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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근 칼럼-마음의 고향을 찾아

2002년 09월 19일(목) 17:49 [(주)고창신문]

 

추석이 다가오면서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껏 설렌다. 오곡의 결실에 마음은 풍요로워지고 조상님을 뵙는 풍습에 저절로 고개는 수그러지며 언제나 포근히 감싸안으시는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더구나 이웃과 친지들의 수더분한 시골 맛은 일상에 쫓기던 도시 생활에 활력을 더하곤 한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은 길게 늘어진 대기줄 끝에 서서 고속버스를 기다리고 또는 귀성차량으로 정체된 도로 위에서 여유를 즐기며 짜증 반 기대 반으로 고향을 찾는지도 모른다.



옛날에 비해 우리의 살림은 풍족해졌고 배움도 많아 모두 위세 당당하고 긍지와 확신, 보람과 만족으로 가득한 얼굴이지만 면벽하고 자기 자신을 대할 때면 고개를 떨구고 시선은 발 밑으로 깔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분명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해서 집도 장만하고 승진하여 직장의 직급도 올랐건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처럼 허전하기 만 하다' 이런 현대인의 마음에 유일한 보약은 어머니와 고향이 주는 원기와 활력이 최고라 믿는다.



인간의 뿌리는 마력과 같은 위대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조상에 대한 뿌리를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는지 모른다. 뿌리에 대한 바른 인식은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나침반이 되고 조상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어 자기 자신과 가족을 아끼며 이웃과 더불어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사회의 듬직한 동량으로 자리하게 돕는다.



지난 6월 한일월드컵의 함성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에 메아리 칠 때 우리국민은 대한민국, 즉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가슴에서 용솟음쳤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이란 외침은 우리의 위상을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높였으며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고개를 들어 세계인과 같이 먼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비젼을 주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의 화려한 겉모습과 감춰진 이면의 불안은 자신의 뿌리를 정신적 지주로 삼아 자부심과 긍지를 찾았을 때 자신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뿌리가 훌륭하고 고매한 양반이 아니어도 좋고 유명한 명문 학교 출신이 아니어도 좋다.



그리고 고향이 휘황찬란한 도시가 아니어도 좋다. 많은 사람들은 승자의 우렁찬 호령보다 패자의 굳게 입다문 비장함의 진가를 알며 양반의 고아함보다는 서민의 판소리와 육자배기가 더욱 보배롭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뿌리에 대한 바른 인식이야말로 긍지와 자부심이 가슴 속에 움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곧은 삶의 디딤돌로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고, 꽃이 좋고 열매가 충실하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고, 내를 이루어 바다로 흐른다고 용비어천가에서 노래하고 있다. 자신의 뿌리인 조상과 모교 그리고 고향을 바르게 인식하여 편협한 지역주의를 벗어나 가슴 속에 뿌듯한 긍지와 자부심의 원천으로 자리하는 추석 명절이 되기를 기대한다.



고창신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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