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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군(農郡)인 고창군에서 지역경제 생태계의 전략가인 농업기술센터소장의 리더십은,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3년의 공직생활을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마무리한 현행열 소장은 재임기간 중 전국 최초로 시작한 농업 CEO 교육, 고창 수박과 멜론의 브랜드화, 상담소와 임대사업소의 체계화, 그리고 미생물 농업의 확산까지, 뛰어난 기획력과 실행으로 고창군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농업기술센터의 위상을 높였다. 지난해 고창수박 지리적표시 등록 이후, 명품고창수박이 5천덩이 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요즘, 농업 디자이너로서 그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고창 농업의 미래에 대해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자 한다. ▷ 인생은 매 순간이 진행형 생방송 이렇게 명예로운 퇴임이 있기까지 옆에서 도와주신 모든 분께 먼저,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시작한 농촌개발대학 과정을 통해 배출된 78명의 농업 CEO분들이 마련해 주신 퇴임식에서는 촛불 릴레이 이벤트가 진행되었는데, 그간 같이 고생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바람에 많은 분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고 마련해 주신 자리를 빌어 여러 차례 퇴임식을 가졌고, ‘이제 정말 퇴직하는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아쉬움보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한 기분이 더 큽니다. 1992년 처음 고창군농촌지도소에 들어와서 공직자로서 지켜온 인생철학이 있다면 ‘인생은 생방송’이라는 것입니다. 한번 지나가면 영원히 오지 않을 매 순간에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매 순간 후회없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진정성있게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거짓이 섞여 있는 일은 금방 들통이 나고 후회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 재배수준의 상향평준화로 이룬 농산물 브랜드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여러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5년 전국 최초로 농촌개발대학을 시작했던 일입니다. 농업은 교육에서 시작되며, 농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저로서는 교육이 절실하고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농민들이 무슨 시간이 있어서 공부를 하느냐면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농민교육특성화 사업비를 따내어 3무교육으로 농업CEO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농사일이 끝난 후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늦은 밤까지 농장 운영에 대해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하는 그 시간들이 힘들었지만, 그러한 노력으로 매출이 오르고 성과가 나타나니 피곤함보다 보람이 컸습니다. 또, 한가지는 농산물 브랜드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일입니다. 대표적으로 멜론과 수박을 들 수 있습니다. 농산물 브랜드사업을 위해 가장 공력을 기울였던 것은 재배수준의 상향 평준화입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 나이키 제품을 사도 품질이 보장되는 것처럼, 농산물 브랜드 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창 수박을 언제 어디서 사더라도 그 맛이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수박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량생산되지 않고 저장성마저 짧다는 것입니다. 저장성이 1주일밖에 되지 않는 수박을 전국에 고창수박이라는 브랜드로 여름내내 납품하기 위해서는 수박을 재배하는 고창의 수십곳 농가들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A농가가 납품한 고창수박은 맛있었는데 그다음 B농가의 수박이 맛이 없다면 브랜드 가치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맛이 균일하게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생산농가의 재배 기술을 상향 평준화시켜야 고창수박이라는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교육에서 시작되고 기술로 성장하며 브랜드로 완성하는 농업 시간을 되돌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해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은 고창 농산물의 브랜드화입니다. 아무리 비싸도 명품을 사는 사람이 있듯, 가격과 상관없이 고창의 농산물을 먹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브랜딩(branding)은 이미지입니다. ‘착한 농민’이 생산하는 ‘착한 먹거리’여야 하고, 그 맛이 항상 일정하도록 표준화된 재배기술을 보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농촌지도사업은 농가들과 가족같은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참 어렵습니다. 더욱이 후배공무원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1인가구 등 소비성향에 맞추어 고창농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과제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이제 비록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라도 나타날 것입니다. 교육에서 시작되고 기술로 성장하며 브랜드로 완성되는 고창농업을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도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고창농업의 브랜딩을 위한 그의 진정성있는 노력은 수박 멜론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그는 무대를 내려왔지만, 고창농업이 가야 할 길 위에 그의 족적은 오랫동안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유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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