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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내 고향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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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중 전주교육청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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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22일(금) 17:49 [(주)고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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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의 소리를 듣는다.
짧은 해가 아쉽기만 한 고즈넉한 들녘에서 바람에 너울거리는 은빛 억새꽃을 보고 있노라면 사념(思念) 사유(思惟)는 깊이를 더해간다.
음수사원(飮水思源), 물을 마실 때는 근원을 생각하고 낙엽귀근(洛燁歸根)에서 생명복귀(生命復歸)의 철리(哲理)를 깨우쳐야 하는 때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정신적 '유토피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내 고향 '고창'으로 설레는 발길을 옮겼다.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는 '선운사'는 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사찰 뒤로 꽃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장관을 이루고, 점점이 이어진 야트막한 야산에는 암벽이 솟았고 허리에는 해송을 두르고 있다. 그 아래 열린 들판은 해안과 손잡고 있어 풍족하고 넉넉한 느낌을 준다. 고즈넉한 경내 풍경, 더 이상의 열정이나 욕심도 없이 무심히 먼 산을 관조하는 노승의 눈빛, 잠시나마 사바의 번뇌를 잊게 해주는 풍경소리...나는 지금 그 대웅전 뜰 앞에 서있다.
판소리 여섯 마당을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선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동리 고택과, 국악당은 국내의 유일한 판소리 박물관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의 신비로운 수수께끼 고인돌, 미식가의 입맛을 자극하는 '풍천장어', 주신 '바쿠스'의 취기를 더해주는 디오니소스의 절대 향연 '복분자술'...
시리도록 파란 하늘, 타는 듯한 붉은 잎새는 계절의 절정을 향해 마냥 치닫고만 있는데 길섶에 주저앉은 노방초(路傍草)에조차 눈길 한번 던질 겨를 없이 반복되는 도시의 일상, 그리고 인생초로(人生草露).
“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 밭머리 해 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누나 /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두고 / 젖 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 이병기)
이렇게 끊임없이 순환하는 계절의 질서를 지켜보면서도 그 진실의 실체를 바로 보지 못하는 이 우매함은 세상 풍파에 시달리는 동안 심신이 산성화된 탓도 없지 않아 있으리라.
금년 또 한해도 이렇게 덧없이 지려 하는데, 거둘 것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땀 흘리지 않은 결과일 터이다. 그러나 거둘 것이 없고 남는 것이 없다 해도 크게 실망하거나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이치만 깨우쳐도 그만인 것을….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채울 줄도 안다.
탐욕과 증오와 이기심 등 헛된 욕망을 모두 털어 버리고 벌거벗음으로써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나무들처럼 우리 모두 그렇게 순수로 돌아가자. 그리고 뿌리로 돌아가는 잎새를 보며 존재의 근원을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구이고 우리는 무엇이며 이제 찾은 것은 무엇이고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젊고 푸르렀던 시절 잠시 나마 내게 시인의 꿈을 꾸게 했던 미당 '서정주', 그는 고창의 가장 향기로운 들꽃이며, 가장 인간적인 시인이었다. 그를 추억하며 향긋한 '복분자술'에 약간의 취기가 오른 객기로 그의 시 한 편을 읊조려본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서정주, 국화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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