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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캄보디아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미국인 포레스트를 통해, 언어가 가진 직접적인 힘을 새삼스럽게 느낀 적이 있었다. 무전여행 중이라는 그는 캄보디아 여러 도시를 옮겨다니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로 숙식 및 여행 경비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람들에게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언어의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가 가진 특별함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로 기억에 남았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가늠했던, 그날이 훅 다가온 것 같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번역 없이 읽을 수 있는 최초의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 또한, 감동이 있다. 기념비적 작품을 소지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은지라 작가의 책은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 엿새 만에 1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책은 품절되어 개인이 새롭게 책을 구입하기는 아직도 어렵다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이곳저곳에서 「한강 작가 특별전」이 열리고, 작가의 책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등 열풍이 불고 있다. 그 분위기와 감동을 군민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8년 전 읽었던 『채식주의자』를 책꽂이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문제작으로 떠올라 한강 작가를 대중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좋은 책은 읽을수록 그 깊이가 달라지듯, 언젠가 또다시 이 책을 읽는다해도, 새로운 시각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를 중심으로 한 세 인물, 남편, 형부, 언니의 시점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쓰인 중편소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을 이어 묶은 연작소설이다. 문체는 아름답고 깊이가 있으며 자연스럽게 독자의 내면을 파고든다. 간결하고 섬세한 작가의 문체와는 달리 주제는 무겁고 그로테스크(grotesque )하기까지 하다. 외신들이 한강 작가를 ‘한국의 카프카’라고 평가하는 이유를 어렴풋하게 알 것 같다. 몇 해 전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공 영혜에 대해서만 집중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영혜의 언니 인혜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 『채식주의자』 「나무불꽃」 중- 통속적인 관점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어느 정도의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인혜는 문득 살아있음에 대한 의문에 휩싸인다. 『채식주의자』는 이렇듯, 존재 자체의 두려움과 슬픔을 헤집으며, 살아있음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대상을 죽이고 먹어야 하는 생명현상의 본질은, 착취와 억압의 구조적 현상으로 나타나 은밀하게 작용하며 사회적 폭력성과 잔인함을 정당화한다. ‘던져진 존재’로서 인간은 ‘정상적’인 것들에 대한 의심조차 하기 어려운 처지지만, 현상의 밑바닥을 직시하며 비로소 자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그 순간, 정상과 비정상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어 섞인다. 작가가 무엇을 쓰고 싶어했는지와는 별개로, 그 수많은 문장 속에서 독자가 찾아내는 자신만의 문장은 각자 다르듯, 어떻게 존재하느냐에 대한 정답 또한, 독자의 선택 속에 있을 것이다. 유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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