어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면 양쪽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바닷물에 잠기면 들어갈 수 없으니 물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기있는 ‘인생샷’ 명소인 채석강 해식동굴은 격포항 쪽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해식동굴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격포항 쪽에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제주 용머리해안은 입장료가 있고 출입가능시간이 있어서 안내인에 의해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다. 채석강은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개인이 스스로 물때를 확인하고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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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석강 해식애 |
ⓒ (주)고창신문 |
닭이봉 아래로 해안을 따라 형성된 수십미터의 해식절벽(해식애)은 빼어난 경관과 신비로운 감동을 주며, 다양한 퇴적암의 종류와 퇴적구조 등 지층의 생성 과정을 보여주는 학습장이기도 하다.
약 7,000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부터 바닷물의 침식을 받으면서 쌓인 이 퇴적암은 격포리층으로 역암, 사암, 이암 등이 교대로 층을 이루고 있고, 수성암인 셰일, 화산회로 이루어졌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곳이 깊은 호수였고, 호수 밑바닥에 화산분출물이 퇴적한 것이라고 유추한다. 절벽에서 관찰되는 단층과 습곡, 관입구조를 비롯하여, 기반암이 파랑의 침식작용에 의해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로 평탄하게 나타난 파식대,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해식애, 해식동굴, 바닥에 형성된 돌개구멍 등 백악기부터 제4기까지 고환경의 진화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학술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이 고여서 생긴 조수웅덩이에는 미처 바다로 나가지 못한 물고기들도 남아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해식절벽 위 닭이봉 꼭대기에는 과거에 있었던 봉화대처렁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의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위도와 칠산(七山)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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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암사 울금바위 |
ⓒ (주)고창신문 |
▷ 풍화 침식으로 생긴 개암사 울금바위 동굴
내변산 지질명소 중에는 개암사 대웅보전 뒤로 솟은 두 개의 큰 바위, 울금바위(우금암)가 있다. 개암사를 지키는 두 장군처럼 웅장한 자연미로 압도하는 울금바위는 각각 높이 30m, 40m에 이르며 우금산(329m)의 정상부를 이룬다. 울금바위는 부안화산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산응회암으로, 응회암의 주요 특징을 잘 보여준다. 용결응회암이라고도 하는 응회암은 화산재가 쌓여서 굳어져 만들어진 퇴적암으로 다공질이며 장식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개암사에서 500m 거리에 있고 ‘변산반도국립공원 우금암코스’의 일부구간으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넉넉히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바위 밑에는 자연동굴이 형성되어 있어 화산암의 풍화 및 침식의 특성을 보여준다. 모두 3개의 동굴이 있는데, 가운데 원효방이라는 굴 밑에는 조그만 웅덩이가 있어 물이 괸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 물이 없었으나 원효가 이곳에 수도하기 위해 오면서부터 샘이 솟아났다고 한다.
원효방은 원효가 개암사를 중수할 때 머물렀던 곳이다.
부안군에서 내소사와 함께 아름다운 절로 많이 알려진 개암사는 선운사의 말사로, 변한의 문왕이 진한과 마한의 공격을 피해 이곳에 성을 쌓고 동쪽과 서쪽에 궁전을 지었는데 백제무왕 때 묘련대사가 서쪽의 궁전을 개암사라 한 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통일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우금암 굴에 머물며 중수하여 고려시대에는 건물이 30여 채에 이르는 대가람이었다.
울금바위는 백제 유민들이 나당연합군의 공격에 맞서 왕자 부여풍(扶餘豐)을 옹립하고, 3년간에 걸쳐 백제부흥운동을 폈던 사적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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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운사 천마봉 |
ⓒ (주)고창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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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직 암석 단애 선운산 천마봉
선운산의 세계지질명소는 선운산 봉우리인 천마봉, 도솔암의 마애불, 진흥굴 3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 빼놓을 수 없이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선운산은 지질명소 이외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송악, 장사송 등 볼거리가 많다.
