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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정 작가, 선조의 멋 망건의 전통을 잇고 싶어

2024년 06월 12일(수) 09:50 [(주)고창신문]

 

인터뷰 - '망건의 세계' 차연정 작가


차연정 작가, 선조의 멋 망건의 전통을 잇고 싶어


ⓒ (주)고창신문

목인 차연정 작가의 망건 전시가 7일부터 13일까지 고창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진행 중이다. ‘망건의 세계’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는, 고창미술작가 창작전시회의 일환으로 (사)한국미술협회 고창지부(지부장 권애란)가 주관하고 고창군이 후원한다.
여수 출신으로, 고창군 신림면으로 시집오면서부터 망건을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하여 40여 년간 망건을 제작해 온 차연정 작가를 만나, 작가의 삶에 녹아든 망건의 이야기를 들었다.


▷ ‘망건(網巾)의 세계’ 전시회를 하게 된 계기는?
‘망건’은 탕건, 정좌관(程子冠), 갓 등과 함께 전통적인 남성의 의관이다. 남성들이 상투를 틀고 난 후 잔머리나 묶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머리띠처럼 머리에 두르고 갓과 탕건, 정좌관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무슨 일에 집중하려면 머리부터 묶듯,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것은 일에 집중력을 높이고 외모를 단정하게 한다. 망건은 이처럼 실용성과 품격을 추구했던 선조들의 정신과 삶의 모습을 전해주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렇게 멋스러운 선조들의 정서가 차츰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전시회를 통해 선조들의 삶에서 구현되었던 멋과 품격을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 망건은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하셨는지?
시집온 첫해부터 시어머니(이옥례)로부터 망건 제작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으니 벌써 41이 훌쩍 지났다. 망건에는 제 스승님이신 시어머니와 저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우리 마을에서 망건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생활 필수품으로서 현재 진행형의 문화이다. 지금은 딸(백명주)이 제자로서 같이 망건을 제작하고 있어서 3대째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 망건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망건은,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랗고 긴 말총을 바늘에 꿰어 한 땀 한 땀 뜨는 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편자, 당, 앞, 뒤로 구성되어 있는데, 편자는 아랫부분을 졸라매는 띠이고 당은 윗부분을 매는 띠며, 앞은 이마를 감싸는 부분이고 뒤는 뒷머리를 싸매는 부분을 말한다. 당과 편자에는 줄이 달려있는데 이를 당줄이라 한다.
먼저, 편자를 머리 둘레만큼 길이로 짜고, 편자가 완성되면, 사람의 머리처럼 둥근 틀인 망건골에 걸어놓고, 앞과 뒤를 짠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당이다. 당을 제대로 묶어야 유려한 곡선이 살아나면서 예쁘게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곡선미는 우리 고창 망건의 특징이라고 자부하고 싶다. 오랜 시간 동안 말총을 다루고 이해하며 손에 익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다 만들어진 망건은 4시간 정도 삶아서 형태를 잡아 완성한다. 꼬박 한 달을 가느다란 말총에 집중해야 되는 일이어서 체력도 필요하고 특히 인내심과 끈기가 밑천이다.
잘 만들어진 망건에 관자와 풍잠을 달고 나면 하나의 망건이 완성된다. 그 순간의 기쁨과 보람으로 그간의 어려움은 잊어버린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
망건은 느리게 완성되기도 하지만, 좀처럼 해지지 않는 강한 물건이며, 얼마든지 재생가능하기 때문에, 물건을 너무 빨리 버리는 현대 사회에 시사점을 주기도 한다. 시집와서 처음 제작한 망건을 남편이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데, 낡은 부분을 말총으로 앞가리하면 새것처럼 변신한다.
인간관계나 우리의 삶도 그렇게 다듬고 고쳐가면서 살라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앞으로도 망건 일을 계속하실 생각이신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가족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망건은 여전히 생활필수품이다. 망건일은 시어머니에게서 저에게 물려졌듯, 이제 딸에게 전수하여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또한, 현대인들도 망건을 멋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다. 젊은이들이나 여성들도 사용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을 한다면 현대사회에서도 망건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제주에는 국가무형문화재인 망건장이 계시다고 한다. 고창의 망건도 꼭 지켜져야할 유산으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켜야 할 전통을 보전하고 맥을 잇는 것이 저에게 남은 사명이라는 마음으로 딸과 함께 망건 일을 계속할 것이다.

▷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오랫동안 망건을 만들었지만,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부족한 저에게 망건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용기를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또한 전시회를 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모든 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망건의 단아하고 멋스러운 망건의 가치를 느껴보시고 조언해 주신다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데 더욱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유석영 기자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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