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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임귀택 심원면 용기마을 이장

지방소멸 위기 속 빛난 '공동체 정신'

2026년 02월 25일(수) 14:21 [(주)고창신문]

 

인터뷰 – 임귀택 심원면 용기마을 이장



지방소멸 위기 속 빛난 '공동체 정신'



↑↑ 심원면 용기마을 임귀택 이장

ⓒ (주)고창신문



봄기운이 성큼 다가옴을 느끼기에 충분한 훈훈한 소식이 심원면 용기마을에서 들려왔다. 마을 이장님이 수년간 아끼고 모은 마을 기금을 주민들에게 '명절 상여금'으로 지급했다는 소식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고창 토박이이자 올해로 5년째 마을을 이끌고 있는 임귀택(70) 이장이다. 그는 이번 설 명절을 맞아 마을 37개 가구에 각 30만 원씩, 총 1,110만 원을 지급하며 화합의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소멸해가는 농촌 마을에 '공동체'라는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5년간 한 푼 두 푼 모은 '주민들의 정성'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1,1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출처였다. 임 이장은 이 돈이 단순히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땀방울과 출향민들의 고향 사랑이 합쳐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장 부임 직후부터 해안가 청소 활동을 통해 받은 인건비를 다 함께 조금씩 적립했고, 고향을 찾은 출향민들이 "어르신들 음료수라도 대접해달라"며 기탁한 기부금들이 종잣돈이 되었다. 이렇게 5년간 모인 자금이 농협 적금으로 만기가 되었고, 임 이장은 이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 민주적 절차와 신뢰로 결정된 작은 행복
큰돈을 나누는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을까. 임 이장은 독단적인 결정 대신 철저한 소통을 택했다. 김인권 마을가꾸기 위원장과 먼저 머리를 맞댔고, 이후 새마을지도자, 어촌계장, 경로회장 등 마을 운영진과 심도 있는 상의를 거쳤다. "어르신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고마움을 전하자"는 취지에 운영진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결과적으로 실거주 요건 등을 고려해 선별된 37가구에 지급이 결정되었으며, 마을 내부에서 단 한 건의 반대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용기마을의 탄탄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 포용적 나눔의 정신
최근 농촌 마을의 갈등 요인 중 하나인 '원주민과 귀농인' 사이의 차별 문제도 용기마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임 이장은 이번 상여금 지급 대상에 귀농 가구를 포함하며 포용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새로 들어온 이웃도 마을의 일원으로서 함께 책임과 혜택을 나누어야 한다는 임 이장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였다. '우리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했다.

▶ 기름값 걱정 덜어준 '효도 상여금'
상여금을 전달받은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겨울철 비싼 기름보일러 연료비 때문에 목돈 걱정이 컸던 어르신들은 "요긴하게 잘 쓰겠다"며 이장의 손을 맞잡았다. 또한 민족 대명절 설을 맞아 준비를 서두르던 마을 주민들에게 이번 상여금은 단순히 수치적인 30만 원을 넘어, 제사상을 준비하고 찾아온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건넬 수 있는 '품위'를 지켜준 금액이기도 했다. 마을회관 앞은 상여금 소식에 이웃 간의 감사 인사가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명절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 여행과 축제로 이어지는 용기마을
이러한 나눔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마을의 막내 격인 70세 이장은 인구 감소의 위기 속에서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매년 세우고 있다. 마을 자금의 여유분을 활용해 어촌계와 경로회가 번갈아 가며 매년 40여 명 규모의 마을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좋은 구경 많이 시켜드려야 한다"는 것이 임 이장의 진심이다. 또한, 다가오는 3월 2일 정월대보름에는 당산제와 달집태우기 행사를 성대하게 열어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빌고 단합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마을의 숙원 사업, 안전한 도로 환경 조성
임 이장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국도변 교통사고 위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마을 한복판을 지나는 도로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30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로 투병 중인 주민이 있을 정도로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장어 거리를 찾는 관광객 차량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크지만, 국도 특성상 방지턱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60km 속도 제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나, 임 이장은 마을 관통 도로를 '주민 보호구간'으로 지정해 50km 속도 제한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이미 1월에 신청을 완료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주민들이 마음 편히 길을 건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의 큰 목표라고 전했다.

끝으로 임 이장은 고창군과 군민들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고령화로 인해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 갈수록 녹록지 않지만, 제가 나고 자란 이 고향을 아름답고 활기차게 가꾸는 일에서 매일 삶의 보람을 찾습니다. 우리 용기마을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운영하는 장어 맛집 등 정겨운 볼거리가 참 많습니다. 소멸해가는 농촌이 아니라 온기가 살아있는 마을로 남을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임 이장의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목소리에는 고향을 지키는 파수꾼의 자부심이 가득 실려 있었다.


김민찬 기자

고창신문 기자  .
“서해안시대의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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