체력·시간 등 저마다의 여건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명소인 선운산은 등산객들에게 인기있는 2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1코스는 매표소-선운사-도솔암-용문굴-낙조대-천마봉에 이르는 코스로, 4.7㎞ 왕복 약 3시간이 소요된다. 2코스는 매표소-선운사-석상암-마이재-포갠바위-참당암-소리재-낙조대-천마봉 코스로 6.1㎞에 달하며 왕복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선운산 봉우리 천마봉은 장군봉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높이 284m의 수직 절벽이다. 화산암(분출암)의 대표격인 유문암으로 구성되어, 주변 화산력응회암보다 단단하고 치밀하여 풍화에 강한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은 차별적 풍화작용으로 나타났고, 가파른 수직 암석 단애로 형성되어 웅장하고 신비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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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솔암 마애불상 |
ⓒ (주)고창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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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철이 많아 적색을 띠는 도솔암 마애불
선운산 도솔암의 서편 암벽에는 보물 제1200호 ‘고창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커다란 바위벽에 새긴 이 불상은 신체 높이가 약 15.7m, 무릎 너비는 약 8.5m로 유문암으로 형성된 절벽을 거칠게 다듬은 후 불상을 조각하였다. 이 유문암은 담회색 내지 담적색으로 불상하부에는 용암이 흐르면서 평행하게 형성된 유동구조(Flow structure)를 관찰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회색이 섞여있고 전체적으로는 적색을 띠는데 이는 암석의 구성성분에 산화철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표면에 발달한 타포니는 바람의 침식작용에 의해 유문암의 표면에 생긴 공동풍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학습장이기도 하다.
타포니(tafoni)는 공동풍화(空洞風化, cavernous weathering) 또는 벌집풍화(honeycomb weathering)에 의해 암석 측면에 형성된 구멍을 가리키는 용어로, 수직 또는 급경사의 절벽면에 형성된, 입구가 둥글고 안쪽면이 곡면인 구멍 형태의 풍화 지형을 말한다.
▷다양한 지질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진흥굴
도솔암 밑 천연기념물인 장사송 옆에는 진흥굴이 있다. 신라 24대 왕인 진흥왕이 말년에 왕위를 버리고 이 굴에서 머물렀다고 하여 진흥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굴의 길이는 10m, 높이는 4m인데, 진흥굴이 위치한 일대를 대부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응회암이다.
응회암은 선운산화산암체를 구성하는 주된 암석으로 진흥굴 안쪽에는 천정과 옆면에 절리가 잘 발달하여 박리작용의 관찰이 가능하다. 박리작용은 절리가 침식, 융기에 의한 압력의 감소로 발생하기도 하고 냉각에 의한 수축으로도 발생한다. 이곳의 절리는 화산재가 쌓여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절리에 의해 암석 표면이 양파 껍질처럼 층상으로 벗겨져 나가는 현상, 즉 박리작용을 관찰할 수 있다.
진흥굴과 같은 자연동굴의 형성에는 식물도 한 몫을 했다. 식물이 암석의 틈에서 성장하면서 틈을 더욱 넓히고 암석을 깨트리는데 이 틈을 통해 스며든 물이 동결작용을 통해 풍화를 촉진시켜서 표면적을 증가시키고 화학적 풍화작용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다. 진흥굴에서는 암석이 풍화작용을 받아서 절리면을 중심으로 박리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자연동굴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진흥굴에서는 절리, 박리작용, 식물에 의한 기계적 풍화작용 등의 풍화작용 뿐아니라, 암석덩어리들이 중력에 의해 미끄러져 떨어지는 암석 낙하의 전형적인 예시도 관찰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지질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학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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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갯벌 |
ⓒ (주)고창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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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간 전북서해안세계지질공원은 2017년 9월 도내 1호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시작으로, 2019년 12월 환경부로부터 세계지질공원 국내 후보지 추진 자격을 획득했다. 2020년 11월에 유네스코에 인증신청서를 제출하였고, 탐방로 등 각종 기반 시설의 유지·관리, 신규 탐방 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2022년 9월 30부터 10월 3일까지 이어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심사위원들의 현장실사가 이루어졌는데, 최종적으로 탐방 프로그램 우수성, 지속 가능한 발전, 공원운영 활성화에 대한 주민들의 노력과 의지를 높이 평가받아 최종 인증이라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9월 10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제10차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총회 폐회식에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GGN) 니콜라스 조로스 의장으로부터 인증서를 전달받음으로써 6년 여에 걸친 여정이 일단락되었다. 유네스코 관련 규정에 따라 전북서해안세계지질공원은 인증확정일인 2023년 5월을 기준으로 4년간 세계지질공원 운영 자격이 주어진다. 2027년 5월에 최초 인증 기간이 종료되므로, 2026년 재인증 신청과 2027년 상반기 현장실사 등을 거쳐 향후 4년간의 운영 자격을 다시 획득해야 한다.
지질공원해설 프로그램은 홈페이지(http://jwcgeopark.kr/) 또는 유선(부안 063-580-4437, 고창 063-560-2699)으로 사전 예약하거나 직접 방문 신청하여 해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유석